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포스트 코로나 시대 영화관의 운명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포스트 코로나 시대 영화관의 운명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0.07.03 14:20
  • 호수 7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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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4일 개봉한 유아인, 박신혜 주연의 ‘#살아있다’가 개봉 첫 주에 100만명을 돌파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극장가는 20년 전으로 퇴보한 것 같았다. 한국영화 시장은 그간 꾸준히 성장세를 유지해왔다. 매달 500만명을 동원한 작품을 하나씩은 내놓고 매년 2~3편씩 1000만 관객 작품이 나올 정도로 큰 시장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지난 3월 이후 100만 관객을 동원한 작품은 ‘#살아있다’가 유일하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영화를 보지 않는 것은 아니다. 유튜브, 넷플릭스 등 글로벌 대형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는 대형 영화관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급성장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당초 가입자 700만 명 증가를 예상한 것과 달리 올해 1분기에만 1600만명 이상이 늘어났고 주가도 34% 가량 껑충 뛰었다. 반면에 CGV 등 대형 멀티플렉스 영화관은 일부 상영관의 영업을 중단하는 등 급속하게 쪼그라들고 있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극장 개봉 대신 넷플릭스행을 선택한 ‘사냥의 시간’이다. 인기 배우인 이제훈과 최우식이 출연한 이 작품은 300만명 이상을 동원해야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봉을 앞둔 시점에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대유행을 했고 고심 끝에 제작비 수준의 계약금을 받고 넷플릭스에서 상영하는 것을 결정했다. 결과적으로 보면 이 선택은 현 상황에서 최고의 선택이었다. 국내에서 혹평을 받은 것과 달리 해외에서의 반응은 좋아 양쪽 모두 최선의 결과를 가져갔다.

대형 멀티플렉스 3사가 영화시장을 장악한 이후 관객들은 꾸준히 불만을 제기해 왔다. 툭하면 가격을 인상하고 광고 시간 역시 길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형 스크린과 웅장한 사운드로 영화를 감상하는 맛이 있기에 대형멀티플렉스 영화관들은 성장해왔다. 넷플릭스가 급성장 하는 와중에도 말이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추격자였던 넷플릭스에게 주도권을 완전히 넘겨주고 영화관 자체가 쫓아가야 하는 형국이 펼쳐진 것이다. 지난 4개월간 많은 영화 관객들이 한 편의 영화표값으로 한 달 간 수백편의 영상 콘텐츠를 즐기는 것에 익숙해졌다. 글로벌기업인 디즈니와 아마존 등도 OTT 사업에 뛰어들었고 국내 진출도 노리고 있다. 반면에 영화관은 코로나19가 정상화된다 해도 그간 손해를 본 것을 만회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고 서비스의 질 역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라도 영화관은 시대의 변화를 인정하고 외면해왔던 관객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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