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민관합동조사로 가는 ‘박원순 시장 성추행 의혹’… 객관적 진상규명 이뤄져야
[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민관합동조사로 가는 ‘박원순 시장 성추행 의혹’… 객관적 진상규명 이뤄져야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0.07.17 13:15
  • 호수 7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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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민관합동조사단을 꾸려 故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의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강제조사 권한이 없는 조사단이 공정하고 객관적인 조사를 이뤄낼지 의문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황인식 서울시 대변인은 7월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는 여성단체, 인권 전문가, 법률 전문가 등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해 철저한 진상규명에 나설 것”이라며 “민관합동조사단 구성과 운영은 조사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 외부인으로 구성한다”고 밝혔다.

또한 조사단 구성과 운영 방식, 세부 일정 등에 대해선 여성 단체들과 구체적으로 협의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의 이번 입장 발표는 박 전 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지 엿새 만에 이뤄졌다. 박원순 시장은 지난 7월 10일 0시 북악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으며, 성추행 혐의로 전 비서에 의해 피소된 상태였다.

이번 진상규명에서 밝혀야 할 의혹은 크게 3가지다. 우선 박 시장에 의한 성추행 전말과 피해자의 문제제기 후 서울시의 방조·무마 의혹, 그리고 박 시장 쪽으로 피소 사실이 유출된 경위다. 하나하나가 한 점 의혹 없이 밝혀야 하는 중대 사안이다.

하지만 이 같은 사안들을 규명하기엔 민관합동조사단으로는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피해자 법률대리인은 고소인이 피해 사실을 서울시에 여러 차례 호소했지만 소용없었다고 했다. 당장 서울시의 조사 의지에 의구심이 드는 부분이다.

민관합동조사단이 법적으로 강제 조사할 권한이 없다는 점도 한계다. 우선, 진상규명에 필요한 통신내역 및 컴퓨터·휴대전화 파일 접근권이 없다. 경찰이 박 시장의 휴대폰에 대한 디지털포렌식과 통신조회를 하고 있지만, 이는 사망 경위를 밝히는 것으로만 제한돼 있다. 

박 전 시장 측근인 서울시 정무라인 인사들 또한 모두 당연퇴직 처리돼 이들에 대한 조사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조사단의 공정성을 확보할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성추행 의혹뿐 아니라 정보 유출 의혹 등 전체적인 사건 진상을 신속히 파악하려면 경찰이나 검찰 등 수사기관이 나서는 게 맞다는 의견이 많다.

서울시가 이번 발표에서 ‘피해 호소 직원’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데서도 이번 사건을 대하는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이는 A씨가 피해자가 아닐 수 있다는 뜻을 내포한다. 성추행 사실을 인정할 의사가 없다는 얘기로 들릴 수 있다. 사실상 ‘2차 가해’나 다름없다는 말까지 나온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이를 토대로 한 재발 방지 대책이다. 서울시는 진상 조사에 대해 묻는 기자들에게 “아직 모르겠다”거나 “민관합동조사단에서 규명할 부분”이라는 대답으로 일관했다. 엄정 조사 약속에 부합하지 않는 미덥지 못한 태도이다. 

이에 서울시 차원의 조사나 경찰의 박 전 시장 변사 사건 수사와 별도로 성추행 고소 사실 유출 의혹이나 시 내부의 은폐 의혹 등에 대해선 검찰이 서둘러 수사에 나서야 한다. 마침 시민단체가 관련 의혹에 대해 공무상비밀누설죄, 증거인멸교사죄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피해자를 조사한 경찰이나 고소 내용을 보고받은 청와대 모두 유출 의혹을 부인한 상태로, 유출 의혹 자체에 대한 증거인멸을 막기 위해서라도 빨리 수사해야 한다. 이에 대한 수사가 미진할 경우 앞으로 국민은 유력 인사에 의한 피해를 수사기관에 신고하는 걸 주저할 수밖에 없다. 

이번 사건을 다루는 최대 기준은 피해자 중심주의가 돼야 한다. 피고소인이 사라진 지금은 진실규명만이 피해자를 위로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진상을 제대로 규명하고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국민들의 분노는 더욱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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