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과천 ‘신나는 빛깔 마당’ 전, 미술관에서 오뚝이 넘어트리고 미끄럼틀도 타고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신나는 빛깔 마당’ 전, 미술관에서 오뚝이 넘어트리고 미끄럼틀도 타고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0.08.21 14:22
  • 호수 7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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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개관 이후 최대 규모의 어린이를 위한 특화전으로 어르신들이 손주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은 미끄럼틀이 인상적인 김진송 작가의 ‘허리 긴 개’.
이번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개관 이후 최대 규모의 어린이를 위한 특화전으로 어르신들이 손주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은 미끄럼틀이 인상적인 김진송 작가의 ‘허리 긴 개’.

대규모 어린이 대상 전시… 백인교 등 6인의 체험 중심 작품 선보여

30개의 대형 드럼통으로 꾸민 ‘숨바꼭질’ 등 눈길… 손주와 함께 가볼만

[백세시대=배성호기자] “넘어트려도 다시 일어나네.”

지난 8월 14일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는 미취학 아동 여럿이 달걀 모양의 형형색색 오뚝이를 밀고 있었다. 아이들은 자신의 키보다 큰 오뚝이가 넘어졌다가 금세 다시 일어나는 모습이 신기해 이를 몇 번이고 반복했다. 놀랍게도 이 오뚝이들은 백인교 작가의 ‘롤리폴리’(R.O.L.Y.P.O.L.Y)라는 작품이었다. 아이들은 이후에도 한참동안 전시장을 놀이터마냥 돌아다니며 작품들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았다.

조부모들이 어린 손주와 함께 즐길만한 전시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열리고 있다. 내년 2월 28일까지 진행되는 ‘신나는 빛깔 마당’은 과천관 개관 이후 최대 규모의 어린이 대상 특화전으로 원형전시실에서 현대미술가 6명의 다양한 설치작품을 놀이·체험 도구로 삼아 현대미술을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다. 또 자신의 작품을 만들어 보는 체험 프로그램과 각종 교육프로그램도 누릴 수 있다.

먼저 박미나 작가는 색의 특징과 원리를 몸으로 경험하는 ‘무채색 14단계와 녹색, 파랑, 빨강, 검정 광원’을 내놓았다. 직육면체 체험 공간으로 외벽의 벽화에는 검정에서 하얀색으로 이어지는 무채색 14단계가 채색돼 있고 내부 벽화에는 녹색, 파랑, 빨강, 검정의 빛깔을 표현했다. 이를 통해 아이들이 명도의 정의, 유채색과 무채색, 색순응 등 색의 특징과 원리를 익힐 수 있도록 했다.

실로 만든 형형색색의 대형 오뚝이로 표현한 백인교 작가의 ‘롤리폴리’.
실로 만든 형형색색의 대형 오뚝이로 표현한 백인교 작가의 ‘롤리폴리’.

여러 시각 요소를 변주한 독특한 놀이도구들로 구성된 놀이터도 있다. 김용관 작가의 ‘둥근 네모’는 구(球), 직육면체, 기하학적 모양의 도형들과 각종 색칠도구 등을 이용해 아이들이 자기만의 방식으로 놀 수 있도록 구성한 공간이다. 어떠한 정답도 없기에 아이들은 저마다 개성 있게 즐기면 된다.

조숙진 작가의 ‘숨바꼭질’은 1999년 뉴욕 소크라테스 조각공원에 설치했던 ‘삶의 색채’를 바탕으로 이번 전시주제와 공간에 맞게 변형 설치한 작품이다. 재활용 드럼통 50여개와 친환경 인조잔디 등을 통해 어린이들이 자유롭게 놀며 상상하고, 어른들도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 작품과 교감할 수 있도록 했다. 아이들이 드럼통을 드나들며 온몸으로 숨바꼭질을 할 수 있는데 실제 전시장에서 가장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목수인 김진송 작가의 ‘허리 긴 개’는 외형부터 웃음을 선사한다. 나무로 허리가 긴 대형 개를 만들고 개 가슴 부위에 미끄럼틀을 설치했다. 아이들이 계단을 올라가고 긴 통로를 지나 다시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도록 하는 과정을 통해 어린이가 스스로 즐거움을 찾을 수 있게 만들었다.

박기원 작가의 ‘바다’는 조명과 비닐, 스펀지 등으로 상상의 푸른 바다 풍경 등을 구성한 신비스러운 공간이다. 스펀지를 바닥에 깔아 놓은 텅 빈 공간에서 누구나 자유롭게 상상력을 발휘하도록 했다. 덧신을 신고 안에 들어갈 수 있어 잠시 쉬기도 한다.

작품을 몸으로 경험하는 전시 공간 외에 디지털 스케치북으로 나만의 작품을 만들어 보는 체험 공간인 ‘엉뚱한 상상조각’과 온 가족을 위한 쉼터 겸 도서 공간을 함께 조성해 여유로운 관람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전시실 내 별도의 교육 공간인 ‘모두의 마당’에서는 다양한 색깔 재료를 사용해 자신의 색을 표현해보는 상시 교육프로그램이 운영되며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코로나19로 인해 현장참여가 어려운 관람객을 위한 온라인 교육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할 예정이다. 다만 코로나19가 대유행 조짐을 보여 운영이 중단될 수도 있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1986년 과천관 개관 이래 최대 규모의 어린이 특화 전시를 통해 많은 어린이가 현대미술과 더욱 가까워지고 꿈을 키울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며 “자연 속 미술관인 과천을 가족과 어린이 중심의 열린 공간으로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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