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빚투’ 열풍에 가계부채 사상 최대… ‘부실화’ 뇌관 터지기 전에 위험 관리해야
[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빚투’ 열풍에 가계부채 사상 최대… ‘부실화’ 뇌관 터지기 전에 위험 관리해야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0.08.21 11:16
  • 호수 7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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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조 원이 넘는 주택담보대출 증가세에 ‘빚투(빚내 주식 투자)’ 열풍까지 더해지면서 가계 빚이 또 다시 사상 최대치를 갈아 치웠다. 싼 이자로 돈을 빌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자 너도나도 빚을 내 자산시장에 투자한 결과이다.

한국은행이 8월 19일 발표한 ‘2분기 가계신용’ 잠정치에 따르면, 2분기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637조3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80조5000억원(5.2%) 증가했다. 직전 사상 최대치인 3월 말보다 25조9000억원(1.6%) 늘어난 규모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은행·보험사·대부업체·공적 금융기관 등에서 받은 대출(가계대출)에 결제 전 카드 사용금액(판매신용)까지 더한 것으로, 가계가 갚아야 할 부채인 ‘포괄적 가계 빚’을 말한다.

1분기 가계신용을 대출 내역별로 살펴보면, 가계가 금융회사에서 빌린 가계대출은 1545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전 분기 대비 23조9000억원(1.6%) 증가한 수치로, 이 또한 역대 최대 규모다. 

주택담보대출은 14조8000억원 늘어 지난해 4분기(12조6000억원), 올해 1분기(15조3000억원)에 이어 3개 분기 연속 10조원대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정부의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에도 주택을 매입하거나 세를 얻기 위해 빚을 내는 수요가 여전하다는 의미다. 

가계대출 창구별로는 전 분기 대비 예금은행이 14조4000억원,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이 2000억원, 기타금융기관이 9조3000억원 각각 증가했다. 특히 기타금융기관의 경우 기타대출이 전 분기 대비 3조5000억원 늘어나며 증가세로 전환됐다. 

또한 2분기에는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리거나 신용융자를 받는 ‘주식 빚투’도 가계 빚을 끌어올린 요소로 작용했다. 증권회사 신용공여(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리거나 신용융자를 받음) 잔액이 29조9000억원으로 1분기보다 7조9000억원 늘었기 때문이다. 

이는 코로나 사태로 주가가 급락했다가 동학개미운동 등 영향으로 반등한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2분기 개인 투자자들은 코스피 11조4000억원, 코스닥 4조4000억원 등 총 15조8000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한 바 있다. ‘빚투’로 상당한 투자 수익을 보았다 하더라도 증시 활황이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코로나19가 다시 대유행 할 경우 폭락사태가 재연될 수도 있다. 이에 최근 주요 증권사들은 신용공여 총액이 자기자본 수준까지 불어나 신용공여를 속속 중단하는 실정이다.

신용카드 할부액을 비롯한 판매신용 잔액은 91조60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2조원 증가했다. 자동차 소비 증가로 여신전문회사 중심의 판매신용이 늘어서다. 

이처럼 가계 빚 증가세가 가팔라지면서 올해 1분기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은 98.5%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4분기(97.9%)보다 더 상승한 수준으로, 이미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위험 수위(80%)를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가계 빚 규모와 증가 속도가 소득에 견줘 너무 크다고 우려하는 실정이다. 가계부채의 증가는 우리 경제의 ‘뇌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이 살아나자 너나없이 빚을 내 투자에 나서고, 주택대출도 환금성이 떨어지는 빌라까지 ‘패닉바잉’(가격 상승, 물량 소진에 대한 불안으로 가격에 관계없이 주식, 부동산 등을 마구 사들이는 일)이 연출된 결과다.

금융회사들은 경제 시스템이 망가지기 전에 리스크(위험) 관리를 최우선 원칙으로 지켜야 한다. 정부 또한 경기부양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기업과 개인대출 전반의 건전성 실태를 정밀 모니터링해 해결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투자는 개인의 책임아래 하는 것이다. 스스로 위험을 감수하겠다면 말릴 방법은 없지만 빚을 내가면서까지 투자할 때인지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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