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노인회 강릉시지회 보광1리노인자원봉사클럽 “어르신 밭 농작물, 우리가 대신 경작해요”
대한노인회 강릉시지회 보광1리노인자원봉사클럽 “어르신 밭 농작물, 우리가 대신 경작해요”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0.08.21 14:15
  • 호수 7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한노인회 강릉시지회 보광1리자원봉사클럽 회원들이 홀몸 어르신의 밭을 경작해주고 있다.
대한노인회 강릉시지회 보광1리자원봉사클럽 회원들이 홀몸 어르신의 밭을 경작해주고 있다.

거동 불편 노인 밭일 돕고, 보육원 환경 정화

작년 성과보고대회서 대한노인회장상 수상

[백세시대=오현주기자] “쓰레기로 뒤덮인 집안 구석구석을 깨끗이 청소한 뒤 확 바뀐 모습을 보면 속이 다 시원하고 기분도 좋다.”

대한노인회 강릉시지회 소속의 보광1리노인자원봉사클럽 하삼동(70·강릉시 성산면) 코치는 “온몸이 땀으로 흥건할 만큼 이 일이 고되지만 홀몸 어르신들로부터 ‘고맙다’, ‘식사 하고 가시라’는 말을 듣는 순간 힘든 걸 잊고 보람도 느낀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클럽은 홀몸 어르신의 집안 청소와 텃밭 경작을 돕는 일을 주로 한다. 하 코치는 “한 번은 거동이 불편한 84세 여성 어르신이 생활쓰레기를 버리지 못하고 집안에 쌓아둔 채로 그냥 살고 있었다”며 “그 집에서 나온 쓰레기양이 1톤 트럭으로 두 번이나 내다버릴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 클럽은 2017년 8월에 결성됐다. 강릉시지회 보광1리경로당 회원 20명(남 8, 여 12)이 주축이 돼 지난 3년간 보육원 주변 제초 및 청소, 마을 도로변 환경정화 일을 해왔다. 하 코치는 서울에서 건축업을 하다 12년 전 지인이 거주하는 강릉시 성산면 보광1리로 귀촌했다.  

하 코치는 “경로당 회원들과 ‘줌바’를 익혀 시·도 주최 행사에 참가하다 우연히 자원봉사를 접하게 됐다. 마침 강릉시지회에서 자원봉사클럽을 조직한다고 해 봉사클럽을 만들게 됐다”며 “회원 중에는 서울 등지에서 귀촌한 분이 6명이나 된다”고 귀띔했다.

회원들은 봉사가 있는 날은 오전 8시 30분에 모여 오전 11시 40분까지 땀을 흘리고 점심을 같이 한다. 성산면은 전형적인 농촌지역으로 80여 가구, 180여명이 산다. 보광1리경로당 회원 56명 중 홀몸 어르신은 30여명. 그 가운데 몸이 불편한 어르신의 집을 방문해 밀린 빨래를 해주고 밭의 파종과 수확을 거든다. 밭이라고 해봐야 20~30평 내외의 텃밭 수준이다.

통계청 조사 결과에 따르면 농가인구 250만명 중 절반에 가까운 120만명이 만 65세 이상의 노인이며 독거노인 농가도 꽤 된다. 거동이 불편한 그들에게 특별히 봉사의 손길이 필요하지만 그들을 위한 봉사클럽은 많지가 않다. 실제로 남의 밭일을 돕는 일이 말처럼 쉽지가 않다. 클럽 회원들도 각자 자기 밭에서 농사를 짓고 있기 때문에 농번기에는 따로 시간을 내기가 여간 힘들지 않아서다. 

하 코치는 “가장 힘든 점이 집합 문제”라며 “자기 밭에도 나가야 하고 또 일부는 노인일자리에 참여하기 때문에 한 자리에 모두 모이는 일이 쉽지가 않다”고 말했다. 하 코치 역시 500평 되는 밭에 채소, 감자 등 농작물을 경작하고 있다.

그럼에도 회원들의 봉사 열정이 뜨거워 2~3명을 제외하곤 대부분 약속 장소에 잘 나온다고 한다. 클럽 초창기부터 활동한 박화실(81) 어르신은 “저희도 부부가 약 300평 되는 땅에 옥수수·감자재배를 한다”며 “저희 집 밭일은 아직은 건강한 남편이 혼자서도 잘 해나가 덕분에 제가 덜 미안하다”고 말했다.

클럽 회원들은 올해부터 농번기가 아닐 때는 강릉보육원 건물 주변의 풀을 뽑아주고 청소해주는 일을 시작했다. 

권혁춘(85) 코치는 “보육원 직원들이 있지만 아이들 돌보느라 건물 주변의 무성한 풀들을 미처 뽑지 못하고 있다”며 “보육원 직원들이 고마워하는 걸 보면 길거리 청소 때보다 보람을 더 많이 느낀다”고 말했다. 

심재빈 강릉시지회장은 “보광1리노인자원봉사클럽 회원들은 단합이 잘 돼 봉사 날 한 분도 빠짐없이 나온다”며 “열심히 봉사한 점을 인정받아 작년 성과보고 우수사례 발표회에서 대한노인회장상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