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화 대한노인회 경기 수원시권선구지회장 “말로만 ‘노인이 경제대국 일등공신’…걸맞은 대우 해줘야”
이종화 대한노인회 경기 수원시권선구지회장 “말로만 ‘노인이 경제대국 일등공신’…걸맞은 대우 해줘야”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0.07.10 13:23
  • 호수 7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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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대학 졸업문집 발간…감동수기·학사모 쓴 사진 등 수록

스카우트 지도자 교수 40년 봉사 “청소년 인성교육 아쉬워”

[백세시대=오현주기자] “노인대학 수료생들의 수기를 담은 문집을 발간했다.”

올해 말로 임기가 끝나는 이종화(86) 대한노인회 경기 수원시권선구지회장에게 재임 중 기억에 남는 일을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이어 “지회 노인대학은 해마다 수료식과 함께 ‘은발의 하얀 꿈’이란 책자를 만들어 졸업 기념으로 나누어 갖는다”며 “못 먹고 못 살던 시대에 아이들 키우며 남편, 시댁식구 뒷바라지 했던 눈물겨운 고생담부터 손주들과 해외여행 갔던 행복한 순간들까지 감동적인 스토리가 담겨 있는 소중한 문집”이라고 덧붙였다. 

7월 6일, 경기 수원시 권선구 구운로 4번길에 위치한 지회에서 이 지회장을 만나 지회 발전에 헌신해온 시간과 남은 소망 등을 들었다. 이 지회장은 2016년 12월에 재임했다.

-코로나19 상황은 어떤가.

“권선구는 다행히 코로나 확진자가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경로당은 폐쇄된 가운데 최근 시청에서 쉼터 개방에 관한 언급이 있었다. 경로당 회원은 물론 지역 주민들도 경로당을 무더위를 피하는 장소로 이용토록 하자는 조치이다. 앞서서 경로당 회장을 대상으로 쉼터 개방에 대한 의견을 물었는데 반 수 이상이 찬성했다. 조만간 문을 열 것이다.” 

-경로당에서 급식도 이루어지는가.

“시에서 급식은 안 된다고 했다.”

-조만간 임기가 끝나는데 기억에 남는 일이라면.

“제가 노인대학장 출신으로 부임 직후 전국에서 최초로 졸업기념교지(‘은발의 하얀 꿈’)를 발간한 일이 보람으로 남는다. 처음에는 학과 시간에 각자 자기가 살아온 이야기를 발표할 시간을 주었는데 듣다보니 그냥 흘려버리기가 아까웠다. 그래서 써오라고 했지만 노인들이라 잘 쓰지를 못하더라. 손주들에게 구술해 가지고 온 이도 있었다.” 

작년 발간한 제21기 졸업기념교지에는 총136쪽에 걸쳐 58명 수료생의 회로애락이 담겼다. 앞부분에 수료생 전원의 학사모 쓴 얼굴 사진과 노래·등산·영화 등 동아리 활동사진을 넣어 마치 일반학교 졸업앨범과 흡사하다. 

-수기 하나만 소개해 달라.

“60도 안된 나이에 파킨슨병에 걸린 여성회원의 수기가 애잔하다. 김 아무개 씨는 어머니가 출산 직후 눈을 감아 젖 한 번 먹지 못했고 형편이 어려워 우유도 먹지 못했다. 대신 설탕물을 먹고 자란 탓인지 젊은 나이에 파킨슨 병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김씨는 건강에 도움이 될 것 같아 노인대학을 찾았다고 한다. 김씨는 듣고 싶던 강의도 듣고 반가운 친구들 얼굴도 보고 노래도 부르고 여행도 다니는 등 병상에서 홀로 투병하며 꿈꾸었던 것을 노인대학에서 이룰 수 있어 행복하다고 썼다. 요즘 김씨는 약물을 통한 도파민 보충치료를 하며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경로당 운영은 어떤가.

“경로당 회장을 할 사람을 찾기가 힘들어 대책이 필요했다. 무보수로 봉사하지만 격려는 못할망정 (회원들이)불평하고 이의제기하니까 누가 나서려고 하겠는가. 그래서 전 장안구지회장과 함께 시의회 의원을 만나 ‘이래선 경로당 문 닫게 생겼다’며 경로당 회장의 수고에 상응하는 활동비 지원을 부탁했다.”

