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 문화 담긴 고인돌 절반은 한반도서 발견
선사 문화 담긴 고인돌 절반은 한반도서 발견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0.06.26 14:49
  • 호수 7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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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돌 통해 본 세계의 거석문화

세계 7만기 중 4만기 분포… 형태 따라 탁자‧바둑판‧덮개식 등으로 구분

수직으로 세운 ‘선돌’, 일렬로 세운 ‘열석’, 얼굴 조각한 ‘석상’ 등 다양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지난 6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전남 화순 고인돌 유적지 옆에 ‘세계거석테마파크’가 문을 열어 화제를 모았다. 1만6665㎡ 규모의 테마파크에는 칠레 이스터섬 모아이 석상, 인도 우산돌, 프랑스 로체 돌멘, 콜롬비아의 산 우구스틴 고인돌, 북한 관산리 고인돌, 중국 석붕, 아프리카 환상열석 등을 원형 크기로 재현해놓고 거석문화를 소개해 주목받고 있다. 

거석문화란 큰 바위들을 그대로 옮기거나 가공해서 석상이나 무덤 따위의 거석기념물을 만들던 선사시대의 문화를 말한다. 신석기 이후부터 청동기까지 유지됐고 북유럽, 서유럽, 지중해 연안, 인도, 동남아시아, 동북아시아 등 거의 전 세계적으로 분포돼 있다.

세계 거석문화의 종류로는 고인돌, 선돌, 열석(列石), 환상열석(環狀列石), 석상(石像) 등이 있다. 이중 한반도에서 많이 발견되는 고인돌은 땅 위와 밑에 무덤방(墓室)을 만들고 그 위에 거대한 덮개돌(上石)을 덮은 형태로, 거석문화를 대표하는 유적이다. 대부분 무덤으로 쓰이고 있지만 공동무덤을 상징하는 묘표석(墓標石)으로, 종족이나 집단의 모임 장소나 의식을 행하는 제단(祭壇)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고인돌은 큰 돌을 받치고 있는 형상

순우리말인 고인돌은 큰 돌을 받치고 있는 ‘괸돌’ 또는 ‘고임돌’에서 유래했는데, ‘지석묘’(支石墓)라고도 한다. 중국에서는 ‘대개석묘’(大蓋石墓)라고 하며, 영어로 ‘돌멘’(Dolmen)으로 불린다. 특히 한반도에는 전 세계에서 고인돌이 가장 많이 분포한다. 세계에서 발견된 고인돌 7만여 기 중 남한에 3만여 기, 북한에 1만여 기 등 한반도에 4만여 기가 존재한다. 

한반도 고인돌은 형태에 따라, 평지에 높은 받침돌로 무덤방을 만든 ‘탁자식’(북방식), 받침돌이 낮은 ‘바둑판식’과 땅속 무덤방 위를 돌로 덮은 ‘덮개식’(이상 남방식) 등으로 나뉜다. 유럽에서는 여러 개의 고임돌을 연이어 만들고 그 위에 수 개의 덮개돌이 덮여 있는 터널형 혹은 복도형, 통로형이 주로 발견된다.

고인돌의 기원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한반도에서 시작돼 세계 여러 나라로 퍼졌다는 ‘자생설’, 벼농사를 많이 짓는 동남아시아에서 바닷길을 타고 중국 동북 바닷가 지방과 우리나라로 전파됐다는 ‘남방 기원설’, 한반도 북쪽 시베리아 카라수크 돌널무덤이 세계 여러 나라로 퍼져 고인돌 무덤을 쓰기 시작했다는 ‘북방 기원설’ 등이 있다. 학자들은 이 가운데서 북방 기원설을 많이 따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고인돌은 바위산·절벽 부근의 해안이나 강변 지역에 많이 나타난다. 이중 전국 해안·강변·산자락·농경지·마을에 분포하는 고인돌 가운데, 밀집도가 높고 원형이 잘 보전된 인천 강화도(70기), 전북 고창(447기), 전남 화순(596기)의 고인돌 무리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세 곳의 고인돌 밀집지역이 특히 주목받는 건 고인돌 축조에 쓰인 채석장 흔적이 함께 남아 있어서다. 강화도의 경우 고려산 중턱, 고창은 섬틀봉과 중봉, 화순은 보검재 주변 산 중턱 바위산이 채석장으로 쓰였다. 고창·화순 채석장 유적에선 돌을 떼어내려고 나무를 박았던 쐐기 구멍과 옮기다 만 덮개돌 모습까지 관찰할 수 있다. 이외에도 하나의 돌을 수직으로 세워 놓은 형태인 선돌은 고인돌과 함께 거석문화를 대표하는데, 우리나라 마을 입구 등에서 많이 보인다. 일반적으로 생산과 풍요를 기원하는 남근(男根)숭배와 관련된 것으로 보고 있다. 선돌은 단독으로 있는 경우도 있지만 유럽의 프랑스나 영국에서는 수십기에서 수천기가 열지어 분포하기도 한다.

열석은 선돌이 한 줄이나 여러 줄로 평행하게 세워진 형태로 우리나라에서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가장 유명한 프랑스의 카르냑 열석은 낮은 것이 60㎝, 가장 높은 것이 6m나 되는 선돌이 3000여 개 이상 3개 구역으로 나뉘어 약 4㎞에 걸쳐 동서로 뻗어 있다.

스톤헨지, 모아이석상 등 유명

환상열석은 선돌을 원형으로 배열한 형태로, 한 열 또는 이중 삼중으로 배열한 것이다. 영국의 스톤헨지가 대표적이다. 210㎞ 떨어진 곳에서 이동해 온 청석제 거석으로 30개 정도의 돌을 원형으로 세우고 그 위를 연결시킨 형태다. 그 안에는 거석 두 개를 세우고 그 위에 장대석을 얹어놓은 삼석탑(三石塔) 5개를 ‘U’자형으로 배열했는데 이 돌의 무게는 세워진 것이 30~40톤, 윗돌은 6~10톤이나 된다. 이 환상열석 주위에는 길이 1.3㎞의 도랑과 둑이 원형으로 돌려져 있고 최소 247개의 선돌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환상열석은 장례와 관련된 특수 의식 장소로 보는 견해와, 하지 때 일출과 관련해 천체관측의 공간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석상은 사람의 얼굴 등 형상을 묘사한 돌을 세워놓은 것이다. 우리나라에 흔한 장승이나 제주도에 많은 돌하르방, 석상은 여러 나라에서 발견되지만 칠레 이스터섬 모아이 석상이 가장 유명하다. 섬의 해안가에 200여개의 석상들이 바다를 향해 세워져 있는데, 사람 얼굴을 웅장하고 당당한 모습으로 조각했다. 큰 것은 높이가 10m 이상에 무게가 82톤이나 되며, 산의 암반층에는 만들다만 것도 있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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