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예술에는 남녀 차이가 없다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예술에는 남녀 차이가 없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0.08.28 13:38
  • 호수 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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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과 베니스영화제와 함께 세계 3대 영화제로 꼽히는 베를린영화제에서 내년부터 최우수 남우주연상과 여우주연상을 볼 수 없게 됐다. 베를린영화제 주최 측이 은곰상인 최우수 주연상을 기존 최우수 남우주연상과 여우주연상으로 구분하지 않고 성 중립으로 최우수 주연상으로 통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최우수 남우조연상과 여우조연상 역시 최우수 조연상으로 통합된다.

상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반으로 줄어 배우들은 싫어할 조치일 지도 모르지만 예술의 틀에서 보면 바람직한 현상이다.

스포츠는 남녀의 신체 차이를 인정해 성을 구분해 경쟁을 펼친다. 남녀가 함께 경쟁을 펼치면 애초에 경쟁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여자 100m 세계신기록이 10초67인데 이 기록으로는 남자들과 경쟁해 예선조차 통과하기 힘들다. 여자가 무능해서 그런 것이 아닌 태생부터 가지고 있는 신체적 능력의 차이 때문이다. 물론 정상급 여자 스포츠 선수들은 일반 남성을 압도한다. 평범한 남자가 아무리 빨라도 100m를 10초대로 뛸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정상급 남자와 동등한 경쟁을 애초에 펼칠 수 없다.

이러한 이유로 육상경기부터 권투, 수영, 태권도 등 모든 종목이 남자는 남자끼리 대결을 하고 여자는 여자끼리 경쟁을 펼쳐 가장 뛰어난 신체 능력을 가린다.

그런데 예술 분야는 다르다. 남녀의 역할이 다른 발레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남녀가 아닌 개인의 능력으로 실력의 차이가 나타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문화계에서는 스포츠처럼 남녀를 구분해 시상하는 것이 관행으로 굳어져 있다. 베를린영화제 주최 측의 과감한 개혁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는 모르지만 ‘예술에서는 남녀가 똑같다’라는 인식을 심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남녀의 구분을 없애야 하는 것이 또 있다.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의 선발 기준이다. ‘강도를 만났을 때 옆에 남성경찰과 여성경찰이 있을 경우 누구에게 도움을 청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어떻게 답할 것인가. 이 질문을 바꿔서 ‘강도를 만났을 때 옆에 비실비실한 남성경찰과 격투기 선수 같은 다부진 몸을 가진 여성경찰이 있다면 누구에게 도움을 청할 것인가’라고 한다면 당신은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앞서 말했듯 여성도 단련하면 평범한 남자는 가볍게 제압한다. 그리고 시민들은 경찰에게 이러한 모습을 원한다. 그런데 현재 경찰을 선발할 때 남녀가 체력테스트 통과 기준이 다르다. 여성경찰 선발기준은 평범한 남성들도 가볍게 하는 수준이다. 이런 테스트를 통과한 경찰에게 누가 기댈 수 있을까.

베를린영화제의 변화를 발판 삼아 남녀를 구분해 심사‧평가했던 관행에 대한 진중한 고민이 이뤄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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