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연 전남‧충남‧경북 일부 경로당 “방역하며 경로당 개방… 아무 문제 없어요”
문 연 전남‧충남‧경북 일부 경로당 “방역하며 경로당 개방… 아무 문제 없어요”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0.06.26 11:31
  • 호수 7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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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쓰고, 체온 재고, 명부 작성
전남을 비롯해 충남, 경북 등 일부 경로당이 철저한 방역과 거리두기를 통해 경로당 운영 재개에 성공하며 타 지자체 경로당도 문을 열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경로당 행복도우미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경북 포항시 호암경로당 어르신들의 모습.
전남을 비롯해 충남, 경북 등 일부 경로당이 철저한 방역과 거리두기를 통해 경로당 운영 재개에 성공하며 타 지자체 경로당도 문을 열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경로당 행복도우미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경북 포항시 호암경로당 어르신들의 모습.

체조 등 실내프로그램 자제… 무더위쉼터 역할만으로도 회원들 만족

경북 포항 등 경로당 회장을 방역관리자로 지정… 일자리와 연계도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잃어버린 집을 되찾은 기분이에요.”

지난 6월 22일 경북 포항시의 한 경로당이 4개월 만에 문을 열었다. 하지만 경로당 이용 풍습은 조금 달라졌다. 마스크를 쓴 회원들은 경로당 문 앞에 서서 비접촉 체온계로 열부터 쟀다. 문제가 없는 회원들은 손소독제로 손을 꼼꼼히 소독한 후 명부에 이름을 쓰고 서명까지 끝낸 후 비로소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김덕중(가명) 회장은 “무더위를 피해 잠깐 쉬어가는 정도고 마스크를 쓰고 떨어져서 대화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회원들의 얼굴에 미소가 돌아왔다”고 말했다.

코로나19 2차 유행 조짐으로 대부분의 경로당이 운영 재개를 머뭇거리고 있는 가운데 일부 경로당들이 철저한 거리두기와 방역 시스템을 구축해 재개관에 나서 주목받고 있다. 전남을 비롯해 충남, 경북, 경남 지역 일부 경로당이 코로나19 확산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운영에 나선 것이다.

해당 지역들이 경로당 문을 연 결정적 계기는 철저한 준비속에 내린 지자체의 결단 덕분이었다. 복지부는 지난 5월 ‘코로나19 유행 대비 사회복지시설 대응 지침 5판’을 배포하며 사전 준비사항 점검을 마친 뒤에는 지자체별로 재개 시점을 판단해 경로당을 자체 운영토록 했다. 이태원 클럽발 재확산이 시작되면서 대부분의 지자체가 머뭇거린 데 반해 경남 통영시와 충남 서천군 등은 6월 초 경로당 운영을 재개했다.

해당 지역은 재개관 2주 전부터 읍‧면‧동주민센터와 보건소를 앞세워 경로당 소독에 나섰다. 어르신들이 많이 사용하는 변기와 문고리 등을 일일이 닦는 등 사전 예방 활동을 펼쳤다. 또한, 경로당별 노인회장 등을 방역관리자로 지정하고, 읍면동 분담직원을 책임공무원으로 지정해 운영 준비를 마쳤다.

해당 지역 대한노인회 지회에서는 경로당 회장과 총무를 대상으로 코로나19에 대응한 운영 교육을 맡아 비접촉식 체온계 사용법부터 명부 작성 방법 등을 교육했다. 또 문을 연 뒤에도 지회 관계자가 경로당을 계속 돌며 모니터링을 하면서 미진한 부분에 대한 추가설명을 진행했다. 즉, 대한노인회, 동주민센터, 보건소가 유기적 협력 시스템을 구축해 적극적인 차단에 나선 것이다. 

또한 경로당 방역상황을 수시로 점검해 기본 방역수칙이 지켜지지 않는 경로당은 어르신들의 안전문제, 감염병 예방관리 차원에서 운영을 중지할 예정이다.

사진은 운영을 재개한 서천군의 한 경로당을 방문해 어르신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노박래 서천군수.
사진은 운영을 재개한 서천군의 한 경로당을 방문해 어르신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노박래 서천군수.

서천군 관계자는 “체조를 비롯한 프로그램이나 식사는 여전히 할 수 없고 사실상 무더위쉼터로만 활용하고 있다”면서 “우리 지역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에서라도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즉각 운영을 중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모처럼 경로당에 나온 어르신들도 적극적으로 협조하면서 보다 안전하게 경로당이 운영될수록 돕고 있다. 일부 어르신들은 한글 쓰는 게 서툴러 명부 작성에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지만 지회의 도움을 받으며 서서히 정착되고 있다.

경남 통영시의 한 경로당 회장은 “예전보다 경로당에서 지내는 것이 불편해졌지만 서로의 안전을 위해서 대부분 회원들이 적극적인 자세로 동참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인사회 일각에서는 새로운 일자리까지 만들며 경로당 개관에 나선 경북 포항시의 사례를 들며 보다 많은 지자체가 경로당 운영 재개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6월 22일부터 관내 모든 경로당 문을 연 포항시는 하루 이용 인원을 15명 이하로 제한하고 요일제 또는 격일제로 운영하고 있다. 

각 경로당 회장을 방역관리책임자로 지정해 1일 2회 이상 발열체크, 방문자 건강관리 대장기록, 매일 2회 이상 환기시키기 등을 수행하도록 했다.

특히 여가문화 프로그램 강사인 행복도우미까지 동원해 적극적으로 코로나19 차단에 나서고 있다. 행복도우미 30여명에게는  경로당 프로그램이 재개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경로당에서 거리두기 등 방역수칙을 잘 지키는지 지도‧점검을 맡겼다. 이와 함께 경로당 환경정비와 소독활동을 담당하는 ‘경로당 환경정비 기간제 근로자’(중장년일자리) 60명을 선발해 12월까지 운영한다.

포항시 관계자는 “어르신들이 무사히 여름을 날 수 있도록 행정력을 집중해 안전하게 운영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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