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노인회 광주 광산구지회 실버천사노인자원봉사클럽 “한여름 목욕탕서 비 오듯 땀 흘리지만 재밌어”
대한노인회 광주 광산구지회 실버천사노인자원봉사클럽 “한여름 목욕탕서 비 오듯 땀 흘리지만 재밌어”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0.06.05 15:10
  • 호수 7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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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노인회 광주연합회 광산구지회 소속의 실버천사노인자원봉사클럽 회원들이 노인시설에서 목욕 봉사를 하고 있다.
대한노인회 광주연합회 광산구지회 소속의 실버천사노인자원봉사클럽 회원들이 노인시설에서 목욕 봉사를 하고 있다.

여성 10명이 노인치매시설·독거노인 목욕 봉사

노인자원봉사 성과보고대회서 복지부장관상 수상

[백세시대=오현주기자] “내 몸이 좀 아프더라도 우리를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분이 있다는 생각을 하면 빠질 수가 없다.”

15년간 봉사활동을 해온 김대임(75·광산구 소촌동)씨가 말하는 ‘봉사 소신’이다. 김씨는 대한노인회 광주연합회 광산구지회(지회장 박하열)의 실버천사노인자원봉사클럽 코치로 있다. 이 봉사단체는 2011년 회원 24명으로 출발했으나 현재는 75~80세의 여성회원 10여명만이 남아 경로당의 독거노인과 노인시설에 수용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목욕 봉사를 해오고 있다.

이들은 오래 전 광산구지회 장구춤동아리에서 만났다. 김 코치와 회원들은 노인시설이나 지역 행사에서 장구춤 등 공연을 하며 꽃밭 가꾸기 등 환경미화를 해오다 회원들의 신상에 변화가 생기면서 활동 영역을 바꾸었다.

김 코치는 “함께 한 이들이 어느 날 갑자기 ‘안방신세’가 되는 걸 보고 이런 노인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을 깨닫고 대한노인회를 통해 정기적인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독거노인 가정을 방문해 말벗이 돼 드리고 안부도 묻는 노노케어 형태의 봉사를 해오다 어르신들에게 애로사항이 하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것은 스스로 목욕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미끄러운 목욕탕 바닥에서 낙상사고를 당할 수도 있고 거동이 불편한 경우 깨끗이 자기 몸을 씻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이 클럽은 작년의 경우 일주일에 3회, 광주시립 인광치매요양병원의 어르신 7~8명을 씻겨 주었고 수요일마다 경로당 어르신 가정을 방문해 집안청소와 함께 목욕을 시켜주었다.  

김대임 코치(오른쪽)가 어르신을 돌보고 있다.
김대임 코치(오른쪽)가 어르신을 돌보고 있다.

김 코치는 “한 사람 목욕시키는데 대략 30분 걸린다”며 “지금까지 250여명을 목욕시켜 남 씻겨주는 일에 숙달이 됐다”고 말했다. 김 코치가 가르쳐주는 노인목욕은 ▷탈의 ▷머리감기 ▷전신 비누질 ▷때밀이 ▷샤워 ▷몸 닦기 ▷착의 순으로 진행된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아 한 사람을 씻기고 나면 탈진하다시피 했지만 이제는 요령을 알아 그다지 힘들지 않다고 한다.

80 나이에도 목욕 봉사에 나서는 주귀님(80·광산구 도산동) 회원은 “아직 아픈 데가 없어 남 목욕시켜줄 만한 힘은 남아 있다”며 “그분들을 깨끗이 씻기고 새옷으로 갈아입히면 마치 새색시처럼 곱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힘들었던 시간도 잊고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목욕 봉사는 힘이 들고 오래 지속하기 힘든 봉사로 알려져 있다. ‘왜 하필 목욕 봉사’냐고 묻자 김 코치는 “재밌다”고 짧게 대답했다. 이어 “한여름에 비좁은 목욕탕에서 서너 사람이 달라붙어 몸을 씻기다보면 온몸이 땀으로 젖는다”면서도 “봉사는 할수록 재밌다”고 덧붙였다. 

이 클럽에서 최근까지 활동했던 김이순(94·광산구 삼도동)어르신은 “나이가 많아도 늦게까지 봉사한 건 내 손길로 인해 다른 사람이 행복해지는 모습에서 저도 행복감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정철 광주연합회 노인자원봉사센터장은 “회원들은 클럽 이름 그대로 천사 같은 마음과 웃음을 지녔다”며 “힘과 인내가 많이 드는 봉사에도 늘 웃음을 잃지 않아 옆에서 보기에도 감동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 클럽은 그간의 희생과 노고의 결실로 ‘2019 노인자원봉사 성과보고 및 우수사례 발표회’에서 보건복지부장관상 우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박하열 광산구지회장은 “우리 지회에서 가장 활동적인 클럽 중 하나”라며 “가끔은 자신의 몸이 힘들어 쉬고 싶지만 그마저도 참아가며 봉사하는 모습이 타 봉사단체에 모범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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