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권 대한노인회 충남 당진시지회장 “대통령·도지사·대기업에 보낸 ‘눈물의 진정서’…지원 이끌어내”
김성권 대한노인회 충남 당진시지회장 “대통령·도지사·대기업에 보낸 ‘눈물의 진정서’…지원 이끌어내”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0.06.19 13:30
  • 호수 7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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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화력발전소·현대제철서 노인회 행사 및 지회 운영비 협찬  

사서삼경·세종 ‘권농문’ 등 편찬서 제작…경로당·학교 무료배포

[백세시대=오현주기자] 충남의 노인사회에 큰 변화를 불러일으킨 노인지도자가 있다. 김성권(79) 대한노인회 충남 당진시지회장이 주인공이다. 김 지회장은 지역의 노인들이 겪는 어려움을 절절히 기록한 ‘눈물의 진정서’를 대통령, 도지사, 당진시장 등에 보내 뜨거운 응답을 받았다. 또 인간의 기본적인 도리와 예의를 가르치는 명문장을 수록한  ‘가이드북’을 경로당과 단체장, 학교 등지에 무료로 배포해 노인회 위상을 높이기도 했다.

지난 6월 12일, 충남 당진시 시청로에 위치한 지회에서 김 지회장을 만나 진정서와 가이드북을 내게 된 배경과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었다. 

김 지회장은 농협조합장 3연임, 군 의원 재임 등 화려한 공직 경력을 갖고 있다. 2018년 4월에 취임했다. 

-‘눈물의 진정서’는 무언가.

“지난 2년간 지회장 하면서 가장 심혈을 기울인 일 중 하나다. 대한노인회 당진시지회 이름으로 A4 크기의 7쪽 분량에 ‘고충호소진정서’라는 제목으로 노인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과 요구사항을 낱낱이 적었다. 그리고 343개 산하 경로당 회장의 날인을 받고 그들의 인감증명을 붙여 대통령, 국회의장, 도지사, 도의회 의장, 당진시장, 당진시의회 의장, 당진화력발전소, 현대제철에 보냈다.”

이 진정서는 컴퓨터 한글파일이 아닌 손수 붓글씨로 작성해 진정서의 내용이 더욱 호소력있게 전달됐다는 후문이다. 

-어떤 고충들인가.

“크게 세 가지이다. 하나는 서울·인천 등 대도시 노인들은 전철 무임승차로 천안 독립기념관, 온양온천을 수시로 다니지만 그에 반해 당진시 노인들은 대기업에서 내뿜는 공해를 마시며 농사짓느라 병들었고 병원에 가려해도 버스비 혜택도 못 받으니 이런 불공평한 처사가 이 세상 어디 있는가 하는 점이다.”

두 번째 고충은 당진시의 공시지가가 높아 과다한 세금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당하고 있다는 것이며 세 번째는 그로 인해 당진시 노인들은 기초연금 수급의 혜택도 타 시·군에 비해 덜 받는다는 것이다. 

-대기업 공해는 무슨 말인가.

“당진화력발전소, 현대제철 인근 지역 농민들은 중금속 분진과 오염으로 기관지 천식, 폐렴 등을 앓고 있다. 농산물 피해는 물론이요 실생활에도 막대한 피해를 입는다. 그럼에도 대기업에서 내는 세금은 중앙정부에서 다 가져가고 당진시민은 공해 피해만 입으니 이는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00가 받는다는 속설과 다를 바 없다. 병을 주었으면 치료를 해주어야 당연하지 않겠나.”

-성과는 있었나.

“75세 이상 시내버스 무료승차제도가 만들어지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당진화력발전소와 현대제철에서 노인의 날 같은 행사에 지원해주기도 한다. 작년에 당진화력발전소에서 지회 사업비 1000만원을 협찬해주기도 했다.”

-진정서가 효과를 본 것 같다.

“당연하다. 우리가 당하고 있는 피해를 그 사람들에게 깨우쳐주었기 때문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제가 오기 전까지는 외부의 도움을 거의 받지 못했다.”

-경로당 시설은 어떤가.

