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무료’ 버스공영제 확산…전남 신안군 이어 강원 정선군 도입
‘어르신 무료’ 버스공영제 확산…전남 신안군 이어 강원 정선군 도입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0.07.10 11:20
  • 호수 7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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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일부터 버스공영제 시범 운영에 들어간 강원 정선군의 ‘와와버스’.
지난 6월 1일부터 버스공영제 시범 운영에 들어간 강원 정선군의 ‘와와버스’.

배차간격‧친절 등 만족도 높아

고령자 면허 반납 효과

경기 광주시, 강원 춘천시도 추진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전남 신안군은 2007년부터 10년이 넘도록 버스 기본요금을 1000원으로 유지하고 있다. 경기도가 1450원인 것을 감안하면 30% 이상 저렴하다. 더군다나 65세 이상 노인과 장애인 등 교통약자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한 이유는 신안군이 2013년부터 버스공영제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이후 타 지역에서도 공영제 도입을 위해 노력했지만 사실상 신안군만이 유일무이하게 버스공영제를 운영해왔다. 지난 6월 강원 정선군이 공공버스인 ‘와와버스’를 선보이기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신안군에 이어 정선군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버스공영제를 도입하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경기 광주시도 마을버스공영제를 추진 중이며, 경기도는 승객의 수요에 따라 실시간으로 노선을 바꾸며 운행하는 수요응답형 버스를 중심으로 한 공영제 도입에 나서고 있다.

버스공영제란 국가 또는 지자체가 버스영업을 민간에 맡기지 않고 직접 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지자체가 버스공영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민영이나 준공영제의 폐해 탓이다. 준공영제는 버스 운행을 민간업체에 맡기되 오지·적자 노선 운영에 따른 손해를 지자체가 보전해주는 제도다. 2004년 7월 서울시가 처음 도입한 뒤 현재 부산, 대구, 대전 등서 시행 중이다. 민영제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출발했지만 예산 낭비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재정지원금은 2016년 2771억원, 2017년 2932억원, 2018년 5402억원 등으로 크게 늘었지만 버스업체 임원들이 과도한 연봉을 받고 주유소 이용 등 운영과 관련해 친인척 일감 몰아주기를 하는 등의 문제가 끊임없이 지적돼 왔다.

2013년 신안군서 가장 먼저 도입

이러한 문제를 가장 먼저 개선한 곳이 신안군이다. 1000여 개 섬으로 이뤄진 신안군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대표적인 교통 낙후 지역으로 꼽혔다. 인구가 점차 줄어들면서 민간 버스회사의 경영도 어려워졌다. 도서지역 민간 버스회사에 손실보전금을 지급하던 신안군은 군에서 자체적으로 버스 노선을 관할하는 버스공영제를 선택하기에 이르렀다. 2007년 임자도를 시작으로 2013년 압해도까지 운행 중인 시내버스 14개 업체의 버스 22대(33개 노선)를 사들였다. 초기 보상비로 30억원을 투자했고, 해마다 운영비 22억원을 들였다. 운영인력도 직접 고용했다.

민영버스 시절의 경우 승객이 적어 결행이 잦았고, 재정을 투여해도 불만이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신안군에서 공영버스를 운영해 노선을 조정하고 배차에 여유를 두면서 한해 승객 수가 시행 이전 20만명에서 67만명으로 3배 이상 늘었다. 뿐만 아니라 주민 편익을 우선하는 노선 설정과 배차시간 등으로 주민들에게 큰 호응을 받고 있다. 

오호근 대한노인회 신안군지회장은 “대부분의 어르신들이 버스를 이용하는데 예전과 달리 제시간에 오고 기사들도 친절하기 때문에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여기에 그치치 않고 신안군은 무료로 버스를 이용하는 교통약자들이 신분증 확인 등 번거로운 절차를 거치지 않도록 공영버스 무료이용 복지카드 개발에도 나섰다. 오는 12월까지 시스템 개발, 단말기 설치, 카드 제작을 마무리해 2021년 1월부터 순차적으로 배부할 예정이다.

정선군 6월부터 시범 운영

강원 정선군도 6월 1일부터 버스공영제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40여년 간 민간이 운영하던 시내버스를 정선군이 인수해 직영하는 체제로 전환했다. 

버스공영제 도입으로 생긴 가장 큰 변화는 65세 이상 노인을 비롯해 초·중·고등학생, 국가유공자, 장애인, 기초수급권자 등 교통약자가 시내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지금까진 최소 1400원에서 많게는 6200원까지 요금을 내야 했지만 공영제 시행으로 정선군민 10명 가운데 4명이 무료 혜택을 받게 됐다. 일반 주민과 관광객도 1000원만 내면 거리에 상관없이 시내버스를 마음껏 이용할 수 있다.

정선군은 보조금으로 버티던 비효율적인 노선을 손봤고, 그 결과 버스 노선은 57개에서 54개로 줄었다. 대신 폐지된 노선엔 이용요금 1000원(1인 편도)으로 마을 집결지에서 읍내 거점까지 이동할 수 있는 희망택시를 투입했다. 버스 운용 대수를 22대에서 28대로, 운전기사는 23명에서 50명으로 늘렸다. 정선군 관계자는 “노선은 줄었지만 운행 횟수는 2배 이상 늘었다”면서 “버스 한번 타려면 2시간 정도 기다려야 했지만 현재는 1시간에 1대는 무조건 운행한다”고 말했다.

버스공영제 도입에 따른 군의 한해 예산 부담액은 35억원 정도인데 기존 민영제 시절 지원한 손실보전금 25억원을 빼면, 추가 부담액은 1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고령 운전자 문제 해결에도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근식 대한노인회 정선군지회장은 “공영제 도입으로 운전을 안 해도 평생 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돼 면허를 반납하려는 어르신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역시 버스공영제 시범사업을 추진 중이다. 정해진 노선이나 일정 없이, 교통이 불편한 농어촌 지역에서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행하는 수요응답형 버스로 운영하는 방식이다. 경기교통공사가 차량 30대를 마련하고 운전기사 60명을 고용하는 공영제 형태로 운영할 방침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께 공영제 형태의 수요응답형 버스를 운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한 경기 광주시와 강원 춘천시 등도 버스공영제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어 전국적으로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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