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 지키려면 이젠 방역뿐이다”…20일부터 문 연 경로당 모처럼 웃음꽃
“경로당 지키려면 이젠 방역뿐이다”…20일부터 문 연 경로당 모처럼 웃음꽃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0.07.24 10:48
  • 호수 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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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열체크‧명부작성 꼼꼼히
경기 수원시 노인복지과 직원들이 지난 7월 20일 개관한 한 경로당을 방문해 방역 지도점검을 하고 있다.
경기 수원시 노인복지과 직원들이 지난 7월 20일 개관한 한 경로당을 방문해 방역 지도점검을 하고 있다.

경로당 회장‧총무가 방역책임자로… “귀찮지만 지킬 것은 지켜야”

경북도‧경기 수원시 등 행복도우미‧프로그램 강사가 방역교육

[백세시대=배성호기자] “마스크도 불편하고, 명부 쓰는 것도 귀찮지만 경로당을 잃지 않기 위해선 꼭 지켜야죠.”

지난 7월 20일 충북 괴산군 오가리경로당에 5개월 간 붙어 있던 ‘절대 출입 불가’ 경고문이 사라졌다. 운영시간은 기존보다 반으로 줄고 경로당의 꽃인 점심식사도 함께 할 수 없지만 이날 경로당을 찾은 10여명의 어르신은 모처럼 환하게 웃었다. 임순국 오가리경로당 총무는 “방역 수칙을 철지히 지켜 다시는 폐쇄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5개월 간 굳게 닫혔던 경로당이 7월 20일을 기점으로 순차적으로 운영을 재개한 가운데 일부 불편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대부분의 경로당이 방역수칙을 잘 지키며 순조롭게 운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북도 등은 경로당 프로그램 강사를 방역교육강사로 일시 전환해 방역 효과를 높이고 있다.

복지부가 7월 10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거쳐 각 지방자치단체에 1주일의 준비기간을 두고 경로당 등의 문을 열도록 한 이후 최근 확진자가 많이 나오는 서울‧인천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이 경로당 운영 재개에 나섰다.

개관 이전 대대적인 소독을 진행한 각 경로당들은 손소독제, 소독용 물티슈, 비접촉식 체온계 등을 비치하고 동주민센터와 보건소 전화번호가 담긴 비상연락망 등을 부착했다. 안전을 위해 운영시간과 인원수를 제한했는데 지역마다 실정에 맞게 설정하고 있다. 예컨대 전북 부안군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이며 이용인원은 10명 이내로 제한했고 충북 충주시의 경우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이용 가능하고 하루 최대 30명만 입장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각 경로당 회장(부재 시 총무 등 임원이 대신)을 방역책임자로 지정해 이용하는 회원들이 방역수칙을 지킬 수 있도록 했다. 회원들은 무조건 마스크를 써야 경로당에 입장할 수 있는데 바로 방으로 직행하는 것이 아니다. 입구에 도착하면 신발을 벗기 전 경로당 회장이 발열체크를 한다. 만약 37.5도를 넘었을 경우 즉각 보건소에 연락해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하고 결과가 음성으로 나올 때까지 경로당 출입 역시 불가하다. 

발열체크 후 손소독제로 손을 소독하고 명부를 작성해야만 비로소 경로당 이용이 가능하다. 또 안에 들어왔다고 해서 끝난 것이 아니라 2m 내외로 거리두기를 하며 반드시 마스크를 쓰고 있어야 한다. 또한 대부분의 경로당에서는 간식을 포함한 식사를 금지하고 있고 경로당 프로그램 운영도 하지 않는다. 

아직 초반이어서 그런지 일부 어르신들은 마스크를 계속 쓰거나 가까이 붙어서 친목활동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 등이 불편하다고 호소한다. 또 글을 모르는 어르신들의 경우 명부 작성이 힘들어 애를 먹기도 한다. 이에 각 지회 경로부장들이 매일 경로당을 순회하며 방역의 중요성 등을 강조하고 회장들이 명부 작성 등의 불편함을 덜어주면서 점차 바뀐 환경에 적응해 나가는 상황이다. 

한 노인회 관계자는 “일부 볼멘소리를 하는 회원들이 있지만 대부분 협조적이고 시간이 지날수록 달라진 경로당 분위기를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방역 효과를 높이기 위해 경북도와 경기 수원시 등은 경로당 프로그램 강사를 일시적으로 방역교육강사로 전환했다. 경북도는 지난해부터 경로당에서 여가문화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행복도우미를 운영하고 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프로그램이 중단되자 이들의 역할을 방역교육강사로 전환했다. 행복도우미들은 경로당을 순회하며 체온계 사용법을 반복 교육하고, 올바른 마스크 착용법을 비롯한 개인 방역 수칙을 꼼꼼히 전달하고 있다.

수원시 역시 경로당 프로그램 강사들을 일시적으로 ‘코로나19 예방관리사’로 전환해 경로당에 배치하고 합동점검반을 편성해 1일 1회 이상 현장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충북 충주시는 9988행복나누미를 통해 새싹보리 등 경로당 반려식물 키우기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들에게 방역교육도 함께 진행하도록 하고 있다.

경북도 관계자는 “어르신들이 젊은 사람들의 비해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을 감안해 행복도우미를 통한 방역교육을 지속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노인회 지도자들 역시 적극적으로 방역 교육과 격려활동을 펼치고 있다. 최승민 춘천시지회장은 800만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방역수칙 9개가 담긴 포스터를 제작해 경로당별로 2장씩 부착하도록 했는데 여기에 그치지 않고 하루에 5~6곳의 경로당을 순회하는 강행군을 펼치고 있다.

최승민 춘천시지회장은 “어르신들이 뉴스와 재난문자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배운 덕분인지 개인위생을 잘 챙기고 있다”면서 “점심식사도 단계적으로 진행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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