[고전의 숲 산책 4] 레미제라블, 빵 훔친 죄로 19년 옥살이한 장발장의 인생 역전
[고전의 숲 산책 4] 레미제라블, 빵 훔친 죄로 19년 옥살이한 장발장의 인생 역전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0.06.05 14:40
  • 호수 7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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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하나를 훔친 죄로 19년간 옥살이를 하고 나온 장발장의 이후 인생 역정을 다룬 ‘레미제라블’은 사회 정의와 인간의 존엄성 문제를 다루며 현재까지 뮤지컬, 영화 등으로 꾸준히 제작되며 사랑받고 있다. 사진은 2012년 개봉한 ‘레미제라블’ 속 6월 봉기 장면.
빵 하나를 훔친 죄로 19년간 옥살이를 하고 나온 장발장의 이후 인생 역정을 다룬 ‘레미제라블’은 사회 정의와 인간의 존엄성 문제를 다루며 현재까지 뮤지컬, 영화 등으로 꾸준히 제작되며 사랑받고 있다. 사진은 2012년 개봉한 ‘레미제라블’ 속 6월 봉기 장면.

성당 은촛대 도둑질 후 용서 받고 개과천선… 새 삶 살며 시장까지 역임

정체 들통나 다시 옥살이… 창녀의 딸 입양해 헌신적으로 돌보다 죽음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생계형 범죄가 발생하면 흔히 ‘장발장 사건’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굶주림에 떨고 있는 조카들을 위해 빵 한 조각을 훔쳤다고 무려 19년 간 감옥생활을 한, 소설 ‘레미제라블’의 주인공 장발장에서 따온 것이다. 레미제라블을 읽지 않은 사람들은 흔히 여기까지만 내용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 부분은 총 5부작으로 구성된 소설의 도입부에 불과하다.  

고된 옥살이를 하던 장발장은 46세가 돼서야 출소한다. 감옥에서 겨우 벗어난 남루한 모습을 한 그에게 사람들은 냉정하게 군다. 단 한 사람, 인자한 미리엘 주교만이 그를 사람답게 대접해 준다. 감옥살이를 하는 동안 나쁜 짓이 몸에 밴 장발장은 주교의 은촛대를 훔치지만 주교는 이를 용서하며 되레 그에게 선물로 준다.

이를 계기로 장발장은 개과천선해 올바른 삶을 살아가기로 결심한다. ‘마들렌’이라고 이름을 바꾸고 북부 프랑스에 정착한 그는 옥살이를 통해 단련한 신체와 강한 의지력으로 열심히 살아가고 결국 시장의 자리까지 오르게 된다. 또한 가난으로 신음하는 사람들을 아낌없이 도와 모든 사람들의 존경을 받게 된다.

하지만 당시 프랑스는 전과자가 사회에 복귀할 수 없는 시대였다. 예전의 장발장을 알고 있는 냉혹한 형사 자베르는 시장이 된 그를 끊임없이 의심한다. 

그러다 다른 사람이 장발장으로 오인돼 체포되는 일이 벌어진다. 장발장은 다시 감옥에 갈 위기를 모면하지만 자신 대신 다른 사람이 수감될 수 있다는 사실에 밤새도록 고민한다. 결국 정체를 고백하고 그 남자를 구한 장발장은 재산을 감춘 뒤 체포된다. 

감옥에 갇혔지만 이내 탈옥에 성공한 그는 시장으로 일하던 시절에 만난 불쌍한 창녀 판틴이 죽을 때 그녀에게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판틴의 딸 코제트를 구해낸다. 코제트는 사악한 테나르디에 부부 밑에서 비참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있었다. 코제트와 함께 파리에 정착한 장발장은 친아빠처럼 그녀를 키우면서 인간으로서 한뼘 더 성장한다.

행복도 잠시 자베르의 손길이 그에게 다시 미치자 두 사람은 한 수도원으로 들어가 은신하게 되고, 코제트는 그곳에서 아름다운 아가씨로 성장한다. 수년이 지나 수도원에서 나와 시내에서 조용하게 살아가는 두 사람 앞에 청년 마리우스가 나타나고, 마리우스와 코제트는 몰래 서로를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이를 못마땅하게 생각한 장발장은 다시금 코제트를 데리고 사람의 눈을 피해 숨는다. 

그러다 1832년 6월 봉기가 일어난다. 마리우스도 봉기에 뛰어들어 싸우다가 온몸에 부상을 입게 된다. 그대로 내버려두면 죽을 수밖에 없는 마리우스를 구출해 낸 것은 장발장이었다. 그는 죽음을 무릅쓰고 마리우스를 구출해 하수도로 숨는다. 더러운 시궁창 속에서 가슴까지 차는 물속을 방황하며, 추격해 오는 경찰관을 피해 집으로 돌아온다. 얼마 뒤 부상에서 회복한 마리우스는 코제트와 결혼한다.

홀로 남겨진 장발장은 서서히 쇠약해져 가고 코제트와 마리우스가 지켜보는 가운데 조용히 숨을 거둔다. 그의 머리맡에는 예전에 미리엘 주교에게서 받은 은촛대가 놓여 있었고, 촛대 위에는 촛불이 밝혀져 있었다.

‘불쌍한 사람들’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레 미제라블’은 또다른 명작 ‘노트르담의 꼽추’를 쓴 빅토르 위고가 35년 동안 마음속에 품어 오던 이야기를 17년에 걸쳐 완성해낸 작품이다. 1815년 워털루 전투 전날 밤부터 1830년 7월 혁명, 1832년의 빠리 노동자 소요 사태에 이르기까지 19세기 초 프랑스 사회를 배경으로 당시 민중의 삶을 입체적으로 담아냄으로써 사회 정의와 인간 존엄성의 문제, 그리고 보편적 인류애 등을 전달한다.

지나치게 과도한 옥살이를 한 사내가 어떻게 개과천선을 하고 딸 코제트로 대표되는 후대를 위해 어떻게 헌신하는지를 그려낸 이 기나긴 이야기 속에는 다양한 연령, 계층, 직업을 망라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자신의 신념에 따라 장발장을 의심하고 추적하는 자베르 형사, 속물적인 욕심이 돋보이는 테나르디에 부부 등 각종 인물들은 저마다의 설득력을 가지며 매력을 더한다. 

발간된 지 150년이 지났지만 ‘레미제라블’은 현재까지도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다. 더 나아가 뮤지컬, 영화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재탄생했다. 1980년 파리에서 최초로 공연된 후 1985년 런던으로 이어진 뮤지컬 ‘레미제라블’은 큰 성공을 거뒀고 1957년 장 가방 주연, 1995년 장 폴 벨몽드 주연, 그리고 2012년 휴 잭맨 주연의 영화까지 무려 20회 이상 영화화되는 기록을 세웠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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