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새 보물 납시었네 - 신국보‧보물전’, 신윤복 ‘미인도’ 등 새로 지정된 국보‧보물 한자리에
국립중앙박물관 ‘새 보물 납시었네 - 신국보‧보물전’, 신윤복 ‘미인도’ 등 새로 지정된 국보‧보물 한자리에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0.07.31 15:07
  • 호수 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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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대 규모의 국보와 보물을 소개하는 이번 전시에서는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새로 지정된 문화재 중 이동이 불가한 것을 제외하고 대부분  소개된다. 사진은 나란히 전시된 이인문의 '강산무진도'(왼쪽)와 그의 스승 심사정이 그린 '촉잔도권'을 감상하는 관람객들의 모습.
역대 최대 규모의 국보와 보물을 소개하는 이번 전시에서는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새로 지정된 문화재 중 이동이 불가한 것을 제외하고 대부분 소개된다. 사진은 나란히 전시된 이인문의 '강산무진도'(왼쪽)와 그의 스승 심사정이 그린 '촉잔도권'을 감상하는 관람객들의 모습.

2017~2019년 지정된 157건 중 83건 190여점… 간송재단 소장품 다수

조선왕조실록 판본, 김홍도 ‘마사청앵도’, ‘얼굴무늬 수막새’ 등 눈길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지난 2016년 문화재청과 간송미술문화재단(이하 간송재단)은 간송 전형필(1906~1962) 선생이 목숨 걸고 지켜낸 소중한 문화재들을 보호하기 위해 ‘문화재 보존과 관리에 관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후 문화재청은 소장품을 면밀히 조사했고 일부 문화재를 보물로 격상시켰다. 최근 3년간 지정된 보물만 22점에 달한다. 

간송재단이 보유한 문화재를 비롯 사상 최대 규모의 국보와 보물을 공개하는 전시가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오는 9월 27일까지 진행되는 ‘새 보물 납시었네- 국보보물전 2017~2019’에서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 새롭게 지정된 국보와 보물 157건 중 이동이 어려운 문화재 등을 제외한 83건 196점을 공개한다.

전시는 크게 3부로 구성됐다. 1부 ‘역사를 지키다’는 삼국사기(국보 322-1호)와 삼국유사(국보 306-3호) 등 기록유산으로 채워졌다. 이중 가장 눈길을 끄는 유물은 유네스코가 “세계에서 가장 상세하면서도 포괄적인 역사기록물로서 독창적이고 대체 불가능하다”고 평가한 조선왕조실록의 판본들이다. 

실록 편찬은 해당 시대의 임금이 죽은 후 임시관청을 설립해 조직적으로 진행됐고, 편찬 이후에는 임금조차도 보지 못하도록 했다. 기록의 대상인 권력자가 간섭할 수 없도록 원천 차단한 것이다. 이로 인해 실록은 태조부터 철종까지 왕조 내내 작성되면서도 역사 서술의 핵심인 객관성, 공정성을 지켜낼 수 있었다. 

세계사에서 찾아보기 힘든 기록유산인 만큼 고초를 겪기도 했다. 국보 제151-3호인 오대산 사고본이 이를 잘 보여준다. 오대산 사고본은 1914년 일본으로 반출됐다. 조선총독부가 도쿄제국대학에 기증하는 형식을 취했으나 사실상 불법반출이었다. 일본에서 1923년 9월 관동대지진을 만나 대부분 소실돼 74권만 전해지다 2006년 도쿄대가 서울대에 기증 형식으로 돌려줬다. 

명분은 두 대학의 학술교류였지만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유출의 불법성을 지적하며 환수운동이 본격화되자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돌려준 것이다. 2부 ‘예술을 펼치다’에서는 정선, 김홍도, 신윤복, 심사정, 김정희 등 조선 최고 예술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전시품 중 상당수는 간송미술관의 소장품으로 서화류는 환경변화에 민감한 특성 때문에 3주 단위로 교체전시 된다. 박물관 홈페이지에서 세부 전시일정을 확인하고 관람하는 것이 좋다.

우선 8월 11일까지는 김홍도 ‘마상청앵도’(보물 제1970호)가 공개된다. 말을 타고 가던 선비가 꾀꼬리 노랫소리를 듣는(馬上聽鶯) 모습을 묘사한 작품으로 여백의 미와 시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8월 12일부터는 신윤복의 ‘미인도’(보물 제1973호)를 볼 수 있다. 쌍꺼풀 없는 눈에 초승달 눈썹, 아련한 눈빛. 조선 시대 여인 초상의 전형을 제시한 걸작이다. 윤기 흐르는 검은 머리칼과 배추같이 풍성한 옥색 치마, 노리개를 살짝 들고 옷고름을 쥔 손의 자태는 보는 이를 설레게 한다. 

심사정의 ‘촉잔도권’(보물 제1986호)과 그의 제자 이인문의 ‘강산무진도’(보물 제2029호)도 놓쳐선 안 된다. ‘촉잔도권’은 심사정이 죽기 1년 전인 1768년 이백의 시 ‘촉도난’(蜀道難)」을 주제로 해 중국 장안에서 촉(지금의 쓰촨)으로 가는 험난한 여정을 그린 대규모 산수화다. 

이인문은 스승 심사정의 ‘촉잔도권’에서 영향 받아 ‘강산무진도’를 그렸다. 파노라마처럼 이어지는 광활한 산수와 계곡, 기암절벽 등의 묘사는 닮았지만 차이도 뚜렷하다. ‘강산무진도’는 길이 8.5m에 달하는 두루마리에 우뚝 솟아오른 기암절벽, 산 위 마을과 아랫마을을 연결하는 도르래, 그 사이사이에 터를 잡고 생활하는 사람들 360여명의 모습을 그려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이상향을 담아냈다.

국보로 지정된 충남 부여 왕흥사터 출토 백제시대 사리장엄구.
국보로 지정된 충남 부여 왕흥사터 출토 백제시대 사리장엄구.

마지막 공간인 ‘염원을 담다’에서는 불교문화재의 위상을 살펴볼 수 있는 문화재를 소개한다. 불교는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한국인의 정신과 생활, 제도 등에 큰 영향을 끼친 종교이자 사상, 도덕이었다. 이런 영향력은 문화재에도 나타나는데 국보‧보물을 포함해 국가가 정한 4906건(2019년 기준)의 지정·등록문화재 중 불교문화재는 1548건으로 압도적으로 많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지정된 157건 중에도 절반에 가까운 45%를 차지한다. 

이중 특히 눈길을 끄는 건 21세기 발굴의 가장 뚜렷한 성과로 언급되는 ‘익산 미륵사지 석탑 출토 사리장엄구’(보물 1991호)이다. 백제 불교예술의 정점을 보여주는 일급자료임은 물론 서동과 선화공주가 미륵사를 세운 것으로 기록된 ‘삼국유사’의 내용과 달라 학계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2009년 출토된 미륵사지 사리장엄구는 미륵사가 백제 귀족 사택적덕의 딸인 왕비가 주도해 미륵사를 세웠다는 내용을 전하고 있다. 

한편, 국립중앙박물관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온라인 예약 시스템을 도입했다. 전시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2시간 단위로 관람인원을 200명으로 제한·운영한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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