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최악의 물난리 속에 ‘4대강 사업’ 정치 공방… 제방 붕괴 원인 제대로 밝혀야
[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최악의 물난리 속에 ‘4대강 사업’ 정치 공방… 제방 붕괴 원인 제대로 밝혀야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0.08.14 13:36
  • 호수 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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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장마와 폭우로 인해 발생한 낙동강과 섬진강 제방 붕괴를 놓고 정치권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시작은 야당에서 4대강 사업이 옳았다는 주장을 이명박계 의원들이 펼치면서다. 공방이 가열되니 급기야 대통령까지 나서 “4대강 보가 홍수조절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실증 분석할 기회”라며 야당공세에 적극 대처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8월 7~8일 영호남 곳곳에는 400~600㎜의 장대비가 쏟아져 큰 피해를 냈다. 섬진강 제방이 터지는 바람에 전북 남원과 전남 구례·곡성·광양, 경남 하동 등 섬진강 수계 주민 3000여명은 황급히 안전지대로 대피해야 했다. 

영호남 화합의 상징적 장소인 하동 화개장터에선 건물 지붕까지 물이 들어차 수십 명이 한때 고립되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9일 새벽에는 낙동강 본류인 경남 창녕군 이방면 합천창녕보 제방 50m가량이 폭우로 인한 수압을 견디지 못해 무너지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에 장천·송곡·거남리 등 이방면 일대 마을이 물에 잠겨 수천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제방이 붕괴하는 원인은 다양하다. 기본적으로는 홍수로 불어난 강물의 압력을 제방이 이겨내지 못해 붕괴한다. 제외지(하천 제방으로 둘러싸인 하천 쪽 지역)의 강물 수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강물이 제방에 가하는 압력이 커지고, 제방 규모가 이를 버텨낼 수 없는 작은 규모이거나 물리적 결함으로 생긴 틈으로 물이 흐르게 되면 침식이 가속하면서 싱크홀이 발생하거나 틈이 커져 제방이 붕괴한다.

하지만 야당에선 섬진강 주변에 홍수 피해가 커진 것을 4대강 사업과 같은 치수(治水)사업을 하지 않은 탓으로 돌렸고, 여당은 낙동강 제방 붕괴의 원인이 4대강 사업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연재해까지 각각 유리한 방향에서 해석한 것이다.

여기에 하천 전문가들도 제방 붕괴의 원인을 두고 다른 진단을 내놓고 있어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번 제방 붕괴 원인을 제대로 진단해야 복구 대책이 나올 수 있는데 소모적인 정치공방부터 벌이니 안타깝다.

정부 또한 역대 최장기간 장마와 집중호우에 따른 피해를 계기로 4대강 보의 홍수 조절 기능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는 것과 관련해 환경부· 국토교통부 등 관계 부처와 민간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합동조사단을 구성해 관련 조사를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4대강 보가 홍수 조절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실증·분석할 기회”라며 “댐의 관리와 4대강 보의 영향에 대해 전문가와 함께 깊이 있게 조사·평가를 당부한다”고 밝혔다.

이번 제방 붕괴의 경우는 근래에 보기 드문 긴 장마와 큰 홍수량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취약한 제방이 붕괴한 것이므로 왜 제방이 취약해져 붕괴했는지 초기에 진단해야만 한다. 또한 붕괴된 제방의 단면과 유실·침식·퇴적되는 모습의 변화를 조사·기록해 원인을 분석·추론해야 한다.

아울러 올해의 강수 양상과 강수량이 앞으로도 빈번히 발생할 일인지 아닌지도 평가하고 판단해야 한다. 모든 수해를 완벽하게 방지하는 것은 전 세계 어디에서도 불가능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기 때문이다.

구체적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수해 발생 원인을 어느 한 가지 요인으로 몰아가는 것은 온당치 못한 태도다. 이번 수해에 4대강 사업 유무에 따른 영향이 일부 있었다고 치더라도 재해가 지속되고 있고, 생명이 위급한 경우도 계속 생기는 상황에서 네 탓 공방에 매달리는 것은 방재 활동에 방해만 될 뿐이다. 

국민들이 안전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분열보다는 한마음으로 재난 상황에 대처해야 한다. 한순간의 방심이 자연 재앙을 키울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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