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지상파TV 가세, 트로트 오디션 대전
올 가을 지상파TV 가세, 트로트 오디션 대전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0.09.18 14:49
  • 호수 7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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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가을 지상파 3사에서 일제히 트로트 오디션을 진행해 주목받는 가운에 일각에서는 ‘슈퍼스타K’의 선례를 들며 트로트 인기가 하락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사진은 MBN ‘보이스트롯’ 심사위원들.
올 가을 지상파 3사에서 일제히 트로트 오디션을 진행해 주목받는 가운에 일각에서는 ‘슈퍼스타K’의 선례를 들며 트로트 인기가 하락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사진은 MBN ‘보이스트롯’ 심사위원들.

SBS ‘트롯신이 떴다’ 오디션으로 전환… ‘보이스트롯’은 MBN 최고 시청률

KBS‧MBC도 각각 10~11월 방영 예정… 비슷한 프로로 일부선 흥미 반감 우려

[백세시대=배성호기자] 트로트 대가들의 해외 버스킹 도전기를 다룬 SBS ‘트롯신이 떴다’(이하 트떴)는 프로그램이 있다. 첫회부터 14.9%의 시청률을 올리며 주목받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 공연으로 방향을 틀며 한자릿수로 시청률이 떨어진다. 그러다 지난 9월 9일 또 다시 포맷을 변경한다. ‘라스트 찬스’라는 부제를 붙이고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전환해 트로트 원석 발굴에 나선 것이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12.4%까지 시청률이 상승한 것이다.

TV조선의 ‘미스트롯’, ‘미스터트롯’의 연속 성공으로 불붙은 트로트 오디션이 올 가을 지상파 채널 전체로 확대돼 큰 관심을 받고 있다. SBS가 ‘트롯신이 떴다2-라스트 찬스’로 포문을 열었고 KBS와 MBC도 관련 오디션 방송을 편성할 예정인 것. 여기서 오디션이란 가수, 배우 등을 공개 선발하는 것을 말한다.   

트로트는 4분의 4박자를 기본으로 하는 대중가요의 장르로 일제 강점기에 ‘폭스트롯’(1910년대 초기에 미국에서 시작한 사교 춤곡)에 바탕을 둔 일본의 엔카(演歌)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광복 이후에는 ‘한’(恨)이라는 한국인 특유의 정서와 꺾기 창법이 녹아들며 독자적인 장르로 발전해왔다.

1960~70년대 나훈아, 남진, 이미자, 패티김, 심수봉 등 기라성 같은 스타의 등장으로 전성기를 구하던 트로트는 1980~1990년대 이후 포크, 힙합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등장하면서 뒤로 밀려났다. 2000년에도 장윤정, 박현빈, 홍진영 등 젊은 트로트 가수들이 등장하기도 했지만 손에 꼽을 정도로 극소수만이 이름을 알렸고, 이들 또한 방송보다는 행사 중심으로 활동해왔다.

그러다 지난해 초 TV조선 ‘미스트롯’이 등장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진다. 그간 방송에서 볼 수 없었던 실력파 여성 트로트 가수의 색다른 무대와 뉴트로의 유행까지 합쳐지면서 폭발적인 반향을 일으킨 것이다. 트로트라는 장르적 편견에서 벗어난 새로운 시도와 변화는 중장년층뿐만 아니라, 젊은 층의 마음을 끌어당기기에도 충분했다. 최종 1위는 송가인이 차지했으며 최종회 시청률은 무려 18%에 육박했다.

‘미스트롯’의 성공과 유재석의 트로트 도전기가 이어지다, 코로나19로 온 국민이 시름하던 올해 초 ‘미스터트롯’의 등장으로 제2의 전성기를 달린다. 개그맨 김인석, 가수 천명훈 등 대중들에게 익숙한 방송인들이 오디션에 참가해 시작 전부터 화제를 모았고 이후 임영웅, 김호중, 정동원 등 참가자들이 매력을 발산하면서 한국 방송사의 역사를 다시 쓴다. 최종회 시청률은 전국 기준 35%를 넘어서는 기염을 토했다.

매 경연이 화제였으며, 시청자들의 열렬한 반응이 이어졌다. 경연이 끝나고도 TOP7을 중심으로 한 ‘사랑의 콜센타’, ‘뽕숭아학당’이 두자릿수 시청률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 타 예능 프로그램이 한자릿수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두배 이상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인기에 편승해 지난 7월부터 방송을 시작한 ‘보이스트롯’도 9월 4일 방송에서 13.7% 시청률을 올리며 종편채널 MBN의 시청률 역사를 새로 썼다. 김다현, 선우, 김창열, 문용현, 추대엽, 조문근, 황민우, 슬리피, 선율, 홍경민, 박세욱, 박광현, 김현민, 박상우, 김성리, 문희경 등 총 16인의 출연자들이 결승전 진출을 두고 격돌할 예정이어서 인기는 더욱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질세라 KBS와 MBC도 본격적으로 트로트 오디션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MBC는 오는 10월 경연 프로그램으로 ‘트로트의 민족’을 선보일 예정이다. ‘트로트의 민족’은 MBC의 각 지역 네트워크를 활용해 전국의 숨은 트로트 고수를 발굴해내는 지역 유랑 트로트 서바이벌이다.

KBS도 11월에 ‘트롯 전국체전’을 방송할 예정이다. ‘트롯 전국체전’은 각 지역에 숨어있는 유망주를 발굴해 새로운 트로트 스타를 탄생시키는 과정을 그리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고두심, 남진, 김수희 등이 멘토로 출연한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재 트로트 오디션 열풍은 10년 전 엠넷(MNET) ‘슈퍼스타K’가 몰아온 오디션 광풍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슈퍼스타K’가 성공적으로 방송되자 지상파들은 앞다퉈 오디션 프로그램을 편성했다. KBS ‘내 생애 마지막 오디션’, MBC ‘스타오디션-위대한 탄생’, SBS ‘K팝스타’ 등이었다. 이들은 저마다 차별화된 콘셉트를 내세웠지만 도전과 심사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기본적 틀이 같아 대중들에게 피로감을 갖게 했다. 

결국 맏형격인 슈퍼스타K를 비롯해 대부분의 오디션은 실력이 떨어지는 참가자들로 본선 무대를 꾸미며 혹평을 맞았고 결국 초라하게 막을 내렸다. 가요계에서는 바로 이 점을 우려하고 있다. 

한 방송 관계자는 “비슷한 시기에 2∼3개의 오디션이 동시에 진행된다면 전체적으로 참가자 수준이 떨어지며 슈퍼스타K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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