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금요칼럼] 국제노인인권법 제정을 위한 UN 활동 10년 / 최성재
[백세시대 / 금요칼럼] 국제노인인권법 제정을 위한 UN 활동 10년 / 최성재
  • 최성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 승인 2020.09.04 14:39
  • 호수 7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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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최성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개발도상국, NGO들 찬성에도

선진국 반대에 부딪혀 성사 안 돼

한국 정부도 소극적 입장이고

국내 노인 NGO들도 관심 없어

노인지도층, 노인 인권에 관심을

2000년대 들어 고령화가 전 세계적 현상이 되면서 노인학대, 차별 등을 포함한 다양한 노인인권 위반상황들이 세계 각국에서 크게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유엔(UN)은 각국의 노인인권 위반상황이 심각한 상태임을 확인하고 2010년 총회서 노인인권 보호와 증진을 위한 특별조치로 고령화공개실무집단(OEWGA, 이하 ‘실무집단’) 구성을 의결하였다. 이 실무집단의 임무는 노인인권 관련 기존 국제규정을 검토하여 미비점과 노인인권 보장방안을 찾고, 국제노인인권협약(이하 ‘국제노인인권법’으로 칭함) 제정 필요성도 검토하는 것이었다.  

이 실무집단 회의에는 매년 50~70개국 대표, 국제기구, 회원국 국가인권위원회, UN에 등록된 비정부조직(시민사회단체, 이하 ‘NGO’로 칭함) 등이 참석하고 있다. 특히 노인인권 보호․증진을 위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NGO(엔지오)들이 국제노인인권연대(GAROP)를 만들어 회원 단체수가 350여개에 이르고 있으며(한국 NGO는 하나뿐임) 이 중 매년 200여개 이상이 실무집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올해는 실무집단이 2011년부터 활동해온 지 10년이 되는 해이다. 나는 2012년부터 국제노년학․노인의학회(UN 경제사회이사회 자문단체)의 UN 대표로 실무집단 회의에 참석해 왔기에 지난 10년간 실무집단 활동을 돌아보면서 국제노인인권법 제정 전망을 살펴보고자 한다.

 실무집단 회의가 2019년까지 10차나 진행되는 동안 노인인권의 보호와 증진의 가장 효과적인 대책이 되는 국제노인인권법 제정의 필요성을 두고 대부분 선진국은 반대 입장을 취해왔고, 개발도상국과 선진국·개발도상국 NGO들은 찬성 입장을 취해왔다. 선진국이 국제법 제정을 반대하는 주요 이유는 기존의 인권 관련 자국법을 잘 준수하면 된다는 것과 국제법 제정은 계속 늘어나는 노인 관련 비용을 더욱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반면 개발도상국과 NGO들이 국제법을 제정에 찬성하는 주된 이유는 국제법 제정이 미비한 국내 인권 관련 법을 보완․강화시킨다는 것이다.

UN 실무집단 회의가 8차(2017년)까지 진행되는 동안 국제법 필요성에 대한 대립에 직면하면서 개발도상국들은 선진국의 반대로 당장 국제법 제정이 쉽지 않을 것을 알고 현실적으로 노인인권 보장의 구체적 사항들을 논의하면서 장기전을 펴는 방향으로 나가기로 한 것 같다. 따라서 제9차(2018년)와 10차(2019년) 회의부터는 노인인권의 주요보장 사항으로 평등과 비차별, 노인학대, 연령주의, 자율과 독립, 건강보호, 노동시장에서의 차별 등을 논의했다. 그리고 금년 4월로 예정되었던 제11차 회의에서는 노인의 교육, 훈련, 평생교육 및 역량강화 방안 등을 논의하기로 하였으나 코로나19 사태로 연기되었다.

우리나라가 계속 실무집단에 참석하면서 지금까지 국제법 제정에 대해 소극적 입장을 취해 온 것은 심히 유감스럽다. 국제법 제정에 대한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태도를 촉구하는 바이다. 65세 이상 노인은 사회 각계각층의 지도자로 영향력이 큰 사람들이 많은데 이들이 같이 목소리를 높이면 국내 노인인권 보장은 크게 개선될 것이 분명한데도 침묵하고만 있다. 더구나 노인들로 구성된 NGO들마저도 노인인권 문제에는 거의 무관심해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다. 특히 노인 지도층이 자신과 동시대를 살아온 동료 노인 세대의 인권보장을 위해 적극 목소리를 높여 국내법을 보완할 수 있도록 앞장서야 할 것이고, 나아가서는 적극적으로 UN 실무집단회의에도 참석하여 국제법 제정을 촉구하여야 할 것이다. 

노인 인권보장은 결코 노인세대의 이기적인 처우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노인들도 다른 세대와 동등하게 대우 받도록 하되 누구나 노인이 되면 닥쳐올 수 있는 신체적 및 정신적 노쇠에 따른 사회적 서비스도 보장하자는 것이다. 

고령화는 피할 수 없는 세계적 현상이기에 국제노인인권법은 결국 제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대립하는 가운데 많은 시간이 흘러갈 것이고 그러는 동안 많은 국내외 노인들의 인권침해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실무집단 제6차 회의(2015년) 의장을 맡았던 아르헨티나의 마테오 에스트림은 의장 보고서에서 다음과 같은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의 말을 인용하면서 국제노인인권법 제정의 길은 멀고 험난하겠지만 계속적인 노력으로 도달할 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두려움보다 희망을 갖는 것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무언가를 시도해 보는 것이 더 현명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결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정부와 노인 지도층 인사들의 노인인권에 대한 관심을 다시 한번 촉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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