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마스크와 함께 한 6개월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마스크와 함께 한 6개월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0.09.11 13:51
  • 호수 7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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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9일 퇴근길 버스정류장에서 마스크를 안 쓴 채 흡연을 하는 50대 후반의 남성을 목격했다. 버스정류장에서 담배를 피는 것도 위법인데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버젓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남성의 행태에 주위 사람들은 따가운 시선을 보냈다. 처음에 당당하듯 투덜거리던 남성은 결국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옮겨갔지만 끝내 마스크는 착용하지 않았다.

9월 10일 출근길, 이번에는 자가용 승용차에 문제가 있어 비상등을 켜고 도로 위에 세워진 차를 발견했다. 50대로 추정되는 운전자는 당황한 듯 차에서 내렸는데 그는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동승자가 있나 차를 들여다봤지만 아무도 없었다. 잠깐이라도 차에서 내려야 했기에 급하게 마스크를 쓴 것 같았다. 남자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아마도 몇 달 간 몸에 밴 행동 때문에 그렇게 했으리라. 

온 국민이 외부활동 시 필수적으로 마스크를 쓴지도 벌써 반년을 넘어서고 있다. 인정하기 싫지만 마스크는 상‧하의와 함께 필수적으로 입어야 하는 ‘옷’의 일부라고 해도 무방하다. 한때 개당 5000원 이상에 판매되면서 ‘마스크 5부제’까지 탄생시켰던 마스크 가격도 안정세를 찾아 현재는 구매에 큰 어려움이 없어져 다행이다. 

이 기간 동안 마스크 종류도 다양해졌다. 마스크는 미세먼지를 피하거나 병균의 침투를 막기 위한 용도여서 차단 중심의 기능성이 더 우선시 됐다. 디자인도 투박하고 숨을 쉬기도 힘들고 여름에는 땀 때문에 곤욕을 치러야 했다. 

그런데 수천만의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다 보니 이들의 다양한 욕구를 반영한 마스크들이 속속 개발됐다. 꾸미기 좋아하는 젊은이들을 위해 만든 디자인이 뛰어난 제품부터 보다 편하게 숨을 쉴 수 있는 제품까지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세상에 빛을 보기 어려웠을 마스크들이 출시됐다. 

그리고 마스크의 숨겨진 기능이 발견되기도 했다. 사람의 인성을 보여주는 도구가 된 것이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우리나라 국민 거의 대부분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비록 숨을 쉬기 힘들지만 불특정 다수가 몰려있는 지하철 등 공공장소에서는 꾹 참고 쓴다. 

하지만 일부 몰상식한 사람들은 마스크를 ‘일부러’ 쓰지 않고 뉴스에서 보도되듯 종종 폭력 사태로 연결되기도 한다. 아직 한글도 못 읽는 아이들도 참고 쓰는데 다 큰 성인이 자신만 편하겠다고 마스크를 쓰지 않고 공공장소를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면 불쌍하기까지 하다. 제발 그러지 마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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