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 어디까지 왔나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 어디까지 왔나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0.06.05 15:03
  • 호수 7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로나19 백신 후보 100여종… 이르면 내년 말 첫선

미국·중국 등 개발한 백신 임상시험 중… 국내 7개사도 개발에 박차

렘데시비르 등 치료제, 효과 있지만 부작용 우려… 혈장치료제 눈길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지난 5월 29일 우리 정부가 미국에서 코로나19 치료제로 긴급 승인한 ‘렘데시비르’를 수입 승인하는 절차에 들어가면서 치료제와 백신 개발 진척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세계 각국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뜨거운 개발 경쟁을 펼치고 있고 그 성과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6월 현재 전 세계적으로 100여종의 코로나19 백신이 개발 중이다. 미국 모더나 세러튜틱스, 이노비오 바이오가 개발 중인 RNA나 DNA를 이용한 유전자 재조합 백신, 코로나바이러스 유전자를 해가 없는 다른 바이러스에 집어넣은 유전자 재조합 백신(중국 칸시노 방식), 바이러스 자체를 이용한 백신, 바이러스 단백질 조각을 이용한 백신 등 크게 4가지다. 

인간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은 중국 4곳 등 모두 10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 가운데 유망한 백신 후보로는 미국 모더나 세러퓨틱스와 노바백스, 중국 칸시노 바이오로직스,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등이 꼽힌다.

선두 주자인 모더나 세러퓨틱스는 백신 후보를 개발해 1상 임상시험에 성공했고, 오는 7월 2상 임상시험에 들어간다. 이 백신 후보는 새로운 ‘메신저RNA(mRNA)’를 이용해 감염된 단백질과 싸우도록 항체를 배치하라는 지시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중국 칸시노 바이오로직스의 백신 후보(Ad5)도 안전성 시험을 마쳤고 108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임상시험 결과를 세계적인 의학 학술지 ‘랜싯(Lancet)’에 발표한 바 있다. Ad5를 투여한 사람의 4분의 3에게서 중화(中和)항체가 생성됐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중화항체는 바이러스에 결합해 무력화하는 항체다. 이것이 있으면 재감염을 막을 수 있지만 부작용이 많이 나타나는 것이 문제다.

영국 옥스퍼드대와 공동연구를 진행 중인 아스트라제네카는 1만여명을 대상으로 백신 후보의 2상 임상시험에 들어갔고, 미국 노바백스는 최근 백신 후보(NVX-Cov2373)를 호주에서 임상시험에 들어간 데 이어 내년에 10억명 분의 백신을 생산하는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국내 제약사들도 코로나19 백신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코로나19 치료제·백신개발 범정부 지원단은 국내 업체 중 △진원생명과학 △바이오포아 △LG화학 △제넥신 스마젠 △지플러스생명과학 △SK바이오사이언스 등 7개사를 중점 지원 후보군으로 설정해 관계부처 합동으로 지원 중이다. 범정부 지원단은 3종의 후보물질이 올해 중으로 임상시험을 시작하고, 2021년 하반기에는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백신 개발에 최소 18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빨라야 내년 후반기에나 백신이 상용화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코로나19의 면역이 6개월 정도밖에 지속되지 않기 때문에 유행성 독감처럼 매년 백신 접종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치료제 또한 연구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현재 기대를 거는 치료제 후보물질로는 렘데시비르가 있다. 이 치료제는 바이러스의 RNA 유전자에 접근해서 바이러스 복제를 하는 유전자를 차단하는 방법이다. 세포 실험에서 적은 양을 투약해 코로나19를 줄이는 효과가 확인됐다. 하지만 안전성 논란도 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가 시행한 임상시험에서 메스꺼움과 구토 등의 부작용이 발견됐다.

클로로퀸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권장해 화제가 된 약이다. 바이러스 침투 시 세포막과의 융합을 차단하거나 바이러스 복제를 위한 세포 내부 막 형성 과정을 차단하는 원리다. 중국과 프랑스 연구팀이 이 약을 투약한 코로나19 환자에게서 증상 완화와 바이러스 감소 등을 확인해 발표했다. 하지만 투약 농도가 높아지면 역시 부작용 우려가 있다.

뾰족한 치료제가 없다 보니 기존 완치자의 혈액을 이용하는 혈장치료제도 눈길을 끌고 있다. ‘완치자의 혈액 속에 코로나19를 퇴치하는 항체가 있을 것’이라는 논리다. 이러한 치료는 오래전부터 사용했던 방법이다. 메르스 때에도 시도한 적이 있다. 코로나 환자로부터 헌혈처럼 혈액을 받아서 항체가 많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혈장을 환자에게 주입하는 것이다. 최근 세브란스병원에서 2명의 환자를 이러한 혈장 치료를 통해 완치시켜 주목을 받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셀트리온이 개발 중인 항체치료제가 동물 실험에서 일부 효과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셀트리온은 지난 4월 코로나바이러스를 무력화할 수 있는 중화항체 선별을 완료한 뒤 충북대와 함께 본격적인 실험에 들어갔다. 

족제비의 일종인 페럿을 대상으로 진행한 결과 약물 투여 닷새째부터 콧물과 기침 등 증상이 사라졌다. 활동성이 높아지는 개선 효과도 확인했다. 항체치료제를 고농도로 투여했을 때는 바이러스가 최대 100배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셀트리온은 햄스터, 생쥐, 원숭이를 대상으로도 효능과 독성 시험을 진행해 적어도 내달에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 돌입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