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션
내 마음은 하루에도 열 두 번
꽃이 피었다 지고
찌릿찌릿 전기가 통하지만
아닌 척 시치미 뚝,
소란스런 짝사랑 중
짝사랑, 왠지 푸릇푸릇 열일곱 소녀나 소년의 전유물일 것만 같은데 단풍 곱게 든 저 우물같이 고요한 마음에도 깃드나 보다. 겉으로 드러낼 수 없으나 꼭 그런 것만은 아니고 너 좋아한다고 티를 내고 싶어도 또 그럴 수 없는 참 딱한 맨 처음의 그 감정. 누구나 한 번쯤은 통과의례처럼 겪어봤을 그 마음을 다시 확인한다. 아닌 척 시치미 뚝 떼고 있어도 마음은 콩닥콩닥 붉었다가 파래졌다가 널뛰기를 하는 어지러운 그 첫 정을 어찌 잊겠는가.
오래도록 품고 살다 가끔씩 꺼내 보게 되는 아리고 행복한 우리들의 젊은 날 그 순정한 시간이 꼭 저 명경지수 같아서 코끝 찡해진다. 다시 그런 날이 온다 해도 기꺼이 온 마음을 바칠 준비가 되어 있다. 지금도 우리는.
디카시‧글 : 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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