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세 윤광남 어르신은 당당한 8년차 트로트 가수 “코로나로 위축된 노인에 희망주는 노래 부르겠다”
90세 윤광남 어르신은 당당한 8년차 트로트 가수 “코로나로 위축된 노인에 희망주는 노래 부르겠다”
  • 김순근 기자
  • 승인 2020.09.11 14:59
  • 호수 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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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광남 어르신이 KBS1TV 아침마당 ‘도전! 꿈의 무대’에서 열창하고 있다.
윤광남 어르신이 KBS1TV 아침마당 ‘도전! 꿈의 무대’에서 열창하고 있다.

남편 사별 후 노래부르고 봉사하며 우울증 극복  

2013년 배호가요제서 인기상 수상하며 가수 데뷔

[백세시대=김순근기자] 지난 8월 19일 방송된 KBS 1TV 아침마당의 '도전! 꿈의 무대'에  70~80대로 보이는 한 여성출연자가 무대로 나왔다. ‘나이는 숫자!, 언제나 청춘’ 임을 내세운 이 출연자는 유지나의 ‘고추’를 춤을 곁들이며 흥겹게 열창해 방청객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방청객과 시청자들은 이 출연자가 올해 90세인 윤광남 어르신임을 알고 깜짝 놀랐다. 90세임을 알수 없는 외모와 힘 있는 목소리, 무대를 주름잡듯 거침없는 동작에 방송 관계자들조차 나이가 믿기지 않는다며 엄지척을 할 정도였다. 

◇새댁 시절 지역 콩쿠르서 단골 수상

전남 강진군 항촌마을에서 태어난 윤 어르신은 어릴 때부터 노래 부르기를 좋아한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축음기를 틀어놓고 노래를 따라 부르기 좋아했고, 밤에는 부모님 몰래 이불을 둘러쓰고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낭랑18세, 목포의 눈물 등 노래들을 따라 부르다 잠들곤 했다.

영암군 장암마을로 시집가면서 ‘향촌댁’이 된 윤 어르신의 재능은 동네 주민들이 단박에 알아봤다. 동네 잔치에 단골로 초대돼 노래를 불렀고, 지역 콩쿠르에 나가면 밥솥부터 냄비, 쌀까지 상품을 타오는 복덩이 며느리였다. 

그러나 4남1녀를 낳고 서울로 이사하는 등 바쁘게 살다보니 좋아하던 노래도 잠시 잊어야했다. 이런 윤 어르신의 ‘왕년’을 소환한 건 2008년 남편과의 사별이었다. 

◇복지관 노래교실서 숨은 실력 발휘

홀로 된 외로움에 우울증까지 생긴 윤 어르신에게 보다 못한 친구가 노인복지관을 권했고, 집 부근 복지관 노래교실에 다니면서 윤 어르신은 다시 ‘물만난 고기’가 됐다.

노래교실에서 최예선 노래강사는 단연 실력이 돋보인 윤 어르신을 단박에 알아봤다. 춤도 익히고 장구도 배우면서 윤 어르신의 노래실력은 날개를 달았다.

이에 최 강사는 2013년 서울 중구 구민회관에서 열린 제17회 배호가요제(최종문 회장)에 출연하도록 도왔고, 윤 어르신은 인기상을 수상했다. 

배호사랑회 동호인들과 함께 연습하고 있는 윤광남 어르신.
배호사랑회 회원들과 함께 연습하고 있는 윤광남 어르신.

이후 배호가요제 최종문 회장의 배려로 가수로 데뷔하면서 배호 사랑회 회원들과 연습을 하고 소규모 공연을 함께 하는 등 늦깎이 트로트 가수로 활동하게 됐다.

우울증을 음악을 통해 치료한 산증인이기도 한 윤 어르신은 복지관, 경로당 등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노래를 부르는 봉사활동도 열심히 펼쳤다.

◇“노래가 건강비결…150세까지 활동할 것”

노래는 윤 어르신에게 즐거움뿐 아니라 건강을 선물했다. 지금도 지하철을 이용하고 스마트폰을 자유자재로 다루고, 유튜브에서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동호인들과 소통하고 있는 ‘신세대 어르신’이다.  

이같은 윤 어르신에 대해 방송에서도 관심을 가졌고, 2015년 9월 4일에는 EBS ‘장수의 비밀’에도 출연했다.

윤 어르신은 “평소 잘 먹고 잘 걸어 다니고 복지관이나 행사장 가서 웃으며 신나게 노래 부르며 지내는 것이 건강비결”이라고 밝혔다. 

여기저기서 출연 요청이 적지 않아 장남인 문승권 다산경영정보연구원장(66)이 매니저 역할을 맡고 있다. 

한국복지경영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문 원장은 윤 어르신의 도우미 역할도 하며 건강도 세심하게 챙기는 꼼꼼한 매니저다.

윤광남 어르신의  출연일정이 잡혀지면 노래선곡, 의상 등을 협의하기 위해 가족들이 자주 만나 대화를 나눈다.
윤광남 어르신의 출연일정이 잡혀지면 노래선곡, 의상 등을 협의하기 위해 가족들이 자주 만나 대화를 나눈다.

문 원장은 “출연 요청이 있으면 동생들과 연락을 하며 서로 논의해 결정한다”며 “의상과 노래를 고르기 위해 형제들과 자주 연락하고 만나 의논하면서 형제애가 깊어졌다. 모두 어머니 덕분”이라고 말했다.

애창곡이자 대표곡으로 유지나의 ‘고추’와 김용림의 ‘웃으며삽시다’ ‘부추같은 인생’을 꼽은 윤 어르신은 “나에게 제일 중요한 건 노래다. 우울증도 노래 봉사를 하면서 이겨냈다”며 음악치유의 효과를 강조했다. 

어느덧 가수 활동 8년차인 윤 어르신은 언제까지 활동을 하겠느냐는 질문에 “내 목표는 100세가 아니라 150세”라고 강조한 뒤 “앞으로 코로나19로 위축된 대한민국 노인들에게 희망 주는 노래를 부르고 싶다”고 말했다.     

김순근 기자 skkim@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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