그 결과 수원시 전 경로당 회장에 활동비 5만원 지원을 받아냈다. 5년 전의 일이다.

이종화 권선구지회장(중앙)이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이 지회장 오른편이 김영돈 사무국장.
이종화 권선구지회장(중앙)이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이 지회장 오른편이 김영돈 사무국장.

이종화 지회장은 그밖에 임기 중 업적으로 ▷충주시지회와의 자매결연 ▷1사1경로당 100% 달성 ▷그라운드골프장 조명탑 설치 등을 꼽았다.

-요즘도 충주시지회와 상호왕래 하는지.

“물론 작년까지도 서로 오고가고 했다. 시에서 ‘수원 방문의 해’를 정해 홍보에 적극 나섰던 해가 있었다. 노인회도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마침 지회 감사의 연고지인 충주시지회와 결연식을 하게 된 것이다. 지역의 명소를 관광하고 그라운드골프 친선게임도 하면서 우의를 다져왔다. 두 번째 해인가, 우리 일행이 탄 관광버스가 도착하자 이상희 충주시지회장, 지회 임원을 비롯해 충주시장, 시의회 의장 일행이 입구에 서서 박수로 환영해주고 버스에서 내리자 다가와 반갑게 맞아줘 기분이 좋았다. 마침 충주시장이 수원경찰서장 출신이라고 해 더 반갑기도 했다.”

-1사1경로당 협약 사업은 경기연합회 중점사업 중 하나다. 

“지회가 일일이 기업, 단체를 찾아다니며 성사시키기는 어려운 일이다. 구청장과 동장의 협조를 얻어 전 경로당이 병원, 약국, 심지어 이발소, 미장원과도 협약을 맺었다. 이발사가 경로당을 방문해 머리를 깎아주기도 한다. 이 사업의 취지가 노인들이 도움만 받자는 것이 아니다. 지역사회 단체와 노인회가 어우러져 봉사하다보면 노인을 존경하게 되고 그걸 젊은 층이 보고 따라하는 분위기가 조성된다고 생각한다.”

권선구지회는 최초로 그라운드골프장 야간조명을 설치해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경기장을 사용해 주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이 지회장은 “그라운드골프 권선클럽 회장이 나서서 시의 협찬을 받아 커다란 조명탑 3개를 설치해 야간에도 운동이 가능하다”며 “아이들에게도 그라운드골프를 가르쳐 1·3세대가 함께 경기를 즐긴다”고 말했다. 

수원시 권선구 인구는 38만2000여명, 노인은 4만300여명이다. 권선구지회는 12개 동, 176개 경로당을 두었다. 노인회원은 6500여명. 이종화 지회장은 사범대를 나와 40여년 교단을 지키다 교장으로 퇴직했다. 스카우트 지도자 훈련교수로 청소년 육성에 봉사했다. 훈장 목련장을 비롯 봉사대장 금장·은장, 교육부장관, 내무부장관,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교직생활 중 보람을 찾는다면.

“88서울올림픽 이듬해에 고성에서 세계잼보리대회가 열렸다. 주최국으로서 저는 네덜란드 스카우트를 담당했다. 영지에 텐트 치고 서둘러 개영식을 치러야 하는데 이 팀은 회의만 하고 있더라. 알고 보니 내 키보다 작은 나무 한 그루 처리 문제를 논의했던 것이다. 결국 나무를 옮겨 심은 뒤 행사 마치고 원래 위치로 심는다고 결론 냈다. 대장 맘대로 처리하지 않고 나무 한그루도 소중히 여기는 모습에서 민주주의와 자연보호의 극치를 보는 듯 했다. 스카우트 정신이 청소년 인성교육에 적합한데 국가에서 관심을 가져주지 않아 안타깝다.”

이어 “당시 스웨덴의 구스타프 국왕이 대회 현장을 찾아 스카우트 대원의 텐트에서 하룻밤을 묵어 화제가 됐다”며 “모자회사가 그 텐트를 3000만원에 사들여 스카우트에 기증해 현재도 전시 중”이라고 덧붙였다.

-남기고 싶은 말은.

“노인들이 이 나라를 경제대국으로 만든 일등공신이라고 치켜세우면서도 국가 지원은 빈약하다. 지회 운영비를 현실화 해 노인들이 좀 더 여유로운 노후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협조해주었으면 좋겠다.”

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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