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두 스타PD의 선의의 경쟁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두 스타PD의 선의의 경쟁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0.07.31 14:18
  • 호수 7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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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반 한국 대중문화계를 주도했던 개그맨 유재석과 가수 이효리와 비가 결성한 프로젝트 그룹 ‘싹쓰리’가 음원시장을 이름 그대로 싹쓸이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싹쓰리’는 혼성그룹의 부활을 내걸었다. 혼성그룹은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왕성하게 결성됐지만 현재는 예능인으로 더 유명한 김종민이 속한 코요테를 제외하곤 사실상 멸종한 것이나 다름없다. ‘싹쓰리’는 현재 ‘미스터트롯’의 대성공 이후 방송가를 장악하다시피 한 트로트와 10대 팬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는 아이돌 가수들을 밀어내고 올 여름 가장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 혼성그룹은 스타 프로듀서 김태호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MBC ‘무한도전’을 연출하며 웬만한 연예인들보다 더 유명해진 그는 잠시 휴식기를 가지다가 지난해 자신의 페르소나와도 같은 유재석과 함께 ‘놀면 뭐하니?’로 돌아왔다. 

방송 초만 해도 명확한 방향이 잡히지 않아 헤메기도 했지만 유재석이 드럼, 트로트, 요리 등에 도전하는 컨셉으로 방향을 틀면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그러다 트로트 도전기인 ‘유산슬 프로젝트’로 중박을 터트리고 ‘싹쓰리’로 대박이 난 것이다. 혼성그룹에 대한 추억을 가지고 가장 구매력이 왕성한 30~40대를 타겟으로 잡은 것도 주효했다.

이런 김태호 PD와 함께 거론되는 이가 나영석 PD다. KBS ‘1박 2일’을 연출하면서 출연자들을 골탕 먹이고 때로는 본인이 역으로 당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큰 웃음을 선사했던 그는 2013년 케이블 채널 tvN으로 이적한다. 그리고 ‘꽃보다 할배’, ‘삼시세끼’, ‘신서유기’, ‘윤식당’, ‘알쓸신잡’ 등 손대는 프로그램마다 큰 성공을 거둔다. KBS 시절만 해도 김태호 PD보다 중량감이 떨어지는 느낌이었지만 tvN에서의 대성공과 무한도전이 종영하면서 가장 영향력 있는 PD로 자리잡는다.

하지만 최근 나영석 PD는 작은 위기를 겪고 있다. 새로 선보인 ‘여름방학’이 여러 논란에 휩싸이며 주춤하고 있는 것이다. 김태호 PD가 ‘놀면 뭐하니?’를 인기 프로그램에 올려놓은 시점과 맞물린 것도 아이러니하다. 다만 십수년을 정상에 있던 연출가답게 논란을 빠르게 진화하고 야심작인 ‘신서유기’ 시리즈의 최신작도 촬영을 앞두고 있어 곧 제자리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자강두천’이라는 신조어가 있다. ‘자존심 강한 두 천재의 대결’을 줄인 말로 흔히 라이벌 구도에 있는 두 사람을 지칭한다.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자강두천’ 김태호 PD와 나영석 PD 간 경쟁의 최대 수혜자는 결국 시청자이다.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두 천재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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