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의료계, 의대정원 확대에 반대 총파업… 공공의대 신설 등 사회적 논의 필요
[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의료계, 의대정원 확대에 반대 총파업… 공공의대 신설 등 사회적 논의 필요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0.08.28 13:07
  • 호수 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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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이 의과대학 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 한방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등에 반대하며 가운을 벗어 던지고 병원 밖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2000년 의약분업을 빌미로 사상 초유의 대규모 파업을 감행한 지 20년 만이다. 

대학병원 전공의와 전임의들이 무기한 파업을 실시한 데 이어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주축인 개원의들도 8월 26일부터 사흘간 휴진에 들어가는 등 의료계가 전면적인 총파업을 진행했다. 

게다가 의대생들 또한 오는 9월 1일부터 35일간 실시할 예정인 ‘2021년도 의사국가시험’ 응시를 취소해 의료계 총파업에 불을 지피고 있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에 따르면, 2021년도 의사국가시험 실기시험 접수자 3172명 중 89%인 2823명(25일 오후 6시 기준)이 응시 취소 및 환불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로써 당장 내년 초 인턴 수급과 공중보건의·군의관 충원, 의대 신입생 선발 업무 등에서 줄줄이 혼란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정부는 파업철회와 진료개시 행정명령 및 면허정지라는 강수를 두고 의료계와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고 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26일 수도권 소재 수련병원에 근무하는 전공의·전임의에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의료법 59조 2항에 따르면 ‘복지부장관,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거나 의료기관 개설자가 집단으로 휴업하거나 폐업해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그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업무개시 명령을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집단 휴진하는 의원급 의료기관도 파업 참여율이 10%를 넘어 진료에 차질이 발생한다고 각 지자체에서 판단할 경우에는 해당 보건소에서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의사들이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것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 정부는 지역의사가 부족하다며 의대정원을 매년 400명씩 10년간 한시적으로 증원해 10년간 지역에 의무복무 해야 하는 ‘지역의사제’를 만들겠다고 하지만 지역의사 부족이 그렇게 시급한 문제라면 시급한 해결책을 내놓았어야 한다고 비판한다. 지금의 정책 변화 효과는 최소 15년 후부터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몇몇 분야에 의사가 부족하다거나, 의사의 지역별 분포 불균형이 심하다는 것에는 의사 대부분이 동의하지만 이는 단순히 의사를 4000명 늘린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왜 필수의료나 지역 의료가 무너졌고, 이를 되살리는 방안이 무엇인지에 대한 원인과 해결책이 없다면 정치적 포퓰리즘의 산물에 불과해서다.

무엇보다 의사 인력 증원은 의협과 전문성 있는 연구자들에 의해 객관적 상황에서 논의되고 판단되어야 하며 사회적 논의 없이 진행될 수 없다. 결론적으로 정부가 현재 추진 중인 대책은 작금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비현실적인 대책이며 오히려 더 많은 문제를 창출할 것이라는 게 의사들의 주장이다. 무엇보다 의대생이나 의사들이 이른바 ‘비인기 전공과목’을 선호하지 않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 없이는 의대 정원을 아무리 늘린다고 해도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과거에도 의학전문대학원을 만들면 여러 학부 출신들이 의학교육을 받으면서 기초의학 및 연구 분야 지원이 늘어날 것이라고 했지만 지금 어떻게 되었는지 살펴봐야 한다.

공공의대 신설 또한 우려의 시선이 있다. 우리나라 공공의료가 취약한 현실은 공공의대가 없거나 공공의료기관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라 전문가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우수한 의료 인력이 낮은 처우로 인해 공공부문 종사를 꺼리며, 관료제 특유의 비효율성과 근시안적 계획으로 경쟁력 제고가 불가능해서다.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의료 접근성이 높은 나라다. 해외 어느 나라도 우리처럼 원하는 때, 가까운 곳에서 전문적인 수련까지 마친 전문의를 쉽게 만날 수 있는 나라는 없다. 의사가 부족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과학적인 근거를 내놓아야 한다.

국가적 재난 위기를 내세운 단편적인 의사인력 증원과 공공의대 신설은 심각한 부작용과 악영향을 미쳐 결국 보건의료의 질 하락이란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의료인들의 주장에 정부가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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