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경로당 유니버설디자인 가이드북’ 개발…“우천에 대비, 경로당 입구에 지붕 덮개 씌워야”
서울시, ‘경로당 유니버설디자인 가이드북’ 개발…“우천에 대비, 경로당 입구에 지붕 덮개 씌워야”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0.10.16 11:24
  • 호수 7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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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당 유니버설디자인 가이드북’을 적용한 서울 동대문구 화목경로당의 출입구(사진 ①)는 경사로, 안전손잡이와 그 위 캐노피(지붕 덮개)를 설치해 빗길에 미끄러지지 않도록 했다. 또 그릇을 꺼내다 다치지 않도록 선반을 올렸다 내렸다 할 수 있는 하향식 리프트선반(사진 ③)을 설치했다.
‘경로당 유니버설디자인 가이드북’을 적용한 서울 동대문구 화목경로당의 출입구(사진 ①)는 경사로, 안전손잡이와 그 위 캐노피(지붕 덮개)를 설치해 빗길에 미끄러지지 않도록 했다. 또 그릇을 꺼내다 다치지 않도록 선반을 올렸다 내렸다 할 수 있는 하향식 리프트선반(사진 ③)을 설치했다.

어르신 시민체험단 의견 반영… 동대문구 화목경로당에 첫 적용  

거실에 입식‧좌식공간 함께 조성… 현관에 신발받침대 설치 권고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서울 동대문구 전농1동에 위치한 ‘화목경로당’. 수십년 간 동네 어르신들의 든든한 사랑방 역할을 했지만 시설이 노후화되면서 이용하기 불편해졌다. 하지만 최근 화목경로당이 새단장을 했다. 단순히 내부를 뜯어고치고 새로운 집기를 채워 넣는 수준이 아니라 서울시에서 개발한 ‘경로당 유니버설디자인 가이드북’을 적용해 노인 친화적인 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김지돌 화목경로당 회장은 “회원 대부분이 고령이어서 기존 공간에서는 생활하기 힘들었는데 이용하기 쉽게 바뀌어 경로당 이용이 활발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경로당 실정에 맞는 유니버설 디자인 가이드북을 제작해 주목받고 있다. 유니버설 디자인이란 성별, 연령, 국적, 문화적 배경, 장애의 유무에도 상관없이 누구나 손쉽게 쓸 수 있는 제품 및 사용 환경을 만드는 디자인을 말한다.

서울시는 자치구 공모를 통해 다양한 시민이 이용하는 공공시설 중 개선이 시급한 대상지를 선정하고 시민체험단의 진단과 분석을 거쳐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 확산하는 사업을 추진해 왔다. 이전의 화목경로당은 하루 평균 30여명의 80세 전후 어르신들이 이용하던 곳이었음에도 협소하고 동선이 복잡해 프로그램도 즐기지 못하고 식사, 휴식 등 단편적인 활동만이 가능했던 공간이었다.

단독주택을 개조한 경로당은 지어진 지 38년이 넘어 낡았고, 특히 진입로는 차도와 인도의 구분이 없어 경로당 접근과 이동에 위험이 따랐다. 기본적인 안전·편의시설이 없어 낙상 등 안전사고의 위험이 높은 환경이었다.

이에 서울시는 10여명의 어르신이 참여한 ‘시민체험단’을 통해 직접 화목경로당을 진단한 후 개선점을 찾아냈다. 또 어르신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설문조사, 인터뷰 등을 기반으로 유니버설디자인을 적용 ‘경로당 유니버설디자인 가이드북’을 개발했다.

새 단장한 화목경로당은 계단과 경사로 화장실에 안전손잡이를 설치하고 눈에 잘 띄는 색을 입혀 이용성을 개선하고 현관에는 손잡이 일체형 의자를 두어 신발을 갈아 신을 때 발생하기 쉬운 낙상을 예방토록 했다. 휴식과 다과, 여가활동을 할 수 있는 다용도 생활공간에는 입식가구와 좌식마루 등을 설치해 입식과 좌식 중 이용자에게 보다 편리한 생활양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화목경로당 개선 과정을 통해 제작된 ‘경로당 유니버설디자인 가이드북’은 기본원칙과 공간 유형별 개선사항, 가이드북 활용팁 등 실제 적용사례로 구성돼 있다.

가이드북에서는 경로당을 출입할 때 우천 시에도 미끄럽지 않도록 캐노피(지붕 같은 덮개)를 조명과 함께 설치하고 눈에 띄는 색상의 주의 표지, 차갑지 않은 재료의 안전손잡이 등을 적용할 것을 권고한다. 이때 안전손잡이는 공간에 따라 수평, 수직의 연속적인 설치로 낙상을 예방할 수 있도록 한다. 또 현관에서 신발을 갈아 신을 때 균형 잡기가 어려워 바닥에 주저앉지 않도록  손잡이 일체형 벤치와 서 있는 상태에서도 허리를 구부리지 않도록 신발 받침대를 설치하도록 했다.

또 거실은 입식, 좌식생활을 선택할 수 있도록 소파와 좌식마루를 함께 설치하고 손 끼임 방지와 미닫이 방식을 적용한 수납장을 통해 안전하고 쉽게 물품을 보관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활동 시 장애가 되지 않도록 했다. 이와 함께 약시 등 시력이 저하된 어르신의 인지력 향상을 위해 한쪽 벽면을 가득 메우고 있는 복잡하고 정리되지 않은 게시물들은 시계, 달력, 게시판, 일정관리 등으로 구분하고 돋보기 보관함을 갖춘 다용도 게시판을 설치해 정보인지를 쉽게 할 것을 강조했다. 주방은 식사를 준비하고 조리할 때 여러 어르신이 동시에 작업하는 것이 용이하도록 배치하고 무리하게 까치발을 딛거나 상부장의 그릇, 양념통이 떨어져 다치는 일이 없는 하향식 리프트선반을 설치하도록 했다. 또 깊숙이 있는 주방기구를 허리 굽혀 꺼낼 필요 없는 인출식 하부장을 적용하는 등 최소한의 노력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뿐만 아니라 화장실과 세면대 등을 이용할 때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출입문, 좌변기, 세면대 등에 맞춤형 안전손잡이를 설치할 것을 권고했다. 밝은 조명, 여분의 휴지·수건을 미리 파악할 수 있는 보관함, 화상 등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냉온수 주의표지 등을 통해 안전성과 이용편의성을 높일 수 있도록 했다.

서울시는 이 가이드북이 25개 자치구 경로당과 노인복지관의 개·보수 및 신·증축 등 환경개선 시 지침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고, SH공사와 협력해 신축 공공주택 경로당 설계 시 적용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 대한노인회, 노인종합복지관협회 등 기관의 홈페이지에서도 이북(e-book)으로 볼 수 있도록 게시하고 11월부터는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진행해 가이드북 제작을 지원하는 등 유니버설디자인에 대한 인식이 확산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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