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귀가 후 집배원 사망…한진택배 미스터리? “같이 일한 동료 없다”
새벽 귀가 후 집배원 사망…한진택배 미스터리? “같이 일한 동료 없다”
  • 최주연 기자
  • 승인 2020.10.19 1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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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메시지 “집에 가면 5시, 밥 먹고 씻고 터미널 가면 한숨 못자고 물건정리”
한진택배 “배송물량, 유족 측 주장과 상이” “망자 처럼 일한 동료 없다” 해명

[백세경제=최주연 기자] 사회적 거리두기 확산으로 택배물량이 폭주하고 있는 가운데 이 사회적 변화의 하중은 택배 노동자가 고스란히 받고 있다. 올해 과로사로 추정되는 택배 노동자는 10명이다. 최근 한진택배 30대 집배원이 새벽근무를 마치고 “너무 힘들다”고 호소하는 마지막 메시지를 남기고 숨졌다. 한진택배는 잔업은 전혀 없다고 주장하면서도 왜 사망자가 새벽에 퇴근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답하지 못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한진택배 서울 동대문지사 집배원 A씨(36)가 지난 12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A씨는 새벽근무를 마치고 “너무 힘들다”고 호소하는 마지막 메시지를 남기고 숨졌다.(사진=연합뉴스)
19일 업계에 따르면 한진택배 서울 동대문지사 집배원 A씨(36)가 지난 12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A씨는 새벽근무를 마치고 “너무 힘들다”고 호소하는 마지막 메시지를 남기고 숨졌다.(사진=연합뉴스)

19일 업계에 따르면 한진택배 서울 동대문지사 집배원 A씨(36)가 지난 12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의 동료들이 출근하지 않는 A씨의 집에 찾아갔다가 숨진 A씨를 발견한 것으로 전해진다.

유족과 노조는 A씨의 사망원인을 과로사로 보고 있다.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A씨는 사망하기 전인 지난 8일 새벽 회사 동료에게 “힘들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 메시지는 8일 새벽 4시28분에 A씨가 보낸 것으로 알려졌으며, 여기에는 “오늘 420(개) 들고 나와서 지금 하월곡 램프타고 집에 가고 있습니다”, “거의 큰 짐에 무엇보다도 지금까지 일한다는 게…”, “저 집에 가면 5시 밥 먹고 씻고 바로 터미널 가면 한 숨 못자고 나와서 터미널에서 또 물건 정리해야 해요”라고 남겼다. 

이 메시지에 따르면 A씨는 지난 7일에도 새벽 2시에 귀가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A씨는 “16번지 안 받으면 안 되냐”며 이 메시지 처음부터 끝까지 과도한 업무에 대한 힘듦을 호소하고 있었다.

A씨의 사인은 심혈관계 질환으로 나타났다. 이는 과로사로 추정되는 다른 택배 노동자와 동일한 사망원인이다. 유족은 이점에서도 A씨의 과로사를 주장하고 있다.

택배 노조 측은 이번 사고에 대해 “한진 택배기사 당 배정되는 넓은 택배 구역”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같은 물량이라도 타 회사보다 노동 강도가 셀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19일 한진택배 관계자는 [백세시대]와의 인터뷰에서 “국과수 부검 결과 지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판정됐다”면서 “별도의 보상이나 산재보험 처리는 유족 측 주장과 회사가 파악한 내용이 상이하기 때문에 아직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족측이 주장하는 배송물량과 회사가 파악한 물량도 다르다”면서 “10월 7일 기준으로 420박스가 아니라 370박스를 배송했고, 평소에는 200개에도 못 미쳤었다”고 해명했다.

또 “8일부터 10일까지는 물량은 더 적었다”면서 “A씨처럼 일한 동료는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답변했다. 한진택배의 주장대로라면 해당 지사에서 A씨만 새벽 5시에 귀가한 것이다.

한편, 택배기사의 ‘공짜노동’도 문제제기 되고 있다. 택배기사들이 배송업무를 마치고서도 ‘분류작업’을 하는데 매일 6~7시간씩 할애하고 있기 때문이다. 허브 터미널에서 간선차량이 물건을 싣고 서브 터미널로 오면 택배기사들이 직접 배송해야할 물건들을 분류해서 직접 차에 싣고 있는데, 이 작업에 대한 추가 인력 지원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택배회사는 이에 대해 분류 작업이 아닌 상품 ‘인수인계’로 부르고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화물 자동 분류기(wheel sorter)를 도입하는 업체도 생겨나고 있다. 모 업체는 지난해 1200억원을 들여 택배기사의 별도 분류작업을 생략시켰다. 이에 대해 작업자들은 노동 강도가 줄었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대다수의 택배 노동자의 노동환경은 여전히 열악한 처지에 놓여 있어 구체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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