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IT교육 무엇이 문제인가?… “앱 설치 방법 설명해도 익히는 어르신 드물어”
노인 IT교육 무엇이 문제인가?… “앱 설치 방법 설명해도 익히는 어르신 드물어”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0.09.04 15:49
  • 호수 7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로나여파로 비대면 생활이 강화되고 있지만 온라인 활용에 미숙한 어르신들 대상으로 한 교육은 상대적으로 미흡해 이에 대한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사진은 한 노인복지관에서 어르신을 대상으로 1대1로 스마트폰 활용 교육을 진행하는 모습.
코로나여파로 비대면 생활이 강화되고 있지만 온라인 활용에 미숙한 어르신들 대상으로 한 교육은 상대적으로 미흡해 이에 대한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사진은 한 노인복지관에서 어르신을 대상으로 1대1로 스마트폰 활용 교육을 진행하는 모습.

강사 한 명이 여러 명 가르치는 방식, 이해도 부족으로 효과 떨어져  

일대일 방법이 합리적이지만 예산 부족… “효율적 교육 방법 개발 필요”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얼마 전 집합교육을 하면서 어르신들에게 도움을 드리려고 스마트폰 교육 강사를 초청해 ‘앱’ 설치 교육을 진행했는데….”

대한노인회 A연합회 관계자는 여기까지 말을 하고 잠시 뜸을 들였다. 이어서 그가 들려준 이야기는 대한노인회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가 꼭 귀를 기울여야 할 내용이었다. 그는 “수십명의 어르신들 중 강사의 설명을 확실히 이해한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면서 “문자‧카카오톡 사용법을 알려드리려고 해도 1대1로 끈질기게 설명해드려야 겨우 익힐 정도”라면서 노인 대상 스마트폰 교육의 실상을 지적했다. 4차 산업혁명의 가속화와 코로나19 여파로 스마트폰을 활용한 식료품 주문 등 비대면 생활의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IT활용 능력이 부족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 실질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단순히 보여주기식으로 강사를 파견하는 방식이 아닌 1대1 교육을 원칙으로 해 실용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거리두기 2.5단계를 시행하면서 온라인으로 식료품을 구매하거나 배달음식을 주문하는 사람이 폭증하고 있다. 하지만 70대 이상 어르신들에게는 아직 먼나라 이야기다. 일부 잘쓰는 분도 있지만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운전면허증 모바일 발급 등 스마트폰을 활용한 편의 서비스는 점차 늘고 있지만 이 역시 어르신들이 이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이 대면 방식으로 해오던 어르신 대상 디지털 교육을 온라인 방식으로 전환하면서 큰 논란을 낳았다. 온라인 원격교육에 참여할 수준의 능력과 장비를 갖춘 사람에게 모바일 기차표 예매와 키오스크 사용법 같은 교육이 왜 필요하냐는 것이다.

한 스마트폰 교육 관계자는 “집에 화상교육 장비를 갖추고 원격교육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면 모바일 기차표 예매와 키오스크 사용 등은 쉽게 할 수 있다”면서 “교육 방법과 대상 선정 모두 잘못된 선택”이라고 말했다.

더 아쉬운 점은 이러한 인식이 과기부와 정보화진흥원뿐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 대부분의 지자체가 스마트폰 교육에 소극적이다. 매년 꾸준히 교육을 진행하고 있지만 단발성에 그치면서 ‘사업을 위한 사업’을 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연합회와 지회에서 교육을 진행하려고 해도 배당받은 예산이 부족해 한계가 있다. A연합회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스마트폰 교육 예산을 배정받아 경로당을 순회하며 교육을 진행했는데 문제는 예산이 강사 1명을 고용할 정도 밖에 안 됐고 기간도 제한됐다. 

어르신들이 사용하는 스마트폰이 제각각이어서 원활한 교육이 되기 힘들다. 가령 플레이스토어에 접속해 ‘카카오톡’을 내려받고 설치해 회원가입을 한다는 식으로 교육이 진행된다면 강사가 플레이스토어가 어르신들의 폰에 어디에 있는지를 일일이 찾아줘야 하고 검색창에 카카오톡을 검색하는 것 역시 일일이 알려줘야 한다. 여기까지는 그나마 수월하다. 카카오톡 계정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메일이 필요한데, 이메일 주소가 없는 어르신들이 상당수이기 때문에 다시 여기서부터 진행해야 한다.

결국 1명의 강사가 10여개의 경로당을 순회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당초 목표와 달리 문자와 메신저 사용법을 겨우 알려주는데 그쳤고 효과 역시 약했다. 

실제로 어르신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교육을 진행하는 강사들은 아이에게 한글을 가르치듯 오랜 시간 공을 들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스마트폰은 종류가 수백 개인데 강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과 어르신이 사용하는 폰이 다르면 어르신들의 이해력이 떨어진다. 결국 각각의 어르신들이 사용하는 스마트폰을 기준으로 1대1로 반복 설명하면서 어르신들의 스마트 기기에 대한 개념을 익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몇몇 지자체에서 청소년들과 자원봉사자들이 연계해 어르신들과 1대1로 매칭해 진행한 교육이 큰 효과를 보이기도 했다. 다만 이러한 방식은 자원봉사자의 재능기부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교육사업 시행자의 대안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대한노인회 한 관계자는 “이제라도 전문가들이 모여서 효율적인 교육 방법을 개발해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노인 IT교육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