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 유인우주선 발사… 우주항공 ‘빅뱅’
스페이스X 유인우주선 발사… 우주항공 ‘빅뱅’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0.06.12 14:58
  • 호수 7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민간 우주항공시대 개막으로 본 우주개척의 역사

미소냉전 때 급발전… 유인우주선은 소련, 달 착륙은 미국이 먼저 

2000년대 민간기업 급부상… 유인화성탐사 선점 두고 미중 격돌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지난 2018년 2월 6일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 우주센터. 10초의 카운트다운이 끝나자 미국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만든 세계 최대 민간 우주로켓 ‘팰컨헤비’가 발사대를 떠났다. 결과는 대성공. 하지만 진짜 놀라운 일은 잠시 뒤에 벌어진다. 팰컨헤비 1단 추진체의 로켓 3개 중 2기가 발사대로 되돌아온 것이다. 스페이스X는 기존에도 로켓을 회수한 경험이 있지만 2기를 동시에 회수한 것은 처음이었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공군기지로 로켓이 돌아오는 모습은 놀라움과 함께 인류의 우주여행을 한 걸음 더 앞당겼다.

인류의 우주 개척의 역사는 16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코페르니쿠스, 갈릴레오, 뉴턴 같은 위대한 과학자들이 나타나 우주과학의 기초를 확립했다. 이후 20세기 접어들면서 우주공학이 급속도로 발전한다. 1957∼1958년에는 전 세계의 과학자들이 공동으로 실시한 ‘국제지구물리관측년’을 통해 지구와 지구 주변 환경의 입체적인 과학 관측이 세계적 규모로 실시돼 우주과학에 일대 혁명을 가져왔다. 

특히 우주 개척이 급진전 할 수 있었던 데에는 미소냉전이라는 배경이 있었다. 초기 주도권을 잡은 건 소비에트연방(소련)이었다. 1957년 10월 4일 소련이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발사하자 세계가 깜짝 놀랐다. 그로부터 한 달 뒤 소련은 또 ‘라이카’라는 이름의 개를 태운 스푸트니크 2호를 발사했다. 늘 소련을 깔보며 모든 분야에서 한 수 위라고 자부했던 미국은 여기서 큰 충격을 받는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1961년 4월 12일 소련은 유리 가가린, 즉 인간을 태운 유인 우주선 ‘보스토크 1호’를 쏘아 올린 것이다. 유리 가가린은 “지구는 아름답고 푸른빛을 띠고 있다”는 유명한 말과 함께 1시간 48분 간 지구 상공을 일주한 뒤 귀환했다.

소련에 선수 뺏긴 케네디의 반격

이에 화가 난 존 F.케네디 당시 미 대통령은 비상대책위원회를 소집해 “1960년대가 끝나기 전, 미국인을 달에 착륙시키겠다”고 선언했다. 우주가 미소냉전의 각축장이 된 순간이었다. 미국은 NASA를 창설하고 무려 400억 달러 이상의 예산을 쏟아부었다. 마침내 1969년 7월 20일 암스트롱이 달에 발을 내디뎠다. 그는 “이것은 한 인간에게는 작은 한 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이다”라고 가가린에 뒤지지 않는 멋진 말도 남겼다. 이후 양국의 대대적인 우주개발 경쟁 속에 우주왕복선, 화성탐사선, 국제우주정거장(ISS) 등 우주개발 성과들이 나올 수 있었다. 

분위기가 반전된 건 냉전 시대가 종식되면서다. 한때 미국이 예산의 5%를 할당할 정도로 매년 천문학적 비용을 쏟아붓는 우주 탐사·유인 우주선 프로그램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이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10년 6월 우주 탐사 국제 경쟁에 나서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이듬해인 2011년 7월 우주왕복선 아틀란티스호 발사를 끝으로 유인 우주선 계획도 중단했다. 후속 우주 탐사 프로그램은 축소되거나 폐지됐다. 국제정거장 임무 등으로 자국 우주인을 보내야 할 때는 러시아 소유즈 우주선을 빌려 태웠다.

일론 머스크의 무모한 도전 성공

이틈을 비집고 민간 우주 개발이 급부상한다. 2000년 초반에 테슬라(전기차) 창업자 일론 머스크와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각각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을 차려 우주 개발 사업에 나선 것. 특히 스페이스X의 성장이 눈부시다 20년도 안 돼 세계 최대의 우주로켓 발사 업체가 됐다. 수차례 실패 끝에 2010년 팰컨9 발사에 성공한 이후 현재까지 모두 87회(팰컨9, 팰컨헤비 합계)나 로켓을 우주에 쏘아 올렸다. 스페이스X 로켓의 가장 큰 장점은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총 발사 횟수의 절반이 넘는 52회에 걸쳐 로켓을 해상 바지선이나 육상 기지로 회수했고, 회수한 로켓을 다시 쏜 횟수도 35차례나 된다. 한 로켓을 4번 회수해 5번 발사한 기록도 갖고 있다. 올해 5월 31일에는 유인우주선까지 쏘아올리며 2024년 화성탐사계획이 허언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해나가고 있다.

여기에 미중냉전 시대로 접어들면서 우주 패권경쟁 역시 다시 불붙고 있다. 중국이 지난해 무인 달탐사선 ‘창어4호’를 달에 보냈고 인류 최초로 달 뒷면 착륙에 성공했다. 오는 7월에는 화성탐사선을 발사하는 ‘톈원 1호 프로젝트’도 시작한다. 2022년에는 독자적인 우주정거장을  만들겠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취임 당시 우주 개척에 큰 관심이 없던 트럼프 정부도 달 재탐사 프로그램을 2028년에서 2024년으로 앞당기겠다며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내년 NASA 예산도 12% 가량 늘렸다. 지난해에는 공군 산하 우주사령부를 설치하고, 우주군 창설 법안에 서명했다. 트럼프는 “미국이 우주를 지배할 것이고 화성 착륙에서도 첫 번째가 될 것”이라고 강조해 우주 패권을 둔 경쟁은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