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로 개‧고양이 재롱 보다 보면 시간 훌쩍가요”
“유튜브로 개‧고양이 재롱 보다 보면 시간 훌쩍가요”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0.06.05 14:50
  • 호수 7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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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강아지와 고양이 등과 함께 생활하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담은 유튜브 영상이 동물을 키우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대리만족을 선사하며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사진은 래브라도 리트리버견 ‘소녀’를 중심으로 강아지들의 일상을 소개하는 ‘소녀의 행성’(왼쪽)
최근 강아지와 고양이 등과 함께 생활하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담은 유튜브 영상이 동물을 키우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대리만족을 선사하며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사진은 래브라도 리트리버견 ‘소녀’를 중심으로 강아지들의 일상을 소개하는 ‘소녀의 행성’

‘TV 동물농장’의 ‘애니멀봐’ 구독자 300만명 넘기며 해외서도 큰 인기

강아지 미용영상 올리는 ‘슈앤트리’도… 혼자 사는 어르신들 대리만족

[백세시대=배성호기자] “밀키와 광복이가 재롱떠는 모습 보다 보면 하루가 훌쩍 가요.”

세종시에 사는 이영순(63) 씨는 최근 사모예드견(犬) ‘밀키’와 노르웨이숲 고양이 ‘광복이’의 매력에 푹 빠졌다. 체격도 다르고 행동도 다른 개와 고양이가 티격태격하면서 사이좋게 지내는 모습에 홀린 것이다. 최근에는 새끼고양이 ‘탄이’까지 합류하면서 보는 재미가 늘어났다. 하지만 이 씨가 직접 이 동물들을 키우는 것은 아니다. 140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밀키와 복이’를 시청하며 대리만족하고 있는 것이다. 이 씨는 “유튜브 시청만으로도 직접 돌보는 듯한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일명 ‘펫튜브(Pet+Youtube)’로 불리는 동물 콘텐츠를 통해 반려동물의 일상을 감상하며 대리만족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영상 속 반려동물의 모습을 보면서 동물의 특징과 성격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면서 자신이 직접 애완동물을 기르는 느낌을 받는 것이다.

대표적인 펫튜브는 SBS ‘TV 동물농장’의 공식 채널인 ‘애니멀봐’이다. 2017년에 개설된 ‘애니멀봐’는 6월 현재 구독자 수 313만 명을 넘어섰고, 채널 영상 조회수 역시 월 평균 1억회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동물농장이 방영을 시작한 2001년 이후 20여 년 동안 축적된 방대한 양의 다양한 동물 콘텐츠 덕분에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채널에서는 동물농장에서 방영된 내용을 압축해 편집한 영상을 올리는데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해 8월에 업로드한 ‘엄마 코끼리가 아기 코끼리 깨우는 방법’은 3000만회에 가까운 조회수를 기록했다.

강아지의 미용 전(왼쪽)과 후의 모습을 소개해 인기를 끄는 펫튜브 ‘슈앤트리’.
강아지의 미용 전(왼쪽)과 후의 모습을 소개해 인기를 끄는 펫튜브 ‘슈앤트리’.

143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슈앤트리’는 애견미용 숍이 전문적으로 운영하는 채널이다. 채널 주인들이 키우는 미디엄 푸들 ‘슈’와 파티푸들 ‘나무’에서 채널명을 따온 이 채널은 귀여운 두 강아지의 일상과 함께 애견미용 영상을 올린다. 강아지의 경우 목욕을 극도로 싫어해 매번 씻길 때마다 보호자들이 곤욕을 치르곤 한다.

슈앤트리 영상 속 강아지들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순하고 얌전하다. 물을 끼얹어도, 마사지를 해도, 가위가 눈앞에서 사각사각 움직여도 온순하게 미용을 받는다. 편안한 배경음악과 함께 노곤노곤하게 미용사의 손길을 받는 강아지들은 보는 이의 마음까지 편안하게 해준다. 부스스한 털이 정리돼 인형처럼 말끔하고 예뻐진 모습은 덤이다.

대부분의 유튜브 채널들이 귀여운 글씨체나 스티커, 세련된 감각으로 편집되고 연출되는 데에 반해 이 유튜브 채널은 상당히 차분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 조금은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인위적인 연출을 많이 가하지 않아 편하게 시청할 수 있다.

래브라도 리트리버견 ‘소녀’와, 중형견 웰시코기 ‘우주’, 소형견 포메라니안 ‘행성이’의 일상을 담은 ‘소녀의 행성’(구독자 85만명)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콘텐츠도 귀여운 일상뿐만 아니라 강아지들이 간식을 맛있게 먹는 소리를 담은 ASMR, 각종 반려동물 관련 제품 리뷰 등 다양하게 갖춰 볼거리가 많다. 

시바견과 일상을 공유한 ‘시바견 곰이탱이여우’ 채널도 52만명이 넘는 구독자의 선택을 받았다. 같은 시바견이지만 털색이 검정, 황색, 하얀색으로 모두 다른 곰이, 탱이, 여우의 일상 모습을 볼 수 있다. 특히나 시바견 특유의 시크한 성격이 잘 드러나는 영상이 많아서 웃음을 자아내는데다, 도도한 시바견들에게 오히려 애교를 부리고 있는 주인의 모습이 웃음 포인트이다.

야생 고양이와의 공존을 담고 있는 ‘haha ha’(구독자 72만명) 채널 역시 최근 주목받는 펫튜브다. 초창기에는 생태계를 교란하는 어종을 잡아 길고양이들의 먹이로 주는 콘텐츠에서 시작해 점차 고정적으로 출연하는 고양이들이 생기면서 안정된 고양이 채널로 자리 잡았다. 처음으로 유튜브 운영자가 정을 주었던 어미 고양이로부터 3대가 이어지면서 고양이 식구들이 늘어난 것이 특징이다.

유튜브 운영자의 양어장을 배경으로, 넓고 한적한 시골 풍경 속에 등장하는 고양이들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절로 편해진다. 또 풀밭과 나무, 겨울이 되면 자연 빙판이 되는 저수지까지 모두가 고양이들의 놀이터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고양이 장난감이 등장하지 않는다. 고양이들은 야생 쥐를 사냥하기도 하고, 뱀을 장난감 삼아 갖고 놀기도 하는데 귀여운 외모와 다른 거친 야생성을 관찰할 수 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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