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문화계도 이제 충성고객 만들어야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문화계도 이제 충성고객 만들어야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0.07.24 13:51
  • 호수 7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7월 21일 스타벅스코리아가 21주년을 맞아 발매한 기념 우산이 출시되자마자 동이나 큰 화제를 모았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여행 캐리어 가방 위에 얹어서 사용할 수 있는 ‘서머레디백’ 때문에 6월 한 달 간 전국을 들썩이게 한 바 있다. 서머레디백은 돈을 주고 살 수 없고 여름한정 음료 3잔과 타 음료 14잔을 마셔서 모은 쿠폰을 통해서만 구할 수 있었다. 연분홍색 앙증맞은 가방에 아름다운 노랫소리로 뱃사람들을 유혹해 배를 난파시킨다는 그리스 신화 속 ‘사이렌’을 형상화한 특유의 브랜드 로고를 박아놓은 제품을 구하기 위해 매장을 열기 전부터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야 했다.

이로 인해 웃지 못할 사건도 많이 일어났다. 가방을 빨리 받기 위해 손님들에게 커피를 돌린 사람들은 그나마 양반이다. 가방만 챙기기 위해 마시지도 않을 음료를 수십만원어치 구매해 매장 앞에 두고 ‘무료로 드세요’라고 적어 놓고 홀연히 떠난 사람들도 있었다.

스타벅스는 이전부터 커피 외에도 텀블러나 컵 등을 판매해왔다. 매달 소유하고 싶을 정도로 세련된 디자인의 제품을 출시했고 이를 광적으로 수집하는 사람들도 많다. 최근에는 쿠키를 담는 통, 가방, 앞치마 등 상품을 다양화하고 이 역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수년간 유치해온 충성고객 덕분이다. 

스타벅스는 수년간 마케팅을 통해 ‘스타벅스 마시는 사람=트렌드에 민감한 사람’이란 공식을 대중들에게 심어줬다. 쉽게 말하면 잘나가는 사람은 스타벅스를 마신다는 이미지를 형성해 너나 할 것 없이 스타벅스를 찾도록 했고 충성고객으로 만들었다. 

스타벅스는 광고를 거의 하지 않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스타벅스에 매료된 수많은 충성고객들이 사이렌 로고가 박힌 텀블러와 가방을 메고 강남역 등 사람들이 많은 거리를 활보하며 자발적으로 홍보해주고 있다. 또 서머레디백과 우산 같은 제품을 소량 출시, 품절사태를 일으켜 대중의 이목을 끌 줄 안다. 반면 경쟁업체들은 스타벅스만큼 뛰어난 마케팅을 펼치지 못했고 그 결과는 압도적인 실적 차이로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영화‧연극‧뮤지컬 등 대중문화계는 큰 타격을 입었다. 반면 스타벅스는 이 기간에도 건재했다. 영화를 좋아하고 뮤지컬을 사랑하는 소수의 광팬들이 있지만 이들로는 산업 전체를 지탱하기는 힘들다. 

대중문화는 결국 상품이다. 손가락만 빨면서 영화나 연극을 만들 수는 없다. 작품성은 기본이고 이제는 마케팅을 통해 이미지를 만들고 이를 활용하는 게 더 중요해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