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여는 어르신상담 [14] “자식 둘과 차례로 사별한 뒤 아무 의욕이 안 생겨요”
마음을 여는 어르신상담 [14] “자식 둘과 차례로 사별한 뒤 아무 의욕이 안 생겨요”
  • 서울시어르신상담센터
  • 승인 2020.08.21 13:13
  • 호수 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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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저는 지금 70대 후반으로 아내와 둘이만 살고 있습니다. 내 나이가 되면 자녀들을 모두 출가시키고 손주들 재롱을 보며 걱정 없이 지내는 것이 보통이겠지만, 저에게는 누릴 수 없는 일상이 되어버렸습니다. 최근 4년 동안 자녀 둘을 먼저 멀리 떠나보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 큰 아들이 갑작스럽게 죽었을 때는 당황스러우면서도 믿기지 않았습니다. 물론 슬픔도 무척 컸지만 남아있는 가족들을 생각하니 마냥 슬퍼만 할 수도 없었고, 오히려 생각 안나게 더 바쁘게 지내려 노력하였습니다. 하지만 3년 뒤 둘째마저 죽고 나서는 모든 것에 의욕이 없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자녀들의 죽음에 대해 제대로 알리지 않았습니다. 그 사람들도 걱정하는 마음이 커서 하는 이야기겠지만 뒤에서 우리 이야기를 하는 것도 싫고, 나를 위로하고 배려해주는 말도 고마움 보다는 부담감으로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집에서도 아내와의 대화가 많이 줄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도 많아지면서 갈등도 생기는 것 같습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노년에 가족들과 평범하고 행복한 일상을 꿈꾸셨던 만큼 아픔도 크고, 이를 잊기 위해 더 바쁘게 지내며 혼자 슬픔을 감당하느라 많이 힘드셨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죽음뿐만 아니라 이혼, 이별 등 인간관계에서 다양한 상실을 경험하게 됩니다. 사람이 태어나면 한 번 죽는 것이 순리이며 이를 막을 수 없듯이, 상실의 순간 역시 그 시기와 대상이 다를 뿐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상실을 경험하게 되면 어르신과 같이 깊은 슬픔에 무기력해지기도 하고, 심한 우울감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감정에만 매몰되게 되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더 힘든 상황을 맞이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건강하게 애도(哀悼)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건강하게 애도하기 위해서는 첫째 슬픔을 무조건 참기보다는 울고 싶다면 실컷 울어야 합니다.  둘째는 힘든 감정을 억누르지 말고 힘들면 힘들다고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셋째는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떠나보내는 것입니다. 모든 일에 시간이 필요하듯이 상황을 급하게 정리하기 보다는 가족들과 함께 돌아가신 분을 추모하며 추억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어르신의 경우 자녀를 잃은 슬픔만큼 남아있는 가족들을 걱정하여 본인의 힘든 감정을 무조건 참으려고 노력하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 억눌렸던 감정이 나중에 더 큰 위험을 야기할 수 있기에 가족들에게 어르신의 감정을 알리고 함께 슬픔을 나누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히 어르신의 경우 배우자 역시 힘든 상황을 겪었기 때문에 서로의 상황을 잘 이해하고 의지할 수가 있습니다. 부부간의 대화를 통해 슬픈 감정을 나누며 건강한 애도를 함께 하면 좋을 듯합니다. 

그럼에도 슬픈 감정이 잦아들지 않고, 본인의 슬픈 감정을 나누고 표현하는 것이 어렵다면 전문기관의 상담을 받으시는 것도 권해드립니다. 저희 서울시어르신상담센터의 경우에도 애도나 우울과 관련한 상담을 진행하고 있으며, 서울 외 지역에서도 각 지역의 노인복지관이나 노인전문상담센터, 건강가정지원센터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도움을 받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도움말 : 서울시어르신상담센터 (02-723-9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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