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로 다시보는 명작 한국영화 3] 두만강아 잘 있거라, ‘만주 활극’의 시작을 알린 임권택 감독 데뷔 성공작
[유튜브로 다시보는 명작 한국영화 3] 두만강아 잘 있거라, ‘만주 활극’의 시작을 알린 임권택 감독 데뷔 성공작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0.07.03 15:22
  • 호수 7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임권택 감독의 데뷔작인 이 작품은 196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큰 인기를 끈 '만주 웨스턴' 장르의 시작을 알린 작품으로 일제시대 학생독립단의 이야기를 다뤘다. 사진은 두만강아 잘 있거라 출연진들의 모습.
임권택 감독의 데뷔작인 이 작품은 196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큰 인기를 끈 '만주 웨스턴' 장르의 시작을 알린 작품으로 일제시대 학생독립단의 이야기를 다뤘다. 사진은 두만강아 잘 있거라 출연진들의 모습.

일제에 저항한 학생독립단의 목숨 건 전투와 애절한 사랑 담은 수작   

후반부 설원 ‘스키 전투’ 장면 압권… 서울서만 9만명 동원해 흥행 성공

[백세시대=배성호기자] 2008년 개봉해 660만명을 동원하며 흥행과 비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은 우리나라에서 탄생한 ‘만주 웨스턴’을 계승한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만주 활극이라고도 불리는 만주 웨스턴은 서부극을 한국식으로 풀어낸 장르로, 일제강점기 시대 만주를 배경으로 한 활극을 말한다. 1960~1970년대 집중적으로 제작된 이 장르의 효시로 꼽히는 작품은 다름 아닌 거장 임권택 감독의 데뷔작인 ‘두만강아 잘 있거라’(1962)이다.

일제강점기인 1920년대 학생독립단의 목숨을 건 치열한 전투와 사랑, 이별 등을 다룬 이 작품은 일본군 경찰을 피해 도망가는 ‘영우’(김석훈 분)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영우와 그의 동지들은 서대문 형무소를 파괴해 독립투사들을 구출한 직후 피신하고 있는 중이다. 그는 집에서 어머니께 하직 인사를 드리고 동지들과 함께 두만강을 넘어 만주로 향하고자 한다. 영우와 동지들은 이 선생의 지도하에 학생독립단을 만들어 일제에 대항하고 있었는데, 변절자의 신고로 이 선생이 체포되고 만다. 뿐만 아니라 영우의 어머니 역시 헌병대에 끌려가서 결국에는 고문 끝에 사망하고 만다. 

일제 때 학생독립단 투쟁 그려내

이에 임신한 애인 경애(엄앵란 분)와 홀로남은 어머니를 떠나 먼 항전의 길을 시작한 ‘영우’, 업소를 운영하는 누나 연화(문정숙 분)와 이별하고 결사대에 뛰어든 ‘현구’(이대엽 분), 연화와 사랑하는 관계인 ‘창환’(황해 분) 등으로 구성된 수십 명의 학생독립단은 산속에 모여 자신들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두만강을 건너 만주로 건너갈 계획을 세운다.

이 선생 체포에는 영우의 애인 ‘경애’(엄앵란 분)의 사진이 계기가 됐다. 경애의 외삼촌 ‘민태영’(허장강 분)은 경애에게서 영우와 이 선생이 함께 찍은 사진을 훔쳐 헌병대장 와키노에게 밀고한다. 이때 이를 경고하러 갔던 경애의 모습이 학생독립단에게 포착되고 영우는 경애가 변절한 것으로 오해하고 배신감에 절망한다. 또한 경애는 영우를 찾기 위해서 길을 떠나지만 그녀의 행적이 민태영에게 노출되면서 되레 영우 일행을 위태롭게 만든다.

학생독립단은 두 부대로 나뉘어 조선의 북쪽으로 이동한다. 영우가 이끄는 부대는 구월산을 지나 두만강으로 향하고, 창환이 주축이 된 부대는 강원 고성을 지나 두만강으로 향하기로 한다. 독립단은 조선인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필사의 탈출을 감행하고, 와키노는 수적 우세를 바탕으로 독립단 일행을 집요하게 추격한다. 

한편 영우를 따라간 경애는 우여곡절 끝에 그를 만나게 된다. 영우는 오해를 풀고 경애를 받아들인다. 하지만 다른 부대는 변절자의 밀고에 걸려 큰 타격을 입고, 창환은 간신히 살아남는다. 밀고자를 제거한 그는 애인인 연화의 도움을 받아 적의 추격을 따돌리고, 필요한 정보를 얻는다. 이후 두만강 기슭에서 다시 만난 두 부대는 일본군과 최후의 혈전을 펼친다.

‘만주 웨스턴’ 장르의 효시

이 작품은 1960년대를 풍미한 만주 웨스턴 장르의 시작을 알렸다는 점에서 영화사에 큰 의미를 가진다. 학생독립단은 탈출 과정에서 일본군과 교전을 펼치는데, 그 과정에서 총과 말로 상징되는 전통 서부극의 특징을 보여준다. 

비록 만주 벌판에서의 전투는 실현되지 않지만, 총격전을 바탕으로 한 액션 활극은 한국적 웨스턴 장르의 문을 여는 역할을 했다.

부산에서 군화를 팔다가 서울로 올라와 이규환, 정창화 감독의 조감독을 거쳐 감독으로 성장한 임권택 감독은 이 작품으로 서울에서만 9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거장으로서의 첫발을 내딛었다. 당시는 개봉관 관객이 5만명만 되어도 제작자가 돈방석에 앉는다고 하던 시대다. 

학생독립단을 이끄는 두 명의 영웅이 남과 북, 동과 서로 나뉘어 이야기가 전개되는 구조 역시 흥미진진하다. 두 개로 나눠진 부대를 이끄는 영우와 창환, 그리고 이 두 사람의 연인인 경애와 연화의 이야기는 서로 다른 매력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두 개의 이야기는 후반부에서 하나로 합쳐지고 대미를 장식하는 두만강 전투로 이어진다. 특히 마지막 장면인 설원을 배경으로 한 독립군과 일본군의 전투는 명장면으로 기억되고 있다. 여기에서 독립군은 스키를 타고 총을 쏘며 일본군과 싸우는데 한국영화로서는 매우 파격적인 시도였다. 개봉 당시 ‘한국영화 사상 길이 빛날 대규모의 스키신’으로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도 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