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노인회 경로당 텃밭가꾸기 1석 3조 효과…소득 올리고 심신안정에 주민들과 소통까지
대한노인회 경로당 텃밭가꾸기 1석 3조 효과…소득 올리고 심신안정에 주민들과 소통까지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0.08.07 13:14
  • 호수 7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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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당 텃밭 가꾸기가 회원들의 수익 창출과 심신 안정, 지역주민 간 소통에 도움이 되면서 이를 도입하는 경로당이 늘고 있다. 사진은 대전 서구지회 경남아파트2단지 경로당 텃밭에서 작업에 열중하고 있는 회원들의 모습.
경로당 텃밭 가꾸기가 회원들의 수익 창출과 심신 안정, 지역주민 간 소통에 도움이 되면서 이를 도입하는 경로당이 늘고 있다. 사진은 대전 서구지회 경남아파트2단지 경로당 텃밭에서 작업에 열중하고 있는 회원들의 모습.

충주‧동해시 등 옥수수 재배… 농협‧가공업체서 전량 수매해 수익 안정

진천군 ‘사회적 돌봄’ 모델로 케어팜 만들어… 십시일반 모아 정원 조성도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충북 충주시 수안보면 오산경로당 최동희 회장은 8월 초 내린 집중호우로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경로당 앞 텃밭에 애써 심어놓은 들깨가 피해 입을까봐 노심초사했던 것이다. 앞서 지난 3월 파종해놓은 옥수수가 냉해 피해를 입은 경험이 있었기에 걱정은 더 컸다. 다행히 지대가 높아 큰 피해를 입지는 않았지만 최 회장은 가을 수확까지는 방심의 끈을 놓을 수 없다고 말한다. 최 회장은 “텃밭에서 얻은 수확으로 경로당 재정을 튼튼히 해 회원들이 안심하고 지낼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근 경로당 인근 유휴지나 건물 주변에 조성한 텃밭(공동작업장 포함)이 경로당의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다. 꽃이나 작물을 재배하면서 심신을 안정시키고 주민들과 소통하고 있으며, 일부 경로당은 판매 수익을 경로당 운영비에 보태거나 회원들에게 분배하면서 노인일자리 효과도 거두고 있다. 

충주시지회(지회장 이상희) 오산경로당은 코로나19 여파로 경로당이 문을 닫은 지난 3월 인근 700평 텃밭에 옥수수를 재배했다. 거동에 문제가 없는 회원들이 돌아가면서 텃밭을 가꾸고 그 수익을 운영비에 보태 회원들의 복지에 사용하고자 시작됐다. 초기 냉해피해를 입는 등 우여곡절을 겪기는 했지만 경로당 운영이 재개된 7월 25일 첫 결실을 거두는 데 성공했다.

이날 수확한 옥수수 120박스는 지역 농협에서 일괄 수매하면서 200여만원의 수익을 냈다. 또 올 가을에는 이모작을 통해 들깨를 수확할 예정이어서 수익금은 늘어날 예정이다.  

오산경로당이 텃밭가꾸기에 나설 수 있었던 건 충주시지회와 지역 농협의 도움이 컸다. 충주시지회는 꾸준히 지원을 나와 어르신들의 불편함을 해소하며 독려했다. 지역 농협에서는 옥수수 씨를 지원한데 이어 수확물을 수매해 판로 개척의 어려움을 덜어줬다. 

권혁진 충주시지회 경로부장은 “앞으로도 텃밭 가꾸기에 관심 있는 경로당을 계속 발굴해 재정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옥수수 재배해 노인일자리 창출

강원 동해시지회(지회장 남경만) 금곡경로당 등 4개소는 최근 인근 유휴지에 팝콘옥수수를 심었다. 팝콘을 제조하는데 사용되는 팝콘옥수수는 7월에 수확하는 찰옥수수와 달리 8월에 심어 10월에 수확한다. 금곡경로당 등 경로당 4개소는 지난해에도 1.5ha 면적에서 약 7톤의 팝콘옥수수를 생산‧납품했다. 이를 통해 2100만원의 소득을 창출했고 참여한 회원들에게 수익금을 공평하게 분배했다.

올해 생산된 팝콘옥수수는 지역 내 옥수수 전문가공업체인 ‘수평선F&B’에서 전량 수매(수매단가 3000원/kg)할 예정이고 올해 소득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동해시지회 김영애 취업지원센터장은 “어르신들이 큰 힘을 들이지 않고 텃밭을 관리하면서 용돈벌이를 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면서 “경로당의 참여를 점차 독려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쓰레기 쌓여 있던 유휴지에 꽃밭 

충북 진천군지회(지회장 박승구)는 경로당 회원들의 심신 안정과 환경 개선을 위해 텃밭을 조성해 눈길을 끌고 있다. 진천군지회의 거점경로당 26곳 중 17개 경로당은 최근 경로당 인근에 케어팜을 조성했다.

케어팜이란 돌봄을 뜻하는 케어(care)와 농장을 뜻하는 팜(farm)의 합성오로 ‘사회적 돌봄’ 모델의 하나다. 농업과 돌봄 서비스를 융합해 직접 꽃과 작물 등을 재배하며 몸과 마음의 건강을 회복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특히 쓰레기 무단투기로 오염된 공간을 재정비해 꽃밭으로 만들어 큰 호평을 받고 있다. 

코로나19로 경로당이 문을 닫은 사이 어르신들은 보기 흉한 쓰레기를 걷어내고 꽃밭, 무장애텃밭, 상자텃밭, 해바라기 정원, 백일홍 텃밭 등 특색 있는 정원을 만들어 마을 분위기를 탈바꿈시켰다. 

진천군 관계자는 “향후에는 파종, 병해충 관리, 수확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원예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이를 활용한 원예치료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전 서구지회(지회장 김병구) 경남아파트2단지경로당도 회원들간의 화합을 위해 경로당 마당에 텃밭을 가꾸고 정원수를 심어 주민들이 자주 찾는 쉼터로 만들어 호평을 받고 있다. 

돈모아 정원 만들어 주민 개방

이 경로당이 텃밭을 가꾸게 된 배경에는 아이러니하게도 회원들의 잦은 분쟁이 있었다. 원예치료가 정서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주용식 현 사무장의 제안으로 2014년부터 돌만 무성했던 공간을 일구기 시작했다. 

예산이 없어 무료로 제공되던 커피를 100원에 판매하는 등 회원들이 십시일반 모은 성금으로 씨앗과 모종을 구입했다. 그 결과 향나무와 천년초 등 초목과 더덕, 도라지, 열무 등 채소 20여종을 재배하는 마을정원으로 탈바꿈 시켰다. 특히 회원 외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면서 세대공감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강순식 경로당 회장은 “수확한 채소를 인근 어린이집에도 나눠주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정원을 지속적으로 가꿔 나가겠다”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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