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전쟁과 국립박물관’ 전, 6·25 전쟁 중 문화재 지켜낸 박물관 사람들의 헌신
‘6·25 전쟁과 국립박물관’ 전, 6·25 전쟁 중 문화재 지켜낸 박물관 사람들의 헌신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0.07.03 15:15
  • 호수 7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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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 선공개 된 이번 전시는 국립박물관이 한국전쟁 속에서 어떻게 문화재를 지켜냈는지를 다양한 유물들을 통해 보여준다. 사진은 국립중앙박물관의 한 직원이 전시 유물을 관람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 선공개 된 이번 전시는 국립박물관이 한국전쟁 속에서 어떻게 문화재를 지켜냈는지를 다양한 유물들을 통해 보여준다. 사진은 국립중앙박물관의 한 직원이 전시 유물을 관람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국립박물관, 부산으로 경주로 옮겨가며 꼼꼼하게 소장품 지켜

북한군 군홧발 찍힌 관방지도, 몸통 날아간 백자 항아리 등 눈길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오대산 월정사가 소실되면서 함께 불에 녹은 ‘선림원지 동종’, 군홧발 자국이 남은 ‘요계관방지도’(숙종 때 만든 군사지도), 몸통이 날아간 ‘청화백자 용 항아리’, 그리고 1954년 국립박물관이 영문으로 간행한 소책자 ‘전쟁 중에 파괴된 한국의 문화재’에 실린 문화재 사진들까지. 전쟁은 우리 문화재에 거대한 상흔을 남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문화재들이 살아남았고 그 중심에는 국립박물관을 비롯한 많은 기관과 학예사들의 헌신이 있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6.25 전쟁 70주년을 맞아 ‘6.25 전쟁과 국립박물관-지키고 이어가다’ 전을 9월 13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한국전쟁으로 수난을 겪은 우리 문화재를 재조명하고 서울 점령 이후 9.28 수복 때까지 국립박물관이 맞은 위기와 피해 상황을 살펴본다.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따라 박물관이 휴관 중이므로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과 유튜브를 통한 온라인 전시로 우선 개막된다.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이번 전시는 6·25전쟁으로 사라질 위기에 빠진 문화재를 지키고 문화의 맥을 잇고자 했던 국립박물관을 조명하며, 국난 극복과 평화의 교훈을 공유하고자 마련했다”고 밝혔다.

선림원지 동종 불에 녹아 거의 소실

전시는 총 2부로 진행된다. 먼저 1부 ‘위기에 빠진 우리 문화재’에서는 6·25로 인해 수난을 당했던 문화재들이 소개됐다. 전쟁의 상흔을 보여주듯 출품작 중에는 온전치 못한 유물들이 대다수다. 이 가운데 한국전쟁 중 소실돼 극히 일부만 남은 강원도 양양 선림원지 동종이 눈에 띈다. 

이 동종은 1948년 양양 선림원지에서 발견됐지만 돌볼 사람이 없어서 오대산 월정사측이 보관하고 있었다. 동종에는 통일신라시대인 804년(애장왕5년) 순응법사가 제작했다는 명문이 새겨져 있었다. 명문에 등장하는 시주자 명단 등을 통해 당시의 관직명과 이두 등을 살펴볼 수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그러다 전체 높이 122㎝, 입지름 68㎝의 위용을 자랑했던 이 동종은 불에 녹아 거의 유실되고 말았다. 1951년 당시 중공군의 참전으로 후퇴하던 한국군에게 작전지역 내 사찰을 포함한 모든 민간시설물을 소각하라는 명령이 하달됐다. 산속 민가와 사찰이 적의 엄·은폐물 및 보급기지로 활용될 것을 우려한 조치였다. 월정사 측은 적군이 주둔지로 사용하지 않으면 소각하지 않을 것이라 믿고 각 전각의 방 구들을 파내고 모든 문짝을 뜯어냈다. 하지만 사찰측의 노력은 헛수고로 끝났다. 천년고찰 월정사는 끝내 한국군의 초토화 작전으로 팔각9층석탑(국보 제48호)을 제외한 모든 구조물이 소실됐다. 동종도 파편만 남기고 녹아버렸다.

2부 ‘문화를 지키고 세계에 알리다’에서는 1950년 12월 부산으로 옮긴 국립박물관이 피란지에서도 한국 문화를 지키고 이어가기 위해 벌였던 노력을 조명한다.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은 서울 용산에 위치하고 있지만 한국 전쟁 당시 문화재를 지키기 위해 부산, 경주 등으로 옮겼다. 1950년 12월 국립박물관은 문화재를 부산으로 옮기기 위해 유진 크네크 부산 미국공보원 원장의 도움을 받았고, 부산 광복동 1가 52번지의 관재청 산하 경남 관재국 창고에 보관하면서 문화재를 지킬 수 있었다.

스님이 미군에게 불상 부탁해 지켜내기도

전시에서는 당시 김재원 국립박물관장이 부산으로 박물관을 옮기기 위해 기록한 ‘소재품 목록’이 전시장에 소개된다. 급하게 쓴 글씨를 통해 전쟁 속에서도 우리 문화재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아울러 당시 국립박물관의 이전을 승인한 당시 문교부 장관의 허가서, 임시청사의 내부 평면도도 전시된다. 또 1953년 전쟁 중에도 국립박물관이 발굴했던 경주 금척리 고분, 노서리 138호분 출토 토기들도 소개한다.

“제발 북한군에게 빼앗기지 말아달라”는 스님의 부탁을 저버리지 않은 미군 덕에 살아남은 불상(관세음보살상)도 출품된다. 고려말 조선 초에 제작된 이 불상은 화불(花佛, 작은 부처)이 새겨진 보관(寶冠)을 쓰고 있는 특징을 갖고 있다. 원나라 시대에 유행한 티벳 불교의 영향을 받은 작품이다. 6·25전쟁에 참전했던 미국병사 찰스 슈미트가 강원도 철원 모 사찰 스님의 신신당부와 함께 받아 간직한 유물로 1999년 반환됐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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