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여는 고전의 향기 [134] 당신의 말이 누군가에게 한 송이 꽃이 되기를
마음을 여는 고전의 향기 [134] 당신의 말이 누군가에게 한 송이 꽃이 되기를
  • 문윤미 범계중학교 교사
  • 승인 2020.09.11 13: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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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말이 누군가에게 한 송이 꽃이 되기를

은혜와 원한은 흔히 한 마디 말 때문에 생기고, 화와 복은 한 글자로 야기 된다. 

명철한 선비라면 마땅히 부지런히 마음에 새겨야 할 것이다.

恩怨多由片言 (은원다유편언) 禍福或起隻字 (화복혹기척자) 

明哲之士 (명철지사) 所宜慥慥乎銘念也 (소의조조호명념야)

- 정약용(丁若鏞, 1762~1836), 『여유당전서(與猶堂全書)』시문집 제12권 「도산사숙록(陶山私淑錄)」


“It's me 나예요 다를 거 없이 / 요즘엔 뭔가요 내 가십 / 탐색하는 불빛 / 오늘은 몇 점인가요? / 쟤는 대체 왜 저런 옷을 좋아한담? / 기분을 알 수 없는 저 표정은 뭐람? / 태가 달라진 건 아마 스트레스 때문인가? / 걱정이야 쟤도 참.” 

2018년에 온 국민이 아는 유명 가수가 직접 작사하고 부른 노래 가사 중 일부이다. 처음에 이 노래를 들었을 때는 노래 가사보다 후렴구 멜로디가 좋아서 즐겨 들었던 것 같다. 그런데 2019년 10월 이 가수와 친하기로 소문난 연예인이 악플에 시달리다 목숨을 끊었다는 기사가 온종일 매스컴을 뒤덮었다. 기사를 보고 다시 이 노래를 찾아 들었을 때 노래의 멜로디가 아니라 가사에 더 집중하게 되었다. 가사들이 주변에서 나를 걱정해서 하는 말 같아 보이지만 오히려 그 말들 때문에 더욱더 크게 상처받는 현재 우리의 모습을 대변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

정약용은 여유당전서에 “은혜와 원한은 흔히 한마디 말 때문에 생기고, 화와 복은 한 글자로 야기된다. 명철한 선비라면 마땅히 부지런히 마음에 새겨야 할 것이다. (恩怨多由片言 禍福或起隻字 明哲之士 所宜慥慥乎銘念也)”라고 말하였다. 그리고 “백 마디가 모두 믿음직해도 어쩌다 한마디 거짓말을 하면 귀신의 무리가 된다. (百言皆信 一語偶謊 猶是鬼徒)“하였다. 정약용의 말처럼 진솔한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게는 평생 고마운 기억이 될 수도, 생각 없이 내뱉은 말이 누군가에게는 평생 괴로운 기억으로 남을 수도 있을 것이다.

공자도 仁(인)이 무엇이냐는 사마우(司馬牛)의 물음에 “仁은 말을 참는 것이다.(仁者其言也認)”라고 하였다. 仁은 설명하기가 매우 어렵지만, 공자는 단 한마디 말로 명쾌하게 답을 내려준 것이다. 공자의 짧은 대답 속에 “말을 할 때는 혀를 칼 위에 놓고 하듯이 함부로 해야 하지 않아야 한다”는 말이 내포되지 않았을까?

요즘처럼 모두가 힘든 시기에 어느 작가의 말처럼 ‘당신의 말이 누군가에게 한 송이 꽃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래본다.    

문윤미 범계중학교 교사

출처=한국고전번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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