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세상읽기] 간헐적 단식과 장수
[백세시대 / 세상읽기] 간헐적 단식과 장수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0.08.28 13:47
  • 호수 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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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노인세대는 어릴 적 굶기를 밥 먹듯 했다. 아침 또는 점심은 건너뛰기 일쑤였고 쌀밥 대신 보리밥을, 고기국 대신 멸치국을 먹었다. 그런데 그게 건강한 장수에 최적의 음식과 환경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야 깨닫게 됐다. 

빈약한 식사를 했던 노인들이 건강하고 오래 살아야 하는데 현실은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왜 그럴까. 그것은 DNA가 끊임없이 손상되기 때문이란다. 우리 몸의 46개 염색체 각각은 DNA를 복제할 때마다 하루에 2조번 넘게 끊긴다. 거기다 자연방사선, 환경의 화학물질, 병원의 엑스선과 CT에도 끊긴다. 문제는 후성유전인자가 이 손상을 복구한 뒤 원래 유전체로 돌아가지 않다는데 있다. 그러면서 엉뚱한 때와 장소에서 엉뚱한 유전자가 켜지고 꺼지며 그 결과 세포는 정체성을 잃고 기능 이상에 빠진다. 

미국 하버드 의대 유전학 교수이자 노화와 장수분야 세계 최고 권위자인 데이비드 싱클레어 박사는 이런 현상을 ‘후성유전적 잡음’이라고 명명했다. 그는 “이 후성유전적 잡음이 우리가 늙고 병드는 이유, 갖가지 노화의 징표가 나타나는 진정한 이유”라고 분석했다.

싱클레어 박사가 최근 펴낸 ‘노화의 종말’(부키)에는 사람들이 놀랄만한 얘기가 가득하다. 그는 “노화는 정상이 아니라 질병이며 이 병은 치료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또 “노화를 지연하고 중단하고 역전시킬 수 있다”며 “노화만 해결하면 모든 장애와 질병에서 벗어나 누구나 건강한 장수를 누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니까 나이 들면 늙고 병들어 죽는다는 말을 더 이상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노화라는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약은 무얼까. 싱클레어 박사는 ‘적게 먹기’, ‘육식 줄이기’, ‘운동하기’, ‘편안한 온도에서 벗어나기’ 같은 식생활 및 환경 변화를 촉구한다. 그는 저아미노산식단, 간헐적 단식, 저온노출,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1946년 시카고대학의 앤턴 카슨과 프레더릭 휠젠은 쥐들에게 주는 먹이를 주기적으로 제한하는 실험을 통해 “사흘마다 굶긴 쥐들이 규칙적으로 먹은 쥐들보다 수명이 15~20% 늘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주기적인 열량 제한, 잠깐씩의 절식이 엄청난 건강 혜택을 가져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속속 나오고 있다. 한 연구에서 실험 참가자들에게 정상적으로 식사를 하다가 매달 5일씩만 주로 야채수프, 에너지 바, 영양 보충제로 이루어진 매우 제한적인 식사를 하도록 했다. 그렇게 3개월을 보내자 이들의 체중과 체지방이 줄고 혈압이 낮아졌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간에서 생산되는 호르몬인 IGF-1(인슐린 유사 성장 인자 Insulin-like Growth Factor)농도가 낮아졌다는 것이다. 이 호르몬은 낮은 사망률 및 이환율(질병 발생률)과 관련이 있으며 100세 넘게 사는 이들이 많다고 알려진 집안의 여성들에게서 자주 발견된다.

그리스 이카리아섬은 ‘죽는 법을 잊은 섬’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그곳의 사람들은 장수한다. 이들은 그리스정교회의 독실한 신자로서 한 해 중 절반 이상을 어떤 식으로든 금식하라는 종교 일정표를 따른다. 장수촌으로 유명한 중국 남부 바마야오족자치현 주민들도 아침식사를 거르고 정오 무렵 소량의 식사를 하고 해 질 무렵 가족과 함께 좀 더 많이 먹는 식사를 한다.

그렇다면 음식 종류와 장수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둘의 관계를 파헤치는 학자들은 “무엇을 먹느냐 보다는 어떻게 먹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말을 한다. 뉴욕 예시바대 유전학자 바질라이가 한 여성 장수자에게 ‘왜 담배를 안 끊는지’ 묻자 그녀는 “나한테 담배 때문에 죽을 거라고 말한 의사가 4명이었는데 지금 다 죽고 없어요”라고 대답했다.

현재 인기 있는 단식법은 ▷아침을 거르고 점심을 늦게 먹는 것 ▷일주일에 이틀은 열량을 75% 줄인 식사를 하는 것 ▷일주일에 이틀은 식사를 아예 거르는 방법 등이다. 

싱클레어 박사는 자신의 책에서 “영양실조를 일으키지 않는 주기적 단식법은 거의 모두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살게 하는 쪽으로 장수 유전자를 활성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짓는다. 

건강한 장수를 위해 싱클레어 박사의 예시대로 간헐적 단식도 참고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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