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 아뜨리애 ‘대한민국 체육 100년’ 사진전…손기정의 투혼, 박태환의 포효 등 감동의 순간 ‘생생’
을지로 아뜨리애 ‘대한민국 체육 100년’ 사진전…손기정의 투혼, 박태환의 포효 등 감동의 순간 ‘생생’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0.06.12 14:47
  • 호수 7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마라토너 손기정부터 김연아 등 스포츠 영웅들 포착한 사진들을 통해 한국 체육 100년을 돌아보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을지로 아뜨리애를 시작으로 전국을 돌며 진행된다. 사진은 마라톤 영웅 손기정의 사진과 전시된 사진을 보는 관람객의 모습.
마라토너 손기정부터 김연아 등 스포츠 영웅들 포착한 사진들을 통해 한국 체육 100년을 돌아보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을지로 아뜨리애를 시작으로 전국을 돌며 진행된다. 사진은 마라톤 영웅 손기정의 사진과 전시된 사진을 보는 관람객의 모습.

1910년대부터 최근까지 주요 스포츠 현장 포착한 사진 60여점

2002월드컵, 김연아·이상화·장미란 올림픽 도전기 등 순회 전시

[백세시대=배성호기자] 2002년 상암월드컵경기장을 ‘꿈☆은 이루어진다’라는 대형문구로 수놓았던 붉은악마 응원단,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 수영 역사상 자유형 400m에서 첫 금메달을 딴 후 주먹을 움켜쥐고 포효했던 박태환, 같은 대회에서 역도 여자 75kg 이상급 금메달을 확정 짓고 수줍게 두 손을 모았던 장미란까지. 언제 봐도 큰 감동을 선사하는 한국 스포츠의 주요 순간들이다. 

이러한 감격의 현장을 한데 모은 전시회가 열려 주목받고 있다. 화제의 전시는 올해로 창립 100주년을 맞은 대한체육회가 한국 스포츠의 역사와 의미를 알리기 위해 마련한 ‘대한민국 체육 100년’ 사진전이다. 6월 4∼17일 서울 중구 을지로4가역(2·5호선) 지하철 역사 내 을지로 아뜨리애 갤러리를 시작으로 오는 12월까지 전국 시도를 순회하며 열린다. 입장료는 무료다. 최근 노인체육진흥법이 만들어지는 등 어르신들의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어르신들의 발길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8일 아뜨리애 갤러리(1번 출구 방향)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이 역사를 오가며 60여점의 사진을 감상하고 있었다.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1910년 야구경기’ 등 일제강점기 당시 체육 현장을 포착한 사진들이다.

‘1910년 야구경기’는 YMCA야구단의 포수 허성과 한성고 타자 이영복 선수의 타격 모습을 담은 사진이다. 현재 다양한 보호장비와 첨단기술이 집약된 장비를 사용하는 프로야구 선수들과 달리 허성과 이영복 선수는 허술한 장비를 착용하고 경기에 나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에 임하는 표정만큼은 현재 프로야구선수 못지않게 진지해 스포츠는 장비와는 무관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1930년 진명여고 농구경기’와 ‘1930년대 수영 경기대회’ 역시 이색적으로 다가온다. ‘1930년 진명여고 농구경기’ 속 여고생들은 긴 검정치마에 흰 저고리 차림으로 경기를 펼치고 있다. 일제 압제 속 교육을 받기 어려운 환경에서도 농구를 했다는 점과 현재 학생들이 체육복을 입고 운동을 하는 것과 달리 교복으로 추정되는 복장 그대로 농구를 하는 모습이 색다르게 느껴진다. 

반면 ‘1930년대 수영 경기대회’는 마치 2020년에 찍은 사진을 흑백으로 처리한 듯 큰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수영복부터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의 역동적인 모습은 마치 올해 열린 대회인 것처럼 생생하게 다가온다.

무엇보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의 ‘마라톤 영웅’ 손기정 선수의 우승 당시 사진은 큰 여운을 남긴다. 일장기를 달고 뛰는 아픔 속에서도 이를 악물고 결승 테이프를 끊는 그의 모습은 감동과 함께 절로 숙연해지게 만든다.

대한체육회 100년을 기념하는 전시회인 만큼 협회와 관련된 다양한 사진도 볼 수 있다. 1910년 경술국치 이후 일제의 탄압에 맞선 저항 의식이 표출되면서 민족주의 지식인들을 중심으로 조선총독부 산하 조선체육협회에 맞설 조선체육회(대한체육회 전신)을 창립했다. 1920년 7월 13일 서울 인사동 중앙예배당에서 고원훈 보성전문 교장, 장덕수 동아일보 주필 등 70여 명이 창립총회를 갖고 조선체육회를 출범시킨 것. 전시에서는 조선체육회의 창립취지서부터 1966년 태릉선수촌 개촌, 대한체육회관 준공식, 2017년 진천선수촌 개촌까지 주요 역사의 현장을 소개한다.

올림픽에 도전했던 선수들의 사진들 역시 벅찬 감동을 선사한다. 광복 직후인 1948년 런던올림픽에 참가한 역도 김성집 선수와 여자 창던지기 박봉식 선수가 대표적이다. ‘KOREA’가 새겨진 유니폼 아래 태극기를 달고 나온 김성집 선수는 무거운 역기를 안간힘을 다해 들어올려 결국 동메달을 따낸다. 비록 메달을 따지는 못했지만 런던올림픽에 참가한 유일한 한국 여성이었던 박봉식 선수가 최선을 다해 창을 던지고 이를 바라보는 사진은 스포츠 정신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다.

이외에도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금메달을 딴 ‘피겨여왕’ 김연아 선수, 벤쿠버와 소치동계올림픽에서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를 2연패하고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며 큰 감동을 선사했던 이상화 선수, 비록 메달은 따지 못했지만 한국리듬체조의 가능성을 세계의 뽐낸 손연재 선수, 2018년 테니스 호주오픈 대회 한국인 최초로 4강에 진출해 놀라움을 선사했던 정현 선수 등의 모습은 당시의 감동을 떠올리게 하며 긴 여운을 남긴다.    배성호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