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치어리딩 클럽’, 너무 늦은 시작은 없다… 실버 응원단의 감동적 도전
영화 ‘치어리딩 클럽’, 너무 늦은 시작은 없다… 실버 응원단의 감동적 도전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0.09.11 15:31
  • 호수 7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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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한 실버타운 어르신들이 실제로 결성한 실버응원단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이 작품은 노후를 즐기기 위해 도전하는 노인들의 감동적인 도전기를 다루고 있다.
미국의 한 실버타운 어르신들이 실제로 결성한 실버응원단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이 작품은 노후를 즐기기 위해 도전하는 노인들의 감동적인 도전기를 다루고 있다.

미국 한 실버타운의 치어리딩 클럽 실화 바탕… 다이앤 키튼 등 열연

사회적 편견과 불치병 극복하는 노인들 통해 삶과 죽음의 의미 탐색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짧은 치마 입고 뛰는 80대 할머니를 누가 보겠어요?”

미국의 ‘선 스프링스’ 실버타운에 거주하는 노인 8명이 응원단을 결성하자 한 멤버의 아들이 이렇게 비아냥거린다. 실버타운 타 입주자들의 시선도 곱지 않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연습실이 없어 고등학교 체육관을 빌려 연습하던 중 실수를 저지르고 이를 촬영한 영상이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망신을 당한다. 어르신 응원단은 역경을 딛고 일어설 수 있을까.

실버타운 어르신들의 치어리더 도전기를 다룬 영화 ‘치어리딩 클럽’이 9월 10일 개봉했다. 실버타운에 입주한 ‘마사’(다이앤 키튼 분)가 7명의 이웃들과 함께 오랜 꿈이었던 치어리더가 되는 과정을 담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 ‘선 시티’ 실버타운의 치어리딩 클럽 ‘폼즈(Poms)’의 실화를 바탕으로 노년의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들을 어른들의 유머로 녹여내 전달한다.

작품은 난소암을 앓고 있던 마사가 반백년 가까이 살았던 아파트를 정리하고 주치의에게 “항암치료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뒤 ‘선 스프링스’ 실버타운에 입주하면서 시작된다. 돌봐줄 가족도 없이 평생을 외톨이로 살아온 그녀는 고독하게 삶을 마무리하기 위해 한적한 실버타운을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마사의 소박한 소망은 입주 첫날부터 깨진다. ‘환영위원회’를 자처하는 실버타운의 실세 ‘비키’가 소개를 명목으로 아픈 그녀를 이리저리 끌고 다닌다. 간신히 집에 도착하지만 이번엔 이웃에 사는 사교적인 성격의 ‘셰릴’이 찾아와 귀찮게 군다.

셰릴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그녀에게 점심을 같이 먹자면서 실버타운 한 입주자의 장례식장으로 데려간다. 고인의 모습에서 자신의 미래를 본 마사는 그 자리를 박차고 나온 후 은둔 생활을 시작한다. 이후 큰 결례를 범했다고 느낀 셰릴이 며칠 간 연락이 되지 않던 마사의 집으로 찾아가 사과를 한다. 한결 가까워진 두 사람은 속깊은 대화를 나누고 이때 미처 정리하지 못한 상자 안에서 치어리더 옷을 발견한다.

마사는 사실 젊은 시절 치어리더를 꿈꿨고 응원단에 들어가 활동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그러다 갑작스럽게 어머니가 병에 걸리면서 꿈을 접는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은 셰릴은 이제라도 다시 도전해보자며 용기를 북돋아주고 두 사람은 결국 응원단을 결성한다. 

마사는 난소암을 숨기고 열심히 지도하지만 망신을 당하고 응원단도 해체된다. 하지만 그들의 시련은 오래가지 않았다. 실버 응원단의 진심을 알게 된 실력 있는 고등학생 치어리더 ‘클로에’가 이들을 돕기 시작하면서 응원단은 새로운 활력을 얻게 된다. 유명 치어리딩 대회 출전을 목표로 순조롭게 연습도 이어나간다. 하지만 대회 직전 마사의 병세가 악화되고 결국 그녀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 응원단에 알려지게 되면서 출전 자체가 불투명해진다.

이 작품은 오합지졸의 성장기를 다룬 타 작품들의 얼개를 그대로 따른다. 우여곡절 끝에 팀을 결성하고 시련을 겪다가 결국 많은 이들의 박수갈채를 받는 공식을 충실히 따라 지루할 수도 있지만 노인들의 유쾌한 도전을 버무려 식상함을 걷어냈다.

마사를 비롯한 작품 속 노인들은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닮았다. 마사는 외로운 독거노인을 연상시키고 손주를 돌보며 틈틈이 돈을 벌어야 하는 셰릴의 모습에서는 노후 대비를 충분히 못한 노인이 떠오른다. 다른 응원단의 모습도 우리 이웃집 노인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이로 인해 이들이 여러 사람들의 온갖 만류에도 자신의 즐거운 노후를 위해 도전하는 모습은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다이앤 키튼을 비롯한 배우들은 대역 없이 모든 치어리딩 대회 장면을 직접 소화했다. 배우들에게도 역시 영화 속 인물들과 같이 새로운 도전이었던 것. 이들은 촬영 전 안무 습득을 위해 개인 레슨과 팀 연습을 통해 기초부터 차근차근 배워갔다. 끊임없이 노력한 덕분에 극에서 대역 없이 생동감 넘치는 치어리딩 장면을 펼칠 수 있었다. 여기에 적재적소에 어울리는 음악까지 더 해 극의 재미를 끌어올린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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