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세계인의 소울푸드로 성장하는 ‘라면’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세계인의 소울푸드로 성장하는 ‘라면’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0.10.08 18:17
  • 호수 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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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추석 연휴 MBC와 SBS는 라면 레시피 발굴을 소재로 한 파일럿 방송을 제작해 눈길을 끌었다. MBC는 라면회사 대표의 딸로 유명한 배우 함연지가 출연한    ‘볼빨간 라면연구소’를 제작했고 SBS는 ‘라면이 당기는 시간’을 편성한 것이다. 결과는 ‘라면 당기는 시간’이 시청률 3.8%를 기록하며 ‘볼빨간 라면연구소’(3.1%)에 근소한 승리를 거뒀다.

라면은 한국인이 가장 많이 소비하는 영혼의 음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형마트에서는 봉지면‧용기면 등 수십종의 라면이 판매되고 있고 사람들이 카트에 하나씩은 꼭 담을 정도다. 

우리나라 라면의 역사는 1960년대부터 시작된다. 당시 전중윤 삼양식품 회장이 일본에서 팔리는 인스턴트 라면을 보고 경제가 어려워 먹을 것이 없는 한국 사정에 맞을 것이라 여겨 들여왔다. 

하지만 초기에 수입된 식품은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지 않아 보급에 실패한다. 이후 삼양식품이 일본에서 라면을 만드는 기계를 직접 들여와 종로 거리에서 공개 시식회를 열어 주목 받았다. 청와대에서 판매 허가를 받기 위해 박정희 대통령에게 라면을 선보였고 이때 박 대통령은 “한국인들은 맵고 짭짤한 맛을 좋아하니 고춧가루가 좀더 들어 갔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삼양이 만든 라면은 일본의 ‘묘조(明星) 식품’의 무상 기술지원으로 치킨라면 제조법을 그대로 가져온 것인데 닭고기 국물을 재현한 수프로 인해 느끼했다고 한다. 가격은 10원이었는데 당시 김치찌개 백반이 30원, 짜장면이 20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현재보다는 고가에 판매됐다. 이후 다양한 라면회사가 생겨나 점차 한국인 입맛에 맞는 볶음면부터 짜장라면까지 다양한 라면이 출시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라면시장은 오히려 특수를 누리고 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상반기 국내 라면시장은 전년 대비 7.2% 성장한 약 1조1300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반기 실적으로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외출이 어려워져 힘든 상황에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라면을 선택한 것이겠지만 한편으로는 이를 통해 위로받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올해 초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주요 부문을 석권하면서 극중에서 만든 짜빠구리가 세계적인 관심을 받기도 했다. 이를 바탕으로 라면은 현재 미국을 비롯해 중국, 러시아 등 세계 각국에 진출하면서 K푸드를 알리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인의 소울프드에서 세계인의 소울푸드로 사랑받는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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