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부동산 정책 잇단 헛발질에 성난 민심… 고위공직자 ‘내로남불’이 불신 키워
[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부동산 정책 잇단 헛발질에 성난 민심… 고위공직자 ‘내로남불’이 불신 키워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0.07.10 13:16
  • 호수 7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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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가격 폭등에 대한 국민의 실망과 분노가 다주택을 보유한 정치인과 고위공직자들을 향하며 처분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집을 여러 채 가진 고위 공직자들에게 살지 않는 집은 신속히 팔 것을 촉구하는 행동에 나섰다. 청와대 참모진과 정부 관료, 국회의원 등 고위 공직자들의 ‘말 따로, 행동 따로’ 식 행태가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신과 분노를 키웠다는 점에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7월 7일 기자회견을 열고 더불어민주당 소속 다주택자 의원들의 ‘주택 처분 서약’ 이행을 촉구했다. 

민주당은 지난 1월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에 집을 2채 이상 가진 총선 출마자들에게 ‘2년 내 1채 초과분을 매각한다’는 서약서를 받은 바 있다.

경실련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지난 총선에 당선된 민주당(더불어시민당 포함) 국회의원 180명 중 42명이 다주택자다. 이 중 규제지역에 2주택을 가진 의원만 21명이다. 하지만 이 중 김한정 의원이 2채 중 1채를, 서영교 의원이 3채 중 1채를 팔았고, 박범계 의원이 3채 중 2채를 처분하겠다는 뜻을 밝혔을 뿐이다. 야당인 미래통합당의 다주택자 의원은 103명 중 41명에 달한다.

고위 공직자들의 다주택 보유 상황 또한 여론의 반감을 자극할 정도인 게 사실이다. 청와대 참모진만 해도 지난해 12월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의 ‘다주택 매각령’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다주택을 처분하지 않았다.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관보를 통해 공개한 재산변동 사항(2019년 12월 31일 기준)에 따르면, 재산이 공개된 중앙부처 재직자와 공직유관단체장 등 750명 중 약 3분의 1인 248명이 다주택자였다. 이중 2주택자가 196명이었고 3주택자는 36명, 4채 이상의 주택을 보유한 공직자는 16명이었다. 

이에 정세균 국무총리는 8일 “각 부처는 지방자치단체를 포함해 고위공직자 주택보유 실태를 조속히 파악하고 다주택자는 하루 빨리 매각할 수 있게 조치를 취해달라”고 지시했다. 

정치인이나 고위공직자의 다주택 보유가 논란이 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개발연대 시절부터 고위공직자가 정책 수립에 관여하면서 얻은 정보를 치부 수단으로 이용한 부패가 만연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의 다주택 보유가 그 때와 같은 양상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사람들조차 부동산 투기에서 자유롭지 않고, 이것이 정책의 신뢰도에 심각한 악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집 한 채를 빼고 모두 팔라”고 했다. 여기에는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앞장섰다. 그럼에도 정부 출범 3년이 지나도록 청와대·여당·정부에는 다주택자가 수두룩하다. 이러면서 2주택을 가진 국민을 ‘사회악’으로 취급하는 건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다.

부동산은 수요·공급의 원리가 작동하는 시장이다. 공급을 늘리지 않고 수요만 누르면 ‘풍선효과’를 부른다. 여기에다 투기꾼들의 치고 빠지기 수법은 상상을 초월한다. 정부는 21차례 대책을 줄줄이 내놓았지만 잠시 주춤했을 뿐 얼마 후 오히려 가격이 급등하는 역효과만 불렀다. 흔히 ‘나는 투기꾼에 기는 정부 대책’이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그래서 다주택 고위공직자들에 대한 집 처분 압박에 대해서도 미심쩍은 시선이 많다. 성난 민심을 달래려는 일시적인 조치로 보는 것이다. 

정부는 22번째 초강력 부동산 대책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이미 정치권에선 보유세·거래세를 징벌적 수준으로 높이고, 등록임대주택 정책을 뒤엎어 임대차 3법을 강행하자는 논의가 오간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국민이 의심하면 효과가 반감된다. ‘1주택 외 처분’ 지시가 공염불이 된 청와대가 보여줬듯 부동산 정책은 특히 그렇다. 정부와 국회는 부동산 처방을 내놓기 앞서 정책의 신뢰와 예측 가능성부터 높여야 할 때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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