“이곳은 아파트경로당보다 일반경로당이 압도적으로 많다. 시설은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지만 경로당 한 곳 당 운영비(연 400만원 선)가 타 시·군에 비해 많지가 않다. 대신 시에서 ‘생산화사업’이라고 해서 농작물을 경작하는 경로당에 대해 300만~500만원씩 지원해준다. 현재 20곳의 경로당에서 휴면지에 고구마, 감자, 서리태 등을 심어 한 곳 당 연 500만원의 수익을 올린다. 그게 운영에 큰 도움이 된다.”

김성권 당진시지회장(중앙)이 지회 사무실 앞에서 직원들과 기념촬영했다. 김 지회장 오른편이 이윤화 사무국장.
김성권 당진시지회장(중앙)이 지회 사무실 앞에서 직원들과 기념촬영했다. 김 지회장 오른편이 이윤화 사무국장.

-노인일자리는 어떤가.

“학교·유치원 관리, 노인재능나눔에 참여하는 이가 1000여명 된다.”

김성권 지회장은 5·6·7대 송산농협조합장과 당진군의회 2,3대 의원을 지냈다. 평화통일자문위원이다. 김 지회장은 어릴 적 단천서당을 다니며 사서삼경을 익혔다. 전국휘호대회 대상 수상을 비롯 개인전을 7차례나 열었다. 

-농협장 시절 에피소드는.

“초창기 직원들이 10명 내외였지만 월급 주는 것조차 어려웠다. 당진에서 생산되는 소금을 전 농협에 판매해 자립의 기반을 닦았다. 나올 때는 직원이 30여명, 자본금도 1000억원대에 달했다.”

-군 의원 시절은 어땠는가.

“시와 군민의 중간 위치에서 군민을 위하는 쪽으로 균형 발전을 도모했다. 예산결산위원장을 여러 번하면서 의원들에게 늘 깨끗한 의원이 되자고 강조하고 청빈한 의원상 정립에 노력했다.”

-노인회와 인연은.

“공직생활을 끝내고 당진시 21개 노인대학과 복지관 등에서 한문, 서예를 가르치면서 노인회에 발을 들여놓게 됐다.”

-노인대학에서 무얼 가르쳤나.

“한마디로 ‘인의예지, 극기복례’라고 말할 수 있다. 자기 욕심을 버리고 인간의 기본예의를 지키라는 말이다. 지금 위정자들이 황금에 눈이 어두워 지탄을 받고 있다. 그런 사회현상을 노인들은 안타깝게 보고 있다. 그렇게 살면 안된다는 것을 깨우쳐주기 위해 제가 작년에 편찬서를 냈다.”

김 지회장은 사서삼경, 농민독본, 조선왕조실록 등에서 명문장을 고르고 유명 시인의 시를 받아 220쪽의 ‘금언문장보감’이란 두툼한 편찬서를 펴냈다. 물론 이번에도 손수 붓글씨로 책 한 권을 완성했다.

-어떤 내용들인가.

“맹자의 3락, 세종대왕의 권농문 그리고 상량식 문안, 머릿돌 예문, 명인행장기, 석존제·시산제 축문 등 생활에 필요한 글들로 엮었다.” 

김 지회장은 “지인의 도움으로 2000부를 발간해 전 경로당(3부씩), 지역사회 단체장(200명)과 학교(100여교)에 무료로 배포했다”며 “발간식 때 국회의원, 당진시장, 시의장 등 350명이 참석해 축사도 해주고 격려해줘 지금도 감사의 마을을 잊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전국적인 캠페인을 펼치려고 한다. 바로 국가로부터 부역의 대가를 받자는 운동이다. 지금의 노인들은 농촌을 위해 평생 희생하고 땀을 흘렸다. 저 역시 마을의 15m 도로를 만드는데 힘을 썼다. 몸이 아파 못 나가면 부역대금이란 것까지 치렀다. 지금 이렇게 살게 된 게 모두 노인들 덕이지만 국가로부터 한 푼도 받은 게 없다. 국가발전에 기여하고 자식 많이 낳아 키우느라 자기 앞가림을 하지 못한 노인들이 80%가 넘는다. 노후라도 편하게 지내라고 국가가 보살펴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제 그 대가를 3분의 1만이라도 받아야겠다는 생각이다.”

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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