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금요칼럼] 코로나가 바꾼 세상에서 살아가기 / 김광일
[백세시대 / 금요칼럼] 코로나가 바꾼 세상에서 살아가기 / 김광일
  • 김광일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교수 / 노인의료센터장
  • 승인 2020.07.24 14:08
  • 호수 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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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일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교수 / 노인의료센터장
김광일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교수 / 노인의료센터장

노인들, 접촉 두려워하다 고립

우울감 심해지고 건강 나빠져

만성질환 관리 소홀의 후유증도

집에서만 지내기보단 가끔 외출

유산소 운동, 햇볕 쬐기 하시기를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전 세계가 차례차례 고통받고 있다. 7월 초까지 전 세계의 감염자 숫자는 1300만 명이 넘고, 사망자 숫자도 57만 명이 넘어서고 있는데, 최근 증가속도는 더 빨라지는 추세를 보여 올해 겨울에 또다시 2차 대유행이 오는 것 아닌가 우려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그나마 다른 나라에 비해 잘 대처했다고 자부할 수 있지만 코로나 바이러스는 단지 감염자 숫자만으로는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 사회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한 코로나19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라는 명목 하에 시행되는 과도한 개인정보 노출이나 모임 제한이 확산을 예방하는 데 어느 정도 효과적인가 하는 논란과 함께 사생활 보호 문제나 소외로 인한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면 코로나19는 노년기 건강과 질병관리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까? 아마도 아래와 같은 4가지 문제가 예상되며 이에 대해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하면 많은 후유증이 나타날 것으로 우려된다. 

첫째, 코로나19는 접촉에 대한 두려움, 다른 사람에 대한 불신과 염려를 초래하였다. 이전에 없던 새로운 전염병이고, 치료제나 백신 등 예방법이 없다 보니 질환에 대한 불안감은 매우 높다. 특히 젊은이들은 가볍게 앓고 지나갈 수 있다지만, 노인은 치명률이 높아 노인분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더욱 클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70대의 사망률은 9%가 넘고, 80세 이상에서는 25%의 사망률을 보여 4명 중 한 명이 사망하는 질환이니 노인분들이 전염을 두려워하여 타인과의 접촉을 피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된다. 

두 번째로는 외부 활동을 줄이고 고립되는 현상이 많아질 것이다. 외부와의 단절로 인해 우울감이 심해지고 건강 상태가 나빠질 수도 있다. 건강한 노년을 위해서는 다른 사람과 건강한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데, 코로나로 인해 타인과의 접촉을 피하고 모임이나 외출을 멀리하면 장기적으로 정서적, 신체적 건강 상태가 악화될 수 있다. 

세 번째로는 만성질환 관리와 건강 증진을 위한 활동이 멈추어서 발생하는 문제이다. 외래 진료가 예정된 환자분 중에도 병원 방문하기를 두려워하여 투약을 중단하고 지내다가 질환이 악화되어 응급실로 내원하는 경우가 있다. 또한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등의 급성 질환이 발생하는 경우에도 응급실 방문을 주저하다가 매우 악화된 후 의료기관을 찾게 되어 후유증이 많아지는 것이 우려된다. 

마지막으로는 이러한 고립이나 질환 악화, 건강관리 문제 등이 양극화되고 그 차이가 점점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자주 만나지는 않더라도 SNS나 화상전화 등으로 가족, 친구들과 지속적인 만남을 유지하며 실내에서 계속 운동하고, 인터넷 쇼핑으로 다양한 식품을 구입해서 입맛이 떨어지지 않도록 식사를 유지하는 경우도 있지만, 종일 집안에 있으면서 운동도 하지 않고, 인스턴트식품으로 끼니를 때우거나 식사를 건너뛰는 노인 분들도 있어 코로나 사태가 끝나면 건강 수준의 양극화가 더욱더 심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그러면 코로나로 초래된 변화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 과도한 두려움과 걱정은 도움이 되지 않으니 불필요한 걱정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마스크를 사용하고 손 위생을 철저히 하는 것만으로도 감염의 위험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철저하게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실외에서 하는 운동은 거리 두기 등을 잘 지키면 위험하지 않아 집안에서만 지내기보다는 가끔 외출하여 유산소 운동과 햇볕 쬐기 등을 하는 것이 신체 및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공포감을 조장하는 가짜뉴스에 현혹되지 않아야 한다. 코로나의 유행 초기에 혈압약 중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가 코로나 감염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가짜뉴스가 있었는데, 이런 잘못된 정보를 믿고 복용하던 혈압약을 중단하여 심장질환이 악화된 경우도 있다고 한다. SNS에 떠도는 정보를 믿지 말고 평소 진료를 담당하는 전문의의 의견을 따르는 것이 중요하겠다. 

마지막으로 감염성 질환은 건강 상태가 악화된 경우 감염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평소 만성질환 관리와 건강 수준 향상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인류 역사에서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병의 대유행은 끊임없이 나타났지만, 결국에는 그 어려움을 극복하였다. ‘지금의 상황이 아주 희망적이지는 않지만, 고난을 이겨내고 더욱더 건강한 세상이 도래할 것이다’라는 희망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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