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벌림 방지 기구는 코골이 치료에 별 도움 안 돼
입벌림 방지 기구는 코골이 치료에 별 도움 안 돼
  • 이수연 기자
  • 승인 2020.06.05 15:01
  • 호수 7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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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노화로 기도 좁아져 발생…코골이 지속 땐 수면무호흡증 의심

폐쇄 부위 확인 후 치료 방침 정해야…구강인두훈련 하면 증상 개선

[백세시대=이수연기자] 서울 용산구에 사는 김모 어르신(78)은 코골이 때문에 고민이 많다. 이전엔 간혹 피곤한 날에 코를 고는 정도에 그쳤는데, 최근 몇 년 사이엔 코골이가 심해져 잠을 자도 푹 잔 것 같지 않고, 낮에도 피곤이 몰려오는 등의 증상이 나타났다. 혹시라도 다른 병이 있는 건 아닌지 걱정된 마음에 병원을 찾은 김 어르신은 검사를 받고 치료하고 있다. 

코골이는 성인 10명 중 평균 3~4명꼴로 많은 편이다. 단순히 코만 고는 경우도 있지만, 코를 고는 사람의 3분의 1 이상은 수면무호흡증(자는 중에 숨을 쉬지 않는 상태. 호흡 정지가 빈번하게 발생돼 이로 인한 저산소혈증으로 다양한 심폐혈관계의 합병증을 유발)을 동반한다. 수면무호흡증이 매일 밤 되풀이되면 낮 동안 심한 졸림과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김동현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최근에는 수면무호흡증이 노인의 기억력 저하뿐만 아니라 사물을 인식하는 능력에도 장애를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가 국내외 여러 학회에서 보고된 바 있다”며 “일상생활을 해칠 만큼 심한 코골이가 지속된다면 원인을 찾고 치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코골이는 ① 코 중앙에 위치한 벽인 비중격이 휘어지거나 ② 편도가 비정상적으로 커지거나 ③ 목젖이 늘어나는 등 코의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서도 나타날 수 있다. 	사진=인천성모병원
코골이는 ① 코 중앙에 위치한 벽인 비중격이 휘어지거나 ② 편도가 비정상적으로 커지거나 ③ 목젖이 늘어나는 등 코의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서도 나타날 수 있다. 사진=인천성모병원

◇코골이 심하면 수면무호흡증 의심

코골이는 잠을 설치게 하는 시끄러운 소리가 아니라 건강 적신호를 알리는 신호일 수 있다. 이는 코를 고는 이유가 숨을 쉬는 공간인 상기도(비강, 인두, 후두)가 좁아지거나 막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코골이의 발생 원인은 나이가 들어 기도 내 근육의 탄력이 떨어져 늘어나거나 비만으로 인해 기도 주변의 구조물이 늘어나 기도가 좁아지는 것이다. 또 턱 구조나 공간이 작아 혀뿌리가 기도 쪽으로 밀리거나 혀 크기가 선천적으로 커서 기도를 막는 것도 코골이의 원인이 된다. 

코를 곤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코골이는 몸 안의 산소 농도가 어느 정도 부족하냐에 따라 4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1단계에 속하는 ‘단순 코골이’는 건강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 상태다. 순수한 큰 숨소리로 숨구멍에 좁아진 부위가 있을 때 나타난다. 

2단계는 ‘상기도저항증후군’이라고 불리는 호흡 제한 코골이다. 호흡과 체내 산소 농도도 정상이지만, 잠에 깊게 들지 못하는 것이 특징이다. 만약 아침에 일어났을 때 입 마름이나 심한 감정 기복, 불면증, 두통, 어지럼증 등이 생긴다면 호흡 제한 코골이를 의심할 수 있다. 호흡에 문제가 생기는 ‘저호흡 코골이’는 3단계에 포함된다. 잠을 자도 피로가 풀리지 않고 수시로 졸린 것이 특징이다. 수면을 제대로 취하지 못하기 때문에 집중력 저하 현상이 생기기도 한다. 

4단계인 무호흡 코골이는 잠을 잘 때 간혹 숨길이 완전히 막혀 호흡이 일시적으로 멈추는 현상이 생긴다. 10초 이상 숨이 막히는 횟수가 1시간에 5~15회면 경증, 16~30회면 중등도, 30회 초과 시 중증 수면무호흡으로 진단된다. 수면무호흡이 길어지면 체내 산소 부족 현상으로 각종 장기의 손상이 진행될 수 있다. 

◇구강인두훈련 등 코골이 방지 위한 습관 길러야

병원에서 코골이 치료를 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먼저 코안의 용종이나 코뼈가 휜 비중격 만곡증, 만성 비염, 편도 비대증, 대설증 등과 같은 구조적 이상 유무를 확인한다. 이어 체중이나 비만의 정도를 관찰하고 합병증과 관련 있는 고혈압이나 부정맥 등 심혈관계에 대한 검사를 진행한다. 

김동현 교수는 “치료 방침을 정하기 위해서는 내시경이나 엑스레이, CT(컴퓨터단층촬영) 등을 통해 폐쇄 부위를 정확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코골이 치료는 때에 따라 항우울제나 프로게스테론 같은 약물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 또 의사의 진단을 받아 양압기 등 입안에 마우스피스처럼 착용하는 기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최근에는 ‘구강인두훈련’을 매일 했을 때 코골이가 36%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상파울루 대학에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매일 구강훈련을 시행한 치료 그룹에서 코골이 비율이 감소하고, 코 고는 소리도 59% 감소했다는 보고가 있었다. 구강인두훈련은 혀끝을 입천장에 대고 혀를 뒤쪽으로 밀어내는 것과 입천장 뒤쪽과 목젖을 올리면서 모음 ‘아’ 소리를 내는 동작 등이 있다. 

한편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코골이 방지 기구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이런 기구들이 큰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코골이 방지 기구로는 입벌림 방지 밴드나 테이프, 아래턱을 앞으로 나오게 해 기도를 넓히는 구강 내 장치 등이 있다. 이런 기구들은 1만원 미만부터 수십만원까지 다양한데, 지속적인 증상 개선이 어렵다는 것. 

순천향대 부천병원 이비인후과 최지호 교수는 “콧구멍 속에 장치를 꽂아 사용하는 비강 확장기는 콧속 통로를 넓혀서 숨 쉬는 것을 원활하게 하는데, 정작 넓혀야 할 부위인 상기도를 넓히지 못해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같은 이유로 입 벌림 방지 밴드나 테이프로 입을 닫게 하는 것도 원인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수면무호흡증이 있는 사람이 입벌림 방지 밴드를 사용하면 호흡 곤란 등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따라서 코골이 문제를 예방하거나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원인을 파악한 후 생활 습관 개선 등을 통한 치료가 필요하다.    이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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