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한국전쟁 관련한 BTS 수상 소감에 발끈한 중국… 패권주의적 행태 도 넘어
[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한국전쟁 관련한 BTS 수상 소감에 발끈한 중국… 패권주의적 행태 도 넘어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0.10.16 13:29
  • 호수 7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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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빌보드차트에서 1위를 한 가수 방탄소년단(BTS)이 한·미 관계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상을 받으면서 한 발언을 두고 중국 네티즌들이 거칠게 반응해 국제적 논란이 일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리더 RM(김남준)은 지난 10월 7일 한·미 우호에 기여한 이에게 주는 ‘밴 플리트상’을 수상하면서 “올해는 한국전쟁 70주년으로 우리는 양국이 함께 겪었던 고난의 역사와 많은 남성과 여성의 희생을 영원히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미 친선을 위해 설립된 단체에서 상을 받으면서 당연히 할 수 있는 발언일 뿐 아니라 중국을 겨냥한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는 ‘양국이 겪었던 고난의 역사’라는 발언을 문제 삼는 비난이 쏟아졌다. 한국전쟁 당시 중국이 북한을 도와 미국에 맞선 ‘항미원조’의 정당성을 강조하면서, “희생된 중국인들을 존중하지 않았다”고 비난을 퍼부은 것이다. 

중국 내 영향력이 큰 관영 매체인 ‘환구시보’ 또한 지난 12일 “방탄소년단의 정치적 발언이 논란을 일으켰다”면서 “나는 중국인이기 때문에 국가의 존엄을 건드리는 일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등 대중의 반응을 전했다.

중국 관영언론이 사태를 더 부추기자 한국 기업들은 중국에서 방탄소년단을 모델로 한 광고를 내리거나 관련 제품 판매를 중단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중국의 일부 네티즌이 BTS 팬클럽 탈퇴 선언을 하거나 한국산 제품 불매운동을 벌이겠다며 으름장을 놓았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방송에서 대만 국기를 흔든 대만 출신 걸그룹 멤버 쯔위와 자신의 예명으로 ‘마오’를 언급한 가수 이효리가 중국 네티즌의 악플 공격에 시달린 바 있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 이어 문화 분야에서도 ‘상전 노릇’ 하려는 행태는 중국의 국격을 의심케 한다.

그러다 사태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중국 당국이 자제 입장을 발표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2일 기자 브리핑에서 “BTS 문제에 관한 보도와 네티즌의 반응을 주목하고 있다”며 “역사를 거울삼아 미래를 향하고 평화를 아끼며 우호를 도모하는 것을 우리가 함께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이 국가 차원의 감정싸움으로 불거지는 것을 경계하는 중국 당국의 입장이 나오자 중국 관영매체들은 BTS 관련 기사와 온라인 게시물들을 수정하거나 삭제했다. 

이번 사건은 외신들도 지대한 관심을 보이며 중국 관영매체들을 비판하고 나섰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중국 네티즌들이 BTS의 악의 없는 발언을 공격했다”고 전했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의 편협한 민족주의로 인해 중국에 진출한 브랜드가 희생됐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감정적 민족주의는 내부 결속에 효과가 있을지 모르나 국제사회에선 중국에 대한 반감을 키우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이런 와중에 BTS의 인기는 더 오르는 분위기다.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15일 코스피에 성공적으로 입성했다. 초반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결정된 후 상장 첫날 상한가)까지 실현되는 듯 했으나 증시 전반이 약세를 맞으며 시초가보다 밀렸다. 그래도 이날 빅히트의 시가총액은 8조7300억원으로 코스피 시총 순위 32위에 올랐다. 이는 3대 연예기획사 JYP·YG·SM의 합산 시총(2조7800억원)을 훌쩍 넘어선 수치다.

시진핑 집권 이후 역사 미화가 심화되면서 중국의 패권주의적 행태는 도를 넘고 있다. 이젠 9억 명이 넘는 네티즌을 동원해 상대국 기업과 정부를 공공연하게 위협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그러나 중국은 알아야 한다. ‘대국’의 풍모와 위엄은 이웃나라를 힘으로 억누르는 게 아니라 상호 존중하는 태도에서 나온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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