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금요칼럼] 나이 들수록 ‘원칙’과 ‘규칙’이 중요해지는 이유 / 이호선
[백세시대 / 금요칼럼] 나이 들수록 ‘원칙’과 ‘규칙’이 중요해지는 이유 / 이호선
  • 이호선 숭실사이버대 기독교상담복지학과 교수
  • 승인 2020.09.11 14:08
  • 호수 7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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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선 숭실사이버대 기독교상담복지학과 교수
이호선 숭실사이버대 기독교상담복지학과 교수

나이들수록 몸이 말을 안 듣고 

자신감은 떨어지며

위기대응 능력도 약화되지만

이를 극복할 원칙을 추가한다면

더 멋진 삶을 살 수 있을 것

세상에는 뜻대로 안 되는 게 세 가지 있다. 주식, 삼식, 그리고 자식! 시작하면 멈추기 어렵고 딸 것 같지만 돈을 얻기는 어렵고, 될 듯하다가도 땅을 치며 탄식하게 만드는 게 ‘주식’이라 ‘주식(株式)’을 ‘주신(神)’이라고 부를 만큼 주식은 우리 손아귀 안에 있지 않다. 두 번째가 ‘삼식이’다. 농담처럼 불리는 노년기 남성의 서러운 이름이나, 아내들에게는 여전히 같이 있어 고마우나 여전히 돌봐야 하는, 그러나 절대로 마음대로 되지 않는 남편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리고 세 번째가 ‘자식’이다. 나이 들어가며 자식은 감동이었고 사랑이었으며 기대였고, 소환할 때마다 나타나는 추억의 주인공들이다. 젊은이들이 많이 한다는 주식, 남편을 가리키는 삼식, 그리고 젊으나 나이 드나 관심의 대상인 자식, 이 세 가지 ‘식’은 세상에 맘대로 되지 않는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유독 뜻대로 되지 않는 요소도 생겨난다. ‘삼신’이다. 몸신, 자신, 피신이다. 몸이야말로 뜻대로 안 되는 첫 번째 ‘신’이다. 달리던 그 몸이 세월을 거쳐 걷는 것조차 힘들어지고, 보이던 것도 보이지 않고, 자연스레 들리던 것들도 귀를 기울여야 간신히 들린다. 기억력도 깜빡깜빡하니 영! 몸의 기능은 고사하고 내 머리도 못 믿을 시기가 와버린다. 사람에게 노구(老軀)는 늘 새로워서 적응이 안 되는 몸이다. 두 번째가 자신(自信)이다. 언젠가부터 자신감이 떨어지고 뭘 하더라도 겁이 난다. 스마트폰이라도 새것으로 바꾸려면 석 달 열흘 걸려 간신히 몇 가지 버튼을 누를 뿐, 고장이라도 날까 싶어 그나마도 의기소침해진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도 과거처럼 근거 없는 자신감에 무작정 시작하고 보던 그 성질은 간 데가 없다. 심지어 자신감이 떨어지는 것을 넘어 성질머리가 나빠지는 것 같은 생각까지 든다. 세 번째가 피신(避身)이다. 몸을 피한다는 의미의 피신은 위기에 대응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무슨 일이 생겨도 다리가 아파 도망도 못 간다. 걷다가 넘어지기도 일쑤고, 어쩌다 화장실에서 넘어질 것 같으면 응급차 신세를 지기도 한다. ‘삼신’은 참으로 서러운 ‘신’이다.  

인생을 살아가며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삼식’과 나이 들어가며 맘대로 되지 않는 ‘삼신’이 있다고 해도, 모두가 실패하고 모두가 절망하지는 않는다. 그 와중에 성공서사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인생에서, 그리고 노년에 뜻대로 되지 않는 세 가지를 뜻대로 했다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지 않을까? 

인생의 고민인 ‘삼식’에 성공적이었다고 고백하는 사람들에게는 ‘원칙’이 있었다. 주식시장에서 투자에 성공했다는 사람들은 장기투자, 분산투자, 정기투자를 3대 원칙으로 했다 한다. 

삼식이 남편하고 잘 지내는 사람들은 존중감 유지, 수다성, 일과 알리기, 공동의 취미 등을 주요 안정된 관계의 원칙으로 삼았다. 그리고 자식과 나이 들어서까지도 잘 지내는 사람들은 칭찬, 장점 발굴, 자부심을 통해 자녀와 오랜 세월 성공적인 소통과 감정적 조우를 나누었다. 

나이 들어 맘대로 안 된다는 ‘삼신’을 넘어선 사람들에게도 규칙이 발견된다. 나이 들어서도 몸과 마음이 건강하다고 말하는 분들은 제시간에 소식, 규칙적 운동, 배려하는 인간관계를 시간 규칙과 관계 규칙을 통해 실천했다. 나이 들어도 자신감이 넘치는 분들은 자기 위로법 알기, 도움 요청하기,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 등을 규칙으로 삼았다. 피신마저도 잘하는 분들 역시 예방, 피할 대상과 장소 확보, 위기에 사전 대비와 같은 삶의 규칙이 있었다. 

점점 맘대로 되지 않는 것이 늘어가고, 하루하루 어려운 것들이 많아진다. 꼭 성공이 아니더라도, 대단한 업적을 이루는 일이 아니더라도, 지금의 나이까지 도달했다면 우리에게는 이미 나름의 오랫동안 나 자신 그리고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원칙을 지키고 규칙을 가져왔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도움이 될 만한 원칙과 규칙들을 추가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건강한 원칙 하나 추가로 몸이 더 튼튼해지고 질병을 예방하며, 장점 발굴과 같은 괜찮은 규칙 하나를 덧붙여 자신감을 증가시키고, 도움을 청할 전화번호를 벽에 붙어 놓아 피신을 도모한다면 어떨까? 

내가 가진 일상과 일생의 원칙과 규칙을 종이를 꺼내 천천히 적어보자. 몇 가지의 원칙과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의미 있는 규칙들을 적은 그 줄에, 파란색 볼펜으로 한 가지를 추가해보자. 덧붙여 작품이 되는 찰흙처럼 우리라는 작품도 시간이 갈수록 의미와 매력을 추가할 수 있을 것이다. 빈대떡에 해물이 척 올라가면 일품이고, 피자는 토핑이 추가되면 더 맛있다. 인생에 맛을 낼 ‘원칙’, 일상에 향을 낼 ‘규칙’ 오늘 한번 추가해보자! 그렇게 우리의 더 멋진 삶을 추구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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