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일본 신임 총리에 스가 선출 … 한·일 관계 전향적인 태도 변화 기대
[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일본 신임 총리에 스가 선출 … 한·일 관계 전향적인 태도 변화 기대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0.09.18 13:22
  • 호수 7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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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정권의 계승을 내세우는 스가 요시히데 자민당 신임 총재가 일본의 새 총리로 선출됐다. 의원내각제를 채택한 일본에서 행정수반인 총리가 바뀐 것은 제2차 아베 정권이 출범한 2012년 12월 이후 7년 8개월여 만이다.

일본 중의원은 9월 16일 본회의에서 아베 내각의 총사퇴에 따른 신임 총리 선거를 실시해 스가 총재를 제99대 총리로 선출했다. 우선 중의원(하원) 선거의 경우, 스가 신임 총리가 전체 462표 중 자민·공명 연립여당의 합계 의석수인 313석보다 1표 더 많은 314표를 얻어 134표를 얻은 입헌민주당의 에다노 유키오 대표를 여유 있게 따돌렸다.

이어 실시된 참의원(상원) 선거에서도 스가 총리는 총투표 수 240표 중 과반인 142표를 얻어 78표를 얻은 에다노 대표를 앞섰다. 스가 총리가 얻은 득표수는 연립여당의 의석인 141석보다 1표 더 많았다.

7년8개월 만의 총리 교체지만 내각은 사실상 아베 총리 집권 시기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스가 총리는 이날 가토 가쓰노부 전 후생노동상을 관방장관으도 이동시키는 등 20명의 각료를 임명해 ‘스가 내각’을 발족시켰다. 20명 각료 중 11명(8명 유임, 3명 수평 이동)을 직전 아베 내각 인사로 채워 ‘아베 정권 계승’을 분명히 했다.

특히 한국과 관련이 깊은 업무를 담당하는 각료들이 대거 유임되면서 경색된 한일 관계가 이른 시일 안에 개선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모테기 도시미쓰 외상(징용 등 외교문제 창구), 가지야마 히로시 경제산업상(수출 규제), 하기우다 고이치 문부과학상(교과서 문제)이 자리를 그대로 지켰다.

2018년 말 벌어진 ‘한일 초계기 레이더 조준 논란’ 등 한국과 대립할 가능성이 있는 방위상에는 아베 전 총리의 친동생인 기시 노부오 의원이 임명됐다. 각료들을 총괄하는 관방장관에는 아베 전 총리의 최측근인 가토 가쓰노부 후생노동상을 기용했다. 사실상 스가 총리의 내각은 ‘아베의 사람들’로 채워지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스가 총리에게 서한을 보내 취임을 축하하고 한일관계 발전을 위한 양국의 노력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서한에서 “스가 총리의 재임 기간 중 한일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자”는 뜻을 밝혔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이는 과거사 문제 및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 등으로 한일관계가 경색된 가운데 문 대통령이 스가 내각의 출범을 계기로 한일관계 개선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의 역대 총리들은 일단 취임하면 미일동맹을 중심으로 하되 중국, 한국 등 이웃국가들과의 관계도 중시한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스가 총리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는 아베 총리처럼 이념적으로 치우치기보다는 실리를 추구하는 실무형, 전략가형에 가깝다고 전해진다. 아베 총리가 2013년 12월 자신의 지지층을 의식해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할 때 측근인 그는 “경제가 우선”이라며 말렸다는 일화가 바로 그런 면모를 보여준다. 

스가 총리는 외교 면에서 아베 총리에게 퇴임 이후에도 조언을 구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한일 관계에서 아베 총리가 밟았던 강경 노선을 밟는다면 ‘외교 문외한’이라는 꼬리표와 함께 일본의 고립을 자초할 것이다.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 구축을 원한다면 스가 시대의 일본은 달라져야 한다.

스가 체제는 아베 총리의 잔여 임기인 내년 9월까지 특별한 변수 없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후 총선에서 자민당이 대승을 거두면 문재인 대통령 임기 이후에도 집권할 수 있다. 

사상 최악으로 평가받는 지금의 한·일 관계는 어떤 형태로든 변화가 필요하다. 양국에 놓인 문제의 핵심은 강제징용 배상이다. 이전처럼 한국에 책임을 떠넘기면서도 한국이 제시하는 해법에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하는 것에서 벗어나 주고받는 실리 외교가 필요한 시점이다.

스가 총리가 최근 한 토론회에서 “한국 등 인접 국가들과 어려운 문제가 있지만 양자택일이 아니라 전략적으로 접촉하면서 의사소통은 할 수 있는 외교를 하겠다”고 한 것은 전향적이다. 진정한 의사소통은 상호 존중이 담보돼야 가능하다. 그러려면 최소한 ‘혐한 정서’를 정치에 동원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스가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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