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군대는 군인답게 다녀와야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군대는 군인답게 다녀와야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0.06.19 13:38
  • 호수 7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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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아직 대학 신입생 때 학교에서 진행하는 행사 준비위원으로 참여한 적이 있다. 행사에 필요한 물건을 만들기 위해 필자는 다른 동기들과 함께 망치질이라는 중책을 맡았는데 망치가 부러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두 시간 안에 일을 끝내야 했지만 망치가 없다는 이유로 넋을 놓고 있던 그때 갓 제대해 복학생 선배가 나타났다. 선배는 망치가 없어 일을 못하고 있다는 우리의 말에 “이래서 남자는 군대에 다녀와야 해”라는 말과 함께 주변에 단단한 물건을 집어 거침없이 못을 박아나갔다. 

당시만 해도 선배가 대단해 보였지만 시간이 흘러 필자 역시 군대에 입대하고 나서 생각이 달라졌다. 군대에 다녀온 남자라면 누구나 같은 상황에서 같은 선택을 하게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나라 군대는 매년 좋아지고 있지만 필자가 군에 입대했던 2000년대 초중반만 해도 열악했다. 군대에서는 훈련 외에도 일명 ‘작업’이라 불리는 잡다한 일을 하는데 장비가 대부분 형편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주어진 작업량을 소화하지 못하면 곤욕을 치루기 일쑤였기 때문에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의 심정으로 일을 마무리해야 했다. 이로 인해 망치가 없으면 단단한 물건을 찾아 못질을 하는 습관이 자연스레 몸에 밴 것이다. 

스무살이 된 대한민국 남자의 최대 고민은 군대이다. 안 가면 좋겠지만 갔다면 최대한 정직하게 군 생활을 하는 것이 좋다. 그러다 보면 제대 후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생존력도 자연스럽게 익히고 입대 전 나쁜 습관도 고치는 경우가 많다. 

최근 한 신용평가회사 임원의 아들이 경악을 넘어 황당무계한 군 생활을 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일개 병사인 주제에 자신보다 계급이 한참 높은 부사관에게 빨래를 시키지 않나, 틈만 나면 하루 종일 외출을 나가고 심지어 탈영이 의심될 정도로 무단이탈을 벌이기까지 했다. 국군 창설 이래 최악의 군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더 큰 문제는 그의 아버지가 대한민국 모든 국민을 신용도로 줄 세우는 신용평가회사를 사실상 대표하는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남의 신용을 평가하는 사람이 정작 자신의 아들로 인해 군 전체의 신용을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망가트렸다. 

평화 분위기가 조성됐던 남북관계가 다시 경색되는 시점인 것을 감안하면 도저히 용서가 되지 않는 범죄다. 특히 그 병사의 행동으로 인해 정상적으로 병역을 마친 전역용사들은 졸지에 바보가 됐다. 전시였다면 총살을 당해도 무방할 정도로 심각한 범죄를 저지른 해당 병사에 대한 수사를 철저히 진행하고 그에 따른 엄벌을 내려 군의 정의를 바로 세워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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