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골미술관 ‘재구축된 세계’ 전, 3D프린터로 출력한 큐브로 만든 독특한 세계
탑골미술관 ‘재구축된 세계’ 전, 3D프린터로 출력한 큐브로 만든 독특한 세계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0.07.24 15:21
  • 호수 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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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는 지난해 탑골미술관의 신인작가 지원사업에 선정된 정선진 작가의 첫 개인전으로, 3D프린터로 만든 독특한 작품세계를 선보인다. 사진은 정성진의 신작 ‘처음 만난 세계의 설계도’(2020).
이번 전시는 지난해 탑골미술관의 신인작가 지원사업에 선정된 정선진 작가의 첫 개인전으로, 3D프린터로 만든 독특한 작품세계를 선보인다. 사진은 정성진의 신작 ‘처음 만난 세계의 설계도’(2020).

지난해 신인작가 지원사업에 선정된 정성진 작가의 첫 개인전

큐브 수백개로 만든 ‘세계를 비추는 창’, ‘가려진 시선’ 등 눈길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점의 집합인 선은 1차원이다. 무수히 많은 선이 겹쳐진 면의 세계를 2차원이라 부른다. 만화나 그림 등 평면에 표현된 세계를 2차원이라고 한다. 3차원은 면이 촘촘이 쌓여 만들어진 입체의 세계다. 이를 시각적으로 가장 잘 나타내는 것이 정육면체 ‘큐브’다. 지난 7월 21일 서울 종로구 탑골미술관에는 형형색색의 수많은 큐브로 만들어진 하나의 ‘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신인작가 정성진이 3D 프린터와 컴퓨터 그래픽으로 구축한 큐브를 촘촘히 쌓아 만든 세계는 관람객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했다.

서울노인복지센터가 운영하는 탑골미술관이 오는 8월 14일까지 지난해 신인작가 지원사업을 통해 최종 선발된 정성진 작가의 개인전 ‘재구축된 세계’를 연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세대 공감을 위해 실버 도슨트들이 직접 녹음한 작품해설을 QR코드로 만들어 작품마다 부착해 누구나 쉽게 이해하도록 했다.

2015년부터 시작된 탑골미술관의 신인작가 지원사업 ‘도약의 단초’는 현대 미술을 이끌어 갈 신인작가들의 첫 출발과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프로젝트이다. 개인전 개최 경험이 없는 신인작가를 공모로 선발해 단체전의 기회를 제공한다. 이후 전문심사단과 탑골미술관을 관람한 어르신과 지역사회 관람객의 투표를 더해 최종 선발된 작가 1인에게 생애 첫 개인 전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전통 미술도구 대신 3D프린터 활용

‘재구축된 세계’ 전은 2019년 ‘도약의 단초V’를 통해 선정된 정성진 작가의 생애 첫 개인전으로, 작가가 경험했던 세상의 다양한 모습과 시선, 감정의 기억들을 3D조각(큐브)으로 재구축한 전시다.

정성진은 전통 회화나 조각에서 쓰는 미술용품을 사용하지 않고 3D프린터를 이용해 자신만의 스타일을 보여준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맨 먼저 만날 수 있는 ‘세계를 비추는 창’이 이를 잘 보여준다. 다양한 형태의 창틀을 3D프린터로 입체적으로 출력한 후 이를 모아놓은 작품이다. 개별 창틀은 감옥처럼 보이기도 하고, 신전(神殿)이나 개선문과도 닮았다. 인간의 다양한 욕망이 드나드는 창을 여러 형태로 표현해 신선함을 전달한다. 

3D프린터로 빨강, 노랑, 파랑 등 여러 색의 큐브 수백개를 출력해 반구(半球) 형태로 꾸민 ‘가려진 시선’은 사람의 눈을 연상케 한다. 불안하게 쌓은 반구를 통해 세상의 다양한 빛을 담아내는 눈이 진실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다는 것을 암시하는 듯하다. 

전시 제목과 같은 ‘재구축된 세계’는 3D프린터로 세상에 존재하는 여러 상징물을 출력해 이를 전시한 것이다. 마치 태양 같아 보이는 조명을 품은 거대한 구(球)를 중심으로 거대도시의 상징인 마천루, 사회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종교의 상징인 불상과 성모마리아상, 그리고 다양한 형태의 건물과 다리를 출력해 작가의 관점에서 다시 만든 세계를 보여준다. 

실버도슨트 작품해설 참여해 이해도 높여

전시장 한켠에는 이해를 돕기 위해 작가가 사용하는 3D프린터를 소개하고 관객들이 직접 작품의 배치를 바꿔 자신만의 조형물을 만들어보는 참여형 작품들도 마련했다.  

이번 전시는 관람객들을 위한 특별한 작품해설도 준비돼 있다. 청년 작가의 작품을 노년의 목소리로 해설해 세대가 함께 하는 전시문화를 구성한 것. 이를 위해 탑골미술관 실버 도슨트 어르신 7인은 작가의 작품에 대한 해설을 직접 녹음했고 작품마다 QR코드로 부착해 관람객이 휴대기기로 7월 28일부터 감상할 수 있다. 또 탑골미술관은 보다 안전한 전시 관람환경 조성을 위해 미술관 입장 전 발열체크, 손소독을 진행하고 QR코드 기반의 전자 출입명부(네이버, 카카오톡) 인증을 해야 입장 가능하다.

탑골미술관 관장 희유스님은 “이번 전시는 익숙한 회화나 조각이 아닌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영역의 작품을 접할 수 있는 기회”라면서 “스스로 작품의 일부가 돼 작가 내면의 감정과 마주하며 작가가 구현해낸 새로운 세계를 누려보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편, 탑골미술관은 신인작가 지원사업 ‘도약의 단초VI’의 단체전을 오는 8월 25일부터 9월 15일까지 20일간 진행한다. 1차 심사를 통해 선정된 5명의 작가(김수연, 김윤아, 박지환, 안다영, 이정희)가 참여하며 서양화, 한국화, 미디어아트 등 다채로운 예술작품으로 관람객을 찾아갈 예정이다. 5명의 작가 중 2차 심사를 거쳐 최종으로 선발되는 1인의 작가는 오는 12월 탑골미술관에서 생애 첫 개인전의 기회를 가진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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