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6] “당신은 곧 살해된다” 예고 살인
[176] “당신은 곧 살해된다” 예고 살인
  • 글‧그림=김성환
  • 승인 2020.06.12 14:23
  • 호수 7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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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메이지 22년(1889) 2월 11일. 일본의 기원절 아침, 당시 문무대신(교육부장관)인 모리아리노라는 예복을 갖춰입고 궁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석하고자 현관을 나설 때였다. 이때 비서가 ‘니시노’란 자가 와서 면회 신청을 했다고 전했다.
그래서 만나본즉 “오늘 식전에 각하를 암살하려는 음모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대신은 니시노에게 “알려줘 고맙다” 고 묵례를 해주었다.
바로 그때 니시노는 대신에게 쓰러질 듯 다가서며 식칼로 대신의 옆구리를 찔렀다. 놀란 호위무사가 칼로 니시노를 내리쳤고 범인은 즉사했다. 대신도 이튿날 숨을 거두었다. 범인이 예고했듯 행사 전 암살이 실현된 것이다. 범인은 광신적인 신도(神道)주의자로 대신이 무엄하게도 신도를 모욕했다는 게 살인 이유였다. 
대신은 기독교 신자로 알려져 있었고 신관(神官)들은 신도를 국교로 하라고 탄원했으나 대신은 ‘국제교육주의’를 내세워 이를 거부했던 것이다.
여기에 대신이 임명될 때 관례대로 신도의 성지인 이세대묘에 참배했는데 이때 신관이 고의로 예법절차를 혼란시켜 대신이 순서를 헷갈려 약간의 실수를 했었다. 그런데 이것이 ‘대신이 구두를 신은 채 신전에 올라갔고 모자를 쓴 채 예배했다’는 유언비어로 변했고 범인은 여기에 놀아나 예고살인을 결행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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