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세상읽기] 박원순과 노인회
[백세시대 / 세상읽기] 박원순과 노인회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0.07.17 13:48
  • 호수 7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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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의 박원순 서울시장(1956 ~2020년)은 어르신들을 극진히 모셨다. 노인회를 대하는 태도도 정성이 가득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노인회 관계자들은 “섬세하게 노인들을 살폈고 진심으로 노인의 행복과 복지를 위해 헌신했다”고 입을 모은다. 

박 시장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노인회 행사에 꼬박 참석했다. 서울연합회 신년인사회를 비롯해 어버이날, 노인의 날, 연합회장 취임식, 심지어 서울연합회 업무성과보고회에도 얼굴을 내밀었다. 그때마다 연단에 올라 큰절을 했다. 그는 “어르신들이 아껴주고 사랑해주시는 맏아들 박원순이 큰절을 올린다”며 무대 바닥에 얼굴이 닿을 정도로 깊숙이 머리를 조아렸다. 

그는 “서울시의 모든 어르신들이 제 부모님이다. 격동의 근현대사를 겪고 오늘의 서울 대한민국을 만들어온 어르신들은 우리 세대가 존중해야할 역사이다. 큰아들이라고 절을 드리는 것은 기성세대(부모)와 미래세대(손자)를 잇는 중간세대로서 기성세대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뜻”이라고 했다.

박 시장은 코로나 사태로 경로당이 폐쇄된 가운데도 어르신들과 가깝게 접촉하며 건강을 우려했다. 지난 5월 8일, 서울 신촌 케이터틀에서 있은 제48회 어버이날 기념 간담회에 참석해 ‘어르신 여러분, 코로나 때문에 수고 많으셨습니다’라고 방명록에 사인했다. 그러곤 신문로에 서울연합회 회관을 마련해 ‘서울연합회 창립 50주년 신문로시대’를 열 것을 약속했다.

실제로 서울시는 용산 신사옥으로 이사하는 세계일보와 임대차 계약을 맺고 종로구 신문로에 있는 지하 4층, 지상 7층 규모의 세계일보 건물 전체를 서울연합회 단독회관으로 활용토록 할 예정이다(‘백세시대’ 728호 보도). 서울시는 이 건물을 서울시 노인의 여가·문화·사회활동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노인복지종합센터로 발전시킨다는 복안도 함께 밝혔다.

박 시장은 ‘백세시대’ 신문과도 각별했다. 지난해 ‘백세시대 창간 13주년 특별 인터뷰’(664호)에서 노인 정책과 관련해 시종일관 노인에 우호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지하철 적자요인으로 거론되는 노인무임승차에 대해서 “근본적으로 사회적 약자인 노인의 이동권 보장의 측면에서 다뤄져야 한다”며 “OECD국가 중 가장 높은 빈곤률을 보이는 우리나라가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선 어르신 복지에 대해 사회적 자원을 어떻게 배분하고 투자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무임승차제도를 없애기에 앞서 그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를 통한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얘기다. 

노인 나이 상향에 대해서도 “기초연금, 도시철도, 경로우대 혜택 등 복지제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며 충분한 사회적 공론화 과정 속에 논의돼야 한다”고 말해 몰아붙이기식 여론에 떠밀려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을 내릴 것을 우려했다.

박 시장은 노인회 행사장에서 어머니에 대한 절절한 회상을 떠올리곤 했다. “저는 전깃불도 들어오지 않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 문턱에도 못가 본 어머니는 당신의 드실 것을 제 입에 넣어주시며 손발이 다 닳도록 저를 키워주신 덕분에 제가 이 자리에 섰다.”

그의 갑작스런 죽음 앞에서 지인들은 안타까움과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고광선 대한노인회 서울연합회 사무처장은 “‘효자손축제’를 만들었듯이 경로효친이 몸에 밴 분으로 수시로 공관이나 시청 집무실로 노인지도자들을 초대해 식사, 차를 대접하고 애로사항을 들었다”며 “사석에선 나이가 네 살 많은 저를 꼬박 ‘형님’으로 부르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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