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여는 어르신상담 [13] “아내, 자녀들과 대화하고 싶어도 말이 안 통해요”
마음을 여는 어르신상담 [13] “아내, 자녀들과 대화하고 싶어도 말이 안 통해요”
  • 서울시어르신상담센터
  • 승인 2020.08.07 13:54
  • 호수 7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Q 회사에서 은퇴한 후 자녀들은 결혼해서 분가하고 아내와 둘이 지내고 있습니다. 아내와 같이 있는 시간이 많으면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취미생활도 같이하고 잘 지낼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매일 마주하는 집사람은 말만 꺼내면 나에게 ‘그냥 넘어가지 왜 그러냐’, ‘그만 두어라’ 사사건건 잔소리입니다. 분가해서 살고 있는 애들도 어쩌다 한 번 얼굴 비추면서도 오랜만에 이야기 좀 하자고 하면 얼굴 가득 짜증이 섞여있으니, 이제는 집에 왔다고 인사해도 쳐다보기도 싫습니다. 물론 저도 제 성격이 좀 꼬장꼬장하고, 말투도 직선적이란 걸 압니다. 친구들도 저보고 ‘말투 좀 고쳐라’, ‘그만 따져라’라고 하는데, 그게 말처럼 쉽겠습니까? 가족들하고 이야기도 안 통하는데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해야 할 말은 늘어나고, 갑자기 말을 꺼내려니 그로 인해 자꾸 싸우게 되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어르신은 은퇴 이후 가족들과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며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예상하지 못했던 가족들의 반응에 많이 힘드신 것 같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어르신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가족과 대화를 하고 감정을 전달하는 일이 어렵다고 느끼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가족 간 말다툼이 생기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다만 ‘너의 이야기는 틀렸고, 내 말만 맞다’라며 시시비비를 가리려는 태도는 삼가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는 이야기를 이어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야기해야 대화를 잘 할 수 있을까요?

대화 즉 의사소통은 서로를 이해하고, 상대방의 관점에서 문제를 보려했을 때, 그리고 나 자신과 다른 사람 간의 관점을 알기 위해 자신의 느낌과 생각을 숨김없이, 그리고 성실하게 전달했을 때 이루어집니다. 때문에 상대방에 대해 지레짐작하지 마시고, 나의 마음을, 상황을 있는 그대로 설명하시는 게 좋습니다. 또한 비록 내가 사랑하고 걱정하는 마음에 한 말이라도 상대방이 듣기 거북하고, 마음이 상할 수 있다면 듣기 싫은 잔소리로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아마 배우자분도 어르신을 걱정하는 마음에서 하는 말이지만, ‘왜 그러냐’, ‘그만 두어라’라는 말투에 마음이 상하여, 듣기 싫은 잔소리로만 들리게 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너’는 어떻게 해야 하고, ‘너’는 이런 점을 고쳐야한다는 식의 말하기 방식보다 ‘나’는 어떤지에 대해서 먼저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좋습니다. ‘(너도 이제) 말 좀 들어라’, ‘너희도 이제 부모가 되었잖니?’라고 말하는 것보다는 ‘(내가 보기에) 요즘 네가 힘들어보여서, 걱정이 됐단다’, ‘(내가) 너희들이 보고 싶어서 기다렸단다’라는 식으로 바꾸어 이야기 하는 것입니다.

한 번에 그 동안의 말하는 습관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가족들의 있는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힘을 실어주고, 위로받을 수 있는 말을 전하면서 가족들의 이야기도 잘 들어준다면 긍정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또한 혼자만의 노력으로 어렵다면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으시길 권해 드립니다. 저희 서울시어르신상담센터의 경우에도 의사소통과 관련한 개인상담뿐 아니라 같은 고민을 가진 어르신들이 함께 모여 자신을 돌아보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해보는 집단상담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도움말 : 서울시어르신상담센터 (02-723-9988